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작전능력 의심 핵추진 잠수함에 천문학적 비용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대형 무기 체계 도입에 20년간 225조 ‘협력적 자주국방’

서글프게도 민주·진보 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하면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항상 정부의 말과 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담론이 “임기 내에 전시작전권을 회복하겠다”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문재인 대통령도 늘 했던 말이다. 그런데 그 과정과 결과는 어땠나?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려면 한국군의 독자적인 능력이 보강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국방비를 늘려서 더 많은 무기를 사와야 한다. 첨단 무기를 사 오니까 자주국방이 달성되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그 첨단보다 더 첨단의 무기가 필요하고, 그 첨단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동맹국에 더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거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떨까?

노무현 대통령 초기에 “10년 이내 독자적 전쟁수행 능력을 갖추겠다”며 추진한 ‘협력적 자주국방’ 정책은 올해로 20년째다. 그 당시에는 아무리 늦어도 2015년이면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2005년 협력적 자주국방 정책이 본격 추진된 이래 20년 간 국방비 총액은 750조 원이다. 2005년 20조 원 국방비는 2026년 67조 원으로 330% 상승했다. 이중 전력을 현대화하는 방위력개선비는 225조 원 투자되어, 대형 플랫폼인 조기경보기,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급 구축함 등이 줄줄이 도입되었다. 결국 진보 정부의 자주국방 정책은 해외 무기체계 도입에 하염없이 돈을 쏟아 붓는 정책으로 변질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한국군 독자적 작전능력이 성숙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반대로 이제 겨우 1단계(기본임무수행 능력)만 갖추었고, 2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는 미지수이며, 3단계(최종 임무수행능력)는 언제 이루어질지 모른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8% 증액된 67조 원에 육박하며, 정부는 미국에 35조 원 규모의 추가 무기 도입 목록을 제시했다. 미국은 2단계와 3단계 능력을 평가하는 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150여 개 항목의 목록을 제시하며, 이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냉철하게 말하자면 국방비를 쏟아 부을수록 자주국방의 꿈은 더 멀어지고 있다. 이게 냉혹한 진실이다.

 

괌에 입항한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미국 태평양함대사령부 트위터] 연합뉴스
괌에 입항한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미국 태평양함대사령부 트위터] 연합뉴스

대형 무기 플랫폼은 진짜 게임 체인저인가

대형 플랫폼에 대한 군의 집착은 그칠 줄을 모른다. 더 큰 무기, 더 센 무기를 향한 그들의 열망은 더 많은 국방예산을 요구한다. 사실 경항공모함이나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지금보다 국방예산을 더 늘린다 해도 한국군이 감당하기에 벅찬 무기체계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건조하겠다는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미국이 호주에 제공하기로 한 핵추진 잠수함과는 급이 다르다. 미국은 AUKUS(미·영·호 안보협정)에 따라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설계와 운영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 잠수함에는 순도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하는 데 반해, 한국은 순도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LEU)을 원료로 한 원자력추진 잠수함이다. HEU의 경우는 연료 교체가 필요 없이 영구적으로 가동하는 원자로지만 LEU의 경우는 5~10년 주기로 연료를 교체하고, 수시로 운영 실태를 국제기구로부터 감시받으며, 핵폐기물도 발생한다. 애초 잠수함은 외국의 그 누구에도 공개될 수 없는 은밀한 무기체계인데, 국제 감시와 원료 공급을 이유로 다 까발려지는 셈이다. 이런 잠수함은 척당 건조 비용이 2조 원 이상이지만 연료 교체와 운영 과정에서도 급격히 비용이 상승하여 작전 중일 때는 하루 운영비가 23억 원, 1년에 7천억 원을 상회한다. 반면 작전 성능은 고농축 우라늄 잠수함에 한참 미달되고 단지 재래식 디젤 잠수함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다. 이런 잠수함을 4척 건조한다고 할 때 건조와 진수에만 10조 원에다가 매년 2조 원 이상의 운영비가 소요된다.

