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지표 현실과 괴리…"통계 착시"
‘사회 초년생’ 15~29세 취업자 급감
고령층 빼면 전체 취업자 수도 줄어
고용률보다 ‘양질의 일자리’ 더 중요
지난해 고용률과 실업률이 각각 역대 최고,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결과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층 제외한 전 연령대 고용률 상승, 청년 고용률도 작년 11월 이후 상승 중, 전체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 비중이 56.9%로 역대 최고"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실태는 정부가 발표한 고용 지표와는 거리가 멀다.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것은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렵다 너무 좁은 취업 문에 좌절해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하고 취약층의 근로 소득을 높이는 근본 해법 대신 재정을 투입해 고령층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전체 고용률은 62.6%에 달했다. 전년보다 0.5%포인트 상승했는데 연간 고용률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한 69.2%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가장 높다. 실업자 수는 78만 7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 6000명 줄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실업률도 2.7%로 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고용률과 실업률만 보면 고용 상황이 좋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늘어난 일자리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준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2841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2만7000명(1.2%)이 늘어나기는 했다. 그런데 연령대별 취업자 수 증감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36만 6000명이다. 이들 고령층은 상용직이라도 임금이 낮고 근속 기간도 짧은 편이다.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고령층을 제외하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3만 9000명 줄었다. 특히 15~29세 취업자 수는 9만 8000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청년층 고용률이 46.5%로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재학생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인구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많이 빠졌고 2022년 청년층 고용률이 높았던 점에 따른 기저효과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감소 폭이 10만 명에 가까웠다는 사실은 청년 취업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령대별 취업자 수 증감은 인구구조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고용시장의 특성도 작용한다. 30대 취업자는 직장을 옮기며 고용 통계에 잡힌다. 5년 이상 경력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많아 고용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문제는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0대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5만 9000명 줄었다. 감소 폭도 코로나19 확산했던 2020년(-15만 8000명) 이후 가장 컸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취업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도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연간 취업자 수는 2014년 59만 8000명으로 증가한 이후 2015년 28만 1000명, 2016년 23만 1000명, 2017년 31만 6000명 등 매년 20만~30만 명 증가했다. 2018년 9만 7000명으로 떨어졌으나 2019년 다시 30만 명대를 회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에는 21만 8000명이 줄었다. 그러나 2021년 36만 9000명으로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난 2022년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며 81만 6000명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30만 명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내수 침체로 올해 취업자 수가 20만 명대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고용률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저’라는 수치는 청년 취업난 해소 등 시급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고용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구직자가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 소득 격차가 과도하게 큰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중소기업은 만성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데 반해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사 등 고연봉 직장은 경쟁률이 치열하다. 임금과 복지가 열악한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보다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이 40만 명이 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지 못하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도 역동적인 경제 조성 등을 통한 민간 중심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한다. 수출과 투자 활성화로 기업들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역대 최고' 고용 지표 뒤에 가려진 청년 취업난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임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특수고용직의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들의 임금과 복지 수준을 획기적으로 올려야 청년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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