6월 취업자 증가 두 달째 10만명 밑돌아
올해 1월 40만명에서 5월부터 급격 감소
일자리 절실한 청년‧중년층 감소세 지속
내수 부진이 주 원인…하반기도 어려워
최상목 "폭염과 건설 등 일부 업종 영향"
고용률 높다고 안이한 상황 인식 아쉬워
한여름이지만 고용시장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40만 명에 육박하던 월간 취업자 증가 수는 두 달 연속 10만 명을 밑돌았다. 특히 일자리가 절실한 청년층과 중년층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상황 인식은 이런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최근 고용시장 위축의 원인이 제조업의 더딘 회복 등 계속되고 있는 내수 부진이지만, 기획재정부 등 정부 당국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90만 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9만 6000명 늘었다. 지난 1월 38만 명을 기록했던 취업자 증가 폭은 5월 8만 명에 이어 2개월 연속 1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나마 취업자 증가도 60세 이상이 주도하고, 취업이 필요한 청년층과 중년층은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청년층 취업자 감소세가 계속되고 고령층이 고용시장을 견인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4만 9000명 감소했고 40대도 10만 6000명 줄었다. 60세 이상은 25만 8000명 증가했고 30대는 9만 1000명, 50대도 2000명 늘었다.
청년층의 취업자 수 감소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0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고용률도 –0.4%로 지난 5월 –0.7%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족 생계의 부담이 가장 큰 시기라고 할 수 있는 40대의 취업자 감소는 더 심각하다. 지난 2022년 7월 2000명 감소한 이후 2년째 계속 줄고 있다. 50대 취업자도 늘어나긴 했으나 증가 폭이 크게 줄어 지난달에는 감소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9000명 늘어 7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증가 폭은 4월 10만 명, 5월 3만 8000명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전자부품, 컴퓨터 업종 감소가 확대됐고 의복 제조업에서 감소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6만 6000명 줄면서 지난 5월(-4만 7000명)에 이어 두 달째 감소했다. 건설업 업황 자체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서비스업(-6만 3000명), 사업시설업(-6만 2000명) 등에서도 줄었다. 도소매업도 5만 1000명 감소해 4개월째 감소세다. 취업자 수가 증가한 업종은 운수 및 창고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이 각각 4만 7000명 정도였다.
지난달 비임금근로자의 취업자 수 감소도 지난 2월 이후 5개월째 계속됐다. 자영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3만 4000명 증가했으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3만 5000명 급감했다. 무급가족종사자도 2만 7000명 줄었다. 이에 따라 비임금근로자 취업자는 12만 7000명 감소했다.
이처럼 연령별이나 산업별, 종사상지위별 등 전반적인 고용상황이 비상이지만 정부 당국의 진단은 현실과 상당히 떨어져 있는 듯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폭염 등 일시적 요인이 취업자 증가를 일부 제약한 가운데 건설업 고용 감소폭 확대, 자영업자 감소 지속 등 부분적으로 어려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용시장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초여름 폭염과 일부 산업의 부분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는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고용시장의 이상기류를 그다지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은 고용률과 실업률이 여전히 양호한 상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15세 이상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이 29개월 연속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7월에는 지난해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 폭 확대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전체 고용률은 63.5%로 6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실업률도 2.9%로 전년 동월 대비 0.2%p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견조한 흐름을 지속해 왔던 고용시장이 최근 보이는 부진 양상은 둔화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딘 제조업 회복세와 건설 경기 불황 및 내수 부진이 일자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가 회복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높은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따라서 취업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업은 하반기에도 좋지 않을 전망이어서 '고용 마이너스'가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내수가 살아나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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