이런 잠수함이 있다고 해서 독자적인 작전 능력이 확보된다는 것 역시 착각이다. 수중 작전에서 미국의 압도적인 우위는 잠수함 숫자가 아니라 수중 탐지와 식별 능력에 있다. 수중에서의 소음과 잠수함 엔진의 특성을 분석하여 판단하는 노하우는 미 해군이 동맹국과도 절대 공유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성역이다. 미국이 냉전 이래 해양에서의 패권을 장악하는 핵심 능력이기 때문에 이를 동맹국에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잠수함과 해상전력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입체적인 작전을 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길이가 100미터가 넘는 강철 덩어리를 바닷 속에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결국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하고도 이상하게도 자주국방과는 멀어지는 이전의 역설이 이번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 한국 잠수함이 제대로 작전하려면 미국의 핵연료 주기에 종속되며, 미국의 정보분석과 작전 노하우와 연합이 불가피하고, 결국 전작권 회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허세만 부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전작권 전환은 공염불이 된다.

 

국방부가 2024년부터 GP/GOP, 함정, 방공, 해안 등 경계부대 군인의 시간외 근무수당 인정시간을 1일 8시간, 월 100시간으로 확대한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육군 7사단 5여단 소속 GOP 소초장 안성진 중위가 전방 철책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2024.1.25. 연합뉴스
국방부가 2024년부터 GP/GOP, 함정, 방공, 해안 등 경계부대 군인의 시간외 근무수당 인정시간을 1일 8시간, 월 100시간으로 확대한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육군 7사단 5여단 소속 GOP 소초장 안성진 중위가 전방 철책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2024.1.25. 연합뉴스

하드웨어에만 열광하는 세계 6위 군사대국의 현실

대형 플랫폼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은 ‘거대한 상징’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이다. 군 조직은 새로운 무기를 통해 조직의 몸집과 자원을 늘리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하드웨어에 대한 열망만큼 군의 시스템과 사고가 혁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러한 대형 무기도입에 몰입하는 동안 한국군 야전의 실상은 세계 6위의 군사대국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초급간부 충원율이 계속 저하되어 육군 부사관의 경우 충원율은 5년 전에 92%였는데, 지금은 48% 수준으로 추락했다. 군의 허리가 붕괴된 것이다. 게다가 장교의 경우도 매년 수급에 결함이 발생하고 있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도 힘들다. 300만 예비군은 무장조차 되어 있지 않다. 육군의 경우 기본 화기조차 엉망이다. 수류탄 비축량은 50만 발로 겨우 1인당 한 발 수준이다. 그 많은 국방예산이 어디로 샜는지 아리송한 일이다. 심지어 군인 주택수당은 20년째 동결되어 있고, 야간 당직 수당은 공무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무슨 기능사령부와 직속부대들은 깨진 유리창처럼 널려 있고, 부대는 이중삼중 중복되어 비효율적인 군 구조와 지휘 체계를 그저 안고 갈 뿐이다. 골프장, 학교, 교회, 병원, 교도소, 체육부대 등 모든 걸 다 갖추느라고 또 재정을 투입하지만 누구 하나 개혁을 말하지 않는다. 대형 무기를 도입하는 데 돈을 쓰는 동안 인간과 조직의 시스템에는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다. 전방 경계는 여전히 병력 밀집형의 재래식 진용이며, 아직도 1980년대식 대간첩작전을 수행하던 예전의 해안경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분명 몸집은 커졌는데,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비를 GDP 3% 수준인 100조 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미국에 약속을 했다. 나는 솔직히 이 군대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 비전과 목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의 산업과 기술의 생태계를 고려한 한국형 국방전략이 모호한 채로, 그저 외국의 대형 플랫폼을 추종한 결과가 이것이다. 그런데 어느 시절에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겠는가. 그 말을 과연 누가 믿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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