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주택구입용 주담대 접수 전면 제한
시중은행 이어 신협·수협·금고도 셧다운
주담대 금리 6%대 진입…'영끌족' 비상
주담대 등의 대출 관리는 장기 지속해야
연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은 가계대출, 특히 주택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걸어 잠갔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맞추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이 올해 실행되는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접수를 전면 중단한다. 이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영업점 채널에서 주담대와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에 이어 신협과 수협 등도 대출창구를 닫아걸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2%대에 머물던 주담대 금리가 6%까지 올라왔다. 변동금리를 택한 '영끌족'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임계점을 넘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서도,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주담대 등에 대한 가계대출 관리는 장기적으로 지속돼야 옳다.
금융당국의 대출총량제에 맞추기 위해 주담대 신청 접수를 중단하는 은행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실행 예정인 주택구입용 주담대의 신규 신청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접수는 22일부터, 대면 접수는 24일부터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다른 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목적의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인 KB스타 신용대출1·2 상품의 신규 대출 신청이 막힌다.
국민은행의 이번 결정은 다음달 실행되는 가계대출 총량을 줄여 금융당국이 제시한 총량 한도에 맞추기 위한 조처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총량 한도에 맞추지 못하면 다음해 가계대출 한도를 선정할 때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영업점과 비대면 채널에서 모두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한다. 우리은행은 이미 영업점별 주담대·전세대출 한도를 각 10억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그나마 신한은행은 대출 중개인을 통한 가계대출 신규 접수만 중단된 상황이다. 대면과 비대면 대출은 여전히 가능하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도 대부분의 창구가 제한 없이 열려 있다. 하지만 12월엔 대출 중개인을 통한 신규 대출은 중단될 수도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7월 이후 약 4개월간 대출 모집인에게 신규 대출한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비대면 채널에서는 창구가 열리면 바로 한도가 다 차는 대출 오픈런이 일상이 됐다. 카카오뱅크는 10.15 대책을 반영해 지난 18일 신규 주담대 접수를 다시 시작하자마자 일일 한도가 소진되는 일이 발생했다.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도 일별, 월별 한도 등을 두고 있어 아침부터 대출 신청을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은행권의 전방위 대출 속도조절은 가계대출 잔액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에 벌써 근접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47조 74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조 3000억 원 늘어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증가 목표치 8조 689억 원에 근접했다. 여유분은 약 8000억 원에 불과하다.
신협, 수협 등도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가
주담대 등 가계대출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는 시중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협은 20일부터 연말까지 비조합원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신협중앙회 측은 "당국의 총량 규제를 지키기 위해 중앙회 차원에서 비조합원에 대한 신규 대출부터 막은 것"이라고 밝혔다.
수협은행도 13일부터 예금담보대출 및 일부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하고 비조합원 가계대출을 멈췄다.
새마을금고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를 차단한 상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아직 가계대출 취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진 않지만, 하루 단위로 대출 현황을 체크하는 등 증가 추이를 유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6%까지 올라온 주담대 금리…영끌족은 잠 못 이뤄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주담대 금리는 무섭게 치솟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담대 금리가 약 2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 올해 금리 상단이 7%대까지 열린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6%대에 근접했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3.93~5.33% △신한은행 3.83~5.23% △하나은행 4.46~5.76% △우리은행 3.82~5.02% △농협은행 3.63~6.43% 등이다.
이들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지난 12일 기준으로 최고 6%대를 돌파했다. 지난 2023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융채 5년물 기준 은행별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보면 하나은행(4.78~6.08%), 농협은행(4.35~6.05%)의 상·하단이 높게 형성돼 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21일 기준 변동형 아파트담보대출 금리가 3.99~7.75%를 기록했다. 금리 상단이 7%대로 열린 건 지난 2분기부터다. 다만 해당 금리 범위는 신용도가 낮은 차주를 포함하면서 넓어진 결과로, 실제 실행되는 금리는 대부분 3~4%대에 머문다는 설명이다.
주담대 금리가 이렇게 치솟는 건 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 때문이다.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9월부터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조달한 예금·채권 금리를 반영하는데, 조달비용 상승 시 대출금리가 자동적으로 따라 움직이는 구조다. 실제로 은행 예금금리가 상승세다. 하반기들어 증시의 활황세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자 은행권이 요구불예금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 9월 이후 0.2~0.3%p 가량 정기예금 금리 인상을 이어오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은행채 등의 금리 급등도 대출금리 인상 요소 중 하나다.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가 한 달 새 0.4%p 가까이 상승했다. 5년물 은행채 평균 금리는 지난달 23일 2.936%를 가리켰지만 이달 21일 기준 3.337%까지 올라섰다. 이달 초부터 급격하게 금리가 올라가면서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과 집값 및 환율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시장 금리를 비롯해 주담대 금리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금리·예금금리·은행채 금리 등 각종 대출금리 형성 요소가 불안정하게 지속되면 조달비용 상승 흐름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기준금리가 2.50% 수준을 유지 중임에도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치솟자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나 '영끌족'(한계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0~2021년 저금리 시기에 혼합형 상품으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대출금리가 큰 폭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5억 원의 주담대(2.50%·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 기준)를 받은 차주의 경우 재산정받은 금리(연 4.12% 수준)에 따라 연간 상환액이 600만원 가까이 불어나게 된다. 신규 대출 수요자들로선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낳고 있다.
주담대 등의 가계대출 관리는 최대한 엄격하게 유지되어야
우리나라는 부채공화국이다. 비현실적이라 할만큼 비싼 서울 아파트들도 따지고 보면 빚으로 쌓은 성에 불과하다. 가계가 빚으로 자산을 형성하고 문제가 생기면 더 많은 빚을 내게 정부가 도왔다.
이제는 그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여론이 어떻건 관계없이 주담대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는 최대한 엄격하게 되어야 옳다. 가계대출은 어떻게 해서라도 총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 시점에 가계대출 총량을 축소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결국 빚에 깔려 죽게 된다. 그때는 그토록 견고하게 보였던 아파트들도 전부 붕괴될 수 있다. 주담대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에 대한 엄격한 관리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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