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50대 고용률 석달째 떨어지는데 실업률도 하락
실직·미취업에도 구직활동 포기해 실업자로 분류 안돼
‘쉬었음’ 청년층 44만명 역대 최대…75% "구직 포기“
건설 경기 부진 직격한 50대 등 전 연령대로 확산 중
구직시장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정부, 실업률 개선 홍보 열중…대책은 미봉책에 그쳐
최근 고용시장에서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통상 고용률이 낮아지면 실업률은 높아진다. 취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을 그만 둔 사람이 많아지면, 즉 실업자가 많아지면 실업률은 자연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업률이 떨어졌다는 정부의 고용 통계를 수치 그대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실제로 지난달 청년층(15~29세)과 50대(50~59세)의 고용률과 실업률이 함께 떨어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것은 실업자의 개념 때문이다.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는다고 바로 실업자로 분류되는 게 아니다. 일자리를 찾는 구직활동을 하는 데 일자리를 잡지 못해야 실업자로 분류된다. 즉 일을 하지도 않고 일자리를 찾지도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비경활)는 실업률 계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비경활’ 인구 중에서 특히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데도 그냥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은 ‘쉬었음’으로 분류된다. 이런 ‘쉬었음’은 청년층에서 크게 늘었지만 모든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어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고용시장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가 내놓고 있는 취업지원 대책도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게 대부분이어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선되던 경제활동참가율이 다시 하락하는 등 고용시장 상황은 정부 당국의 장밋빛 해석과 전망과는 달리 악화하는 모습이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46.5%)은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작년 같은 달보다 0.5%p 감소했다. 지난 5월(-0.7%p)과 6월(-0.4%p)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그럼에도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5.5%로 전년 동월(6.0%) 대비 0.5%p 하락했다. 고용 사정이 나빠졌는데 실업률은 되레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통계의 착시현상이다.
특히 지난달 청년층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활’ 가운데 ‘쉬었음’이 44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2000명이나 증가했다. 7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2013∼2017년 20만 명대였으나 2018년 3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 1000명까지 증가했다가 2022년 36만 1000명으로 줄었으나 작년(40만 2000명)부터 다시 증가세다.
청년층의 전체 인구는 ‘쉬었음’ 청년은 늘어나면서 그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 인구 815만 명 가운데 쉬었음 청년(44만 3000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였다. 7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청년층의 쉬었음 비중은 2019년 4.1%에서 팬데믹으로 2020년 5.0%로 늘었다가 2022년 4.2%까지 줄었지만, 작년(4.8%)부터 늘더니 올해 다시 5%대로 진입했다.
청년층의 고용률-실업률 동반 하락 현상은 50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50대 취업자가 크게 줄었지만 실업률도 함께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50대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p 감소해 5월(-0.4%p), 6월(-0.8%p)에 이어 석 달째 큰 폭으로 하락했다. 50대의 ‘비경활’은 넉 달째 증가했고 같은 기간 경제활동참가율도 하락했다. 그런데도 50대 실업률은 5∼6월 상승 폭이 둔화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0.5%p 하락했다.
지난달 50대 ‘비경활’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39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 1000명(8.5%)나 증가했다. 20대의 4만 2000명(11.1%)에 비견되는 수치다.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주로 청년층에서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50대를 포함해 모든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인구 중 '쉬었음'은 251만 1000명으로 7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실직이나 취업 실패자들이 '실업자'로 남아 일자리를 찾지 않고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배경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44만 3000명) 가운데 ‘일할 의사가 없다’고 대답한 비중이 75.6%(33만 5000명)에 달했다.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크게 늘어난 플랫폼 일자리들이 상대적으로 질 낮은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맞춤형 취업 지원 등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에서도 추가 대책을 내놨다. 역대 최대로 집계된 '쉬었음' 청년 통계가 공표된 지난 14일에도 미취업 졸업생을 지원하는 '하반기 지역 청년 취업 지원 강화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고용시장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대책이 단기 지원책에 그쳐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올라서 일자리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저출생 기조, 베이비부머 은퇴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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