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2월 FOMC 회의 동결 전망에 무게

IB들 "내년 말까지 금리 3번 더 인하" 전망

친 트럼프 월러 "12월엔 0.25%p 내려야"

연준 내부 '인하' vs '동결' 대립 양상 본격화

파월 후임은 금리 인하에 진력 가능성 높아

12월 인하가 기정사실처럼 여기던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관점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해외투자은행(IB)들의 전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연준 내에서도 12월 기준금리 향방을 놓고 인하를 주장하는 측과 동결을 주장하는 측이 맞서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파월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이후 들어설 연준의 신임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진력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어지간한 인플레이션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는 걸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조금씩 고개드는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   

한국은행은 미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점차 무게가 싣고 있다. 18일 한은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 10곳 중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노무라 등 2곳이 연준의 연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달 초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내 한 차례 인하를, 노무라는 두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가 이달 초 모두 연내 동결로 전망을 바꿨다. 그사이 지난달 말 한 차례 인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노무라가 인하 횟수 전망을 축소 변경한 셈이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도 한 달 전과 달라졌다고 한은은 전했다. 지난달 3일 기준으로 올해 12월 연 3.64%, 내년 1월 3.53%, 3월 3.41%, 4월 3.35%가 예상됐으나, 이달 10일에는 각 3.72%, 3.62%, 3.52%, 3.46%로 0.1%p 정도씩 높아졌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이달 17일 기준 연준이 12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57.1%, 0.25%포인트(p) 인하할 확률을 42.9%로 각각 반영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IB들은 연준이 노동시장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0.25∼1.00%p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와 실업률의 안정세가 이어지면 신중한 정책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를 반영해 금융시장 지표에 반영된 내년 금리 경로가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IB는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주요 IB 10곳 중 과반인 6곳은 연준의 최종 금리를 연 3.25%(상단 기준)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3.75∼4.00%인 만큼 0.25%p씩 세 차례 더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셈이다.

회사별로 보면, 바클리, 씨티,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 4곳은 연준이 올해 한 차례, 내년 두 차례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3.00∼3.25%까지 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한 차례, 내년 세 차례 인하로 2.75∼3.00%, JP모건은 올해와 내년 한 차례씩 인하로 3.25∼3.50%의 최종 금리를 각각 전망했다. 아울러 도이치뱅크는 올해만 한 차례 인하와 3.50∼3.75%를, TD는 올해 한 차례, 내년 세 차례 인하와 2.75∼3.00%를 각각 제시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최종 금리를 2.75%(모건스탠리)까지 보는 IB가 있었으나, 이달 들어 3.00%(TD)가 가장 낮은 전망치로 바뀌었다.

 

연중 FOMC 및 최종금리 전망 등. 자료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연중 FOMC 및 최종금리 전망 등. 자료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차기 연준 의장 후보 물망에 오른 월러, 고용악화에 12월 금리 인하 주장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는 17일(현지시간) 연준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공개행사 연설에서 "기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에 근접하고 노동시장 약화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는 것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인플레이션이 재가속되거나 기대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오르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관심은 노동시장이며, 고용이 수개월간의 약화를 지속한 상황에서 이번주 발표가 예정된 9월 고용보고서나 이후 몇 주 동안 나올 다른 지표가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내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후임 후보군으로 꼽힌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준은 지금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 사이에서 분열 중 

월러 이사의 이 같은 명시적인 금리인하 시사 발언은 지난주 복수의 연준 인사들이 금리 동결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시사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12월 9∼10일 FOMC 회의를 앞두고 연준 위원 간 견해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2월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2일 연설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이례적으로 명확한 금리 동결 의견을 밝혔다.

12월 투표권을 지닌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13일 추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11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반대한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까지 포함하면 12월 금리 인하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연준 위원은 최소 3명으로 추산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 책사 출신인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지난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금리 인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고수해 왔다.

월러 이사와 함께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5명으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역시 노동시장 약화에 관한 기존 입장을 고려할 때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에 찬성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 내 중도파로 평가받는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이날 공개연설에서 연준이 처한 곤경을 인정했을 뿐 12월 금리 인하에 관해선 새로운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제퍼슨 부의장은 이날 캔자스시티 연은 주최 공개행사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현 통화정책 수준은 다소 긴축적이지만 우리는 (정책 수준을) 경제를 자극하지도 제한하지도 않는 중립 수준으로 변경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중립 수준에 다가가는 가운데 (고용 및 인플레이션 간) 진화하는 위험 균형은 (통화 완화)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그가 지난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공개연설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으로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한 연준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월 후임은 기준금리 인하 드라이브에 진심일 듯

현재 시장에서는 12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보고 있다. 기실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동결할지 여부 보다 훨씬 중요한 건 내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지다.

제법 분명한 건 파월의 후임으로 연준의장이 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파월의 후임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에 전력을 투구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마침 내년 1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상하원 중간선거가 열린다.    

파월의 후임은 기준금리 인하나 더 나아가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 경기부양을 꾀하는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파월의 후임은 설사 인플레이션이 다시 맹위를 떨칠 것이 데이터로 확인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에 최대한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유동성 홍수가 시장을 덮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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