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발행 그린북서 3개월째 장밋빛 진단
최근 생산, 소비, 고용 지표 등 모두 나빠져
재정적자 74조…5개월새 목표치 80% 초과
국책기관 KDI마저 "경기 개선세 미약" 우려
기획재정부가 또 우리 경제의 경기 회복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 근거로 제조업‧수출 호조세와 내수 회복 조짐을 들었다. 기재부의 이런 진단은 지난 5월부터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최근의 생산과 소비, 고용 지표 등 성한 구석이 없다는 점을 말하지 않아도, 경제 총괄 부처의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고용한파와 살인적 생활물가에 허덕이는 일반 국민들로서는 딴 세상 사람들의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린다. 오죽하면 정부산하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최근 경제 상황을 "고금리로 내수 회복이 지연돼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지난 5월 발행된 그린북에서부터 내수 회복 조짐을 언급했다.
기재부도 이달 그린북의 종합평가에서 언급한 5월 산업활동동향 주요 지표가 부진한 것을 시인했다. 광공업, 건설업, 서비스업 생산이 하락해 전산업 생산이 감소했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지출도 줄었다.
지표를 무리하게 긍정적 방향으로 해석한 대목도 보인다. 기재부는 6월 고용 상황에 대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확대되고 물가는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지난 5월에 이어 2개월 연속 10만 명을 밑돌아 우려를 낳고 있는 지표다. 올해 초에는 40만 명에 가까웠던 취업자 수 증가가 최근 급감하고 있는데 이를 5월 8만 명에서 조금 늘었다고 자랑삼은 것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로 5월 2.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물가 목표치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이 생활물가는 지수 상승률 2.8%라는 숫자 이상으로 국민들의 실생활을 짓누르고 있다.
KDI의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진단은 기재부와 사뭇 다르다. KDI는 지난 8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수출 회복세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지난해 10월 '경기 부진 완화'에서 지난달에는 '경기 다소 개선'으로 긍정 평가했으나 이달에는 다시 '경기 개선 미약'으로 낮췄다. 개선되던 흐름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한 것이다.
기재부는 KDI의 이 같은 진단을 표현의 차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KDI는 '물이 얼마나 찼느냐'를, 정부는 물이 차오르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차이가 있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면서 "수출이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로 연결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고금리나 고물가 쪽 내수 제약 요인이 완화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내수 관련 지표는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상품 소비인 소매판매는 내구재(0.1%), 비내구재(0.7%)가 증가했으나 준내구재(-2.9%)가 줄면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정부는 6월 소매판매에는 소비자 심리지수 개선과 방한 관광객 증가세는 긍정적 요인으로, 할인점 매출액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5% 감소했다. 금융·보험(-2.5%), 정보통신(-1.6%) 등 업종에서 줄었다. 6월 서비스업에는 온라인 매출액, 차량 연료 판매량 증가는 긍정적인 영향,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하락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투자 지표인 설비투자지수는 지난 5월 운송장비(-12.3%)가 큰 폭 감소한 가운데 기계류(-1.0%)도 함께 줄면서 전월보다 4.1% 감소했다. 건설투자인 건설기성(불변)도 건축공사(-5.7%)와 토목공사(-1.1%) 실적이 감소하며 직전 달보다 4.6% 감소했다.
반면 수출 호조세는 계속됐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보다 5.1% 증가하면서 9개월 연속으로 '플러스'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출 증가율이 전달의 절반 이하이고, 수입이 7.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4월 13.6%, 5월 11.5%에 비해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수입 감소는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등 전 항목이 전년 대비 감소해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재부의 장밋빛 진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의 현재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5월까지 재정적자는 74조 4000억 원에 달한다. 5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3조 원 넘게 급증했다.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출했던 202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반영했던 재정수지 적자가 91조 6000억 원이므로 상반기도 지나기 전에 벌써 80%가 넘은 셈이다. 국가재정 못지않게 개인들의 살림살이는 말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재부의 고백이 상황을 대변해 준다. "체감 경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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