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자영업자 연체율 6.6%로 폭증
1월 청년 취업자도 8만 5000명 줄어
청년 10명 중 6명은 “우울한 상태”
"살기 어려우니 결혼·출산 언감생심”
한국에서 청년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중·고등학교 때엔 대학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직장을 구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다. 취업 대신 사업을 하려고 해도 성공 확률은 낮다. 경험과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기도 전에 좌절을 맛본 청년들은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병원에 갈 돈이 없어 병을 방치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21세기 '선진국' 한국에 사는 청년들의 실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받아 4일 공개한 ‘개인사업자 가계·기업 대출 현황’ 자료도 벼랑에 몰린 한국 청년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업에 도전한 젊은 자영업자들이 눈덩이처럼 쌓이는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장사는 안 되는데 원·부자재 값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더해 사업 경험과 자금력, 인적 자본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것도 청년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다른 나이대에 비해 유독 높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체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173만1200여 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 335만8000여 명의 51.5%에 달한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약 692조 원이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있을 만큼 빌려 더 이상 대출받기 힘든 사람을 말한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와 대출 규모는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5만 119명(3.0%)과 16조 3185억 원(2.4%) 늘었다. 연체액도 21조 8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조 5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평균 연체율도 2022년 말 2.12%에서 1년 만에 3.15%로 1.03%포인트 상승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대(29세 이하)와 30대(30~39세)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각각 6.6%와 3.9%로 평균을 웃돌았다는 점이다. 연체율 상승 폭도 20대와 30대가 각각 2.22%포인트와 1.63%포인트로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30대는 연체액이 1조 원 이상 늘어 증가율이 62.5%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전체 대출 규모는 1109조6000억 원이었다. 1년 새 대출자는 약 8만 5000명(2.6%), 대출잔액은 27조 원(2.5%)가량 늘었다. 3개월 이상 연체한 금액은 18조 3000억 원에서 27조 4000억 원으로 9조 원 이상(49.7%)이나 급증했다. 평균 연체율은 2.47%로 약 0.8%포인트 상승했다.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큰 폭으로 늘어난 이유는 고금리로 이자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4일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명목 지출 중 월평균 이자 비용은 13만 원을 기록했다. 1년 전 9만 9000원보다 31.7%나 급등했다. 이는 통계청이 1인 이상 가구에 대한 가계동향 조사를 시행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지난해 소비 지출 증가율 5.8%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높다.
청년층 고용 상황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만 명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세는 2021년 3월부터 35개월째 이어졌다. 그러나 1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8만5000명이 줄었다.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 취업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일용가입자 제외)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연간 고용보험 가입자 중 29세 이하 청년 가입자는 246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1000명 줄었다. 전 연령대에서 청년층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이후 3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감소 폭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였다.
희망하는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자포자기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만 명 이상이 최종 학교를 졸업한 뒤 3년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이 중 8만 명은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청년 인구가 줄어든 영향도 있으나 경제성장률이 둔화한 데다 대-중소기업과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최근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만 19~34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바빠서 못 갔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나 ‘병원비 부담 때문’이라고 답한 청년도 33%가 넘었다. 또 ‘우울한 상태’라고 답한 청년이 무려 57.8%에 달했고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답도 37.1%나 됐다.
한국 청년의 고단한 삶은 결혼 기피와 저출산이라는 재앙을 낳고 있다. 최근 10년 새 혼인 건수는 40%가 줄었고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0.72명까지 추락했다. 한국은 결혼과 출산율 모두 세계 꼴찌 수준이다. 절망의 수렁에서 청년들을 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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