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비자발적 실직자 124만명…16.9%↑
2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에 증가 폭도 커져
50대 27.1%로 가장 높고 청년층도 17.8%
문닫고 실직한 자영업자 1년새 23.1% 늘어
정부 "전반적 고용지표 개선돼" 엇나간 진단
황정아 의원 "민생 악화일로인데 자화자찬만"
직장이 문을 닫거나 사업이 부진해 일자리를 잃은 '비자발적 실직자'가 5개월 연속 늘고, 증가 폭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특히 청년층과 사업을 그만 둔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 전반적인 고용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과는 달리 고용이 '훈풍'은 고사하고 '한파'가 밀려오는 형국이다.
18일 황정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비자발적 실직자는 123만 7000명으로 전년 동월(105만 9000명) 대비 16.9%가 증가했다.
비자발적 실직자는 일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어도 고용시장의 사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말한다. '직장의 휴업·폐업',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등 이에 해당한다. 가사, 육아, 심신장애, 정년퇴직, 급여 불만족 등 자발적 이유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비자발적 실직자는 올해 1월 2.3% 감소한 이후 2월 4.3% 증가로 돌아섰으며 3월 5.9%, 4월 6.9%, 5월 14.7%, 6월 16.9% 등 5개월 연속 늘었다. 증가 폭이 계속 확대됐고, 특히 지난 두 달 동안에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비자발적 실직자를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27.1%가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40대(20.7%)가 뒤를 이었다. 15∼29세 청년층 비자발적 실직자도 22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8% 늘었다. 3월(1.1%), 4월(8.2%), 5월(16.5%)에 이어 4개월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비자발적 실직자가 다니던 직장을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43.4%)과 건설업(34.1%), 정보통신업(42.3%) 등 주요 산업 분야 대부분에서 작년보다 늘었다.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도매 및 소매업(33.7%), 숙박 및 음식점업(24.4%)에서도 비자발적 실직자가 증가했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의 비자발적 실직자도 21.7% 늘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장사가 안돼 사업을 접고 실업자가 되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한 자영업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상반기 중 자영업을 하다 실업자가 된 사람은 월 평균 2만 6000명으로 전년 동기(2만 1000명) 대비 23.1%나 급증했다. 자영업을 하던 실업자는 코로나19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2022년 44.5%나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4.5%)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실업자가 월 평균 91만 8000명으로 전년 동기(85만 9000명) 대비 6.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3배가 넘는다.
사업을 그만둔 사유는 '일자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이 6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10.7%), '작업 여건 불만족'(5.9%) 등이 뒤를 이었다.
자영업자 가운데 사업을 접은 뒤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경우도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생산 가능 연령 인구 중 취업자가 아니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즉 자영업을 하다 일자리를 잃은 뒤, 재취업을 하지 않고 아예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출신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 상반기 중 월평균 26만 8000명으로 전년 동기(25만 3000명) 대비 5.9% 증가했다. 지난 2022년 14.5% 감소세를 보였다가 지난해(10.2%)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같은 흐름은 영세 자영업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였던 사람은 월평균 3만 1000명으로 전년 동기(3만 4000명)보다 8.4%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였던 사람은 23만 7000명으로 전년(21만 9000명)으로 8.2% 늘었다. 종업원도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의 비자발적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 편입이 훨씬 많았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용시장에 찬 기류가 불고 있는데도 정부의 진단은 잘못됐거나 잘 봐주더라도 한가하기만 하다. 17일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 전담반 T회의에서 김병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6월 고용률이 29개월 연속 역대 최고, 실업률도 역대 최저 2위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고용지표가 과거에 비해 개선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업과 자영업 취업자가 줄고 청년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시장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데 특정 산업 분야와 일부 계층에 어려움이 있는 정도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황정아 의원은 "정부는 경기가 회복세라며 자화자찬하지만, 실제 민생경제는 악화일로"라며 "추경이라도 편성해 비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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