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멈추며 2분기 영업이익 33.7% 급감
기존 시장 침해하는 문어발식 경영이 원인
주요 계열사 구조조정에 노조 첫 단체행동
경영 실패 반성하고 경영진부터 교체해야
일부 증권사가 4일 카카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 2분기 실적이 부진한데다 앞으로도 수익성을 개선할 요인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은 “주요 사업부의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 투자를 늘려야 하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6만4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낮췄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사업의 이익률 훼손이 지속되고 있고 해외 진출을 비롯해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 없이는 광고와 커머스 부문 성장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6만 원에서 5만6000원까지 하향 조정했다.
카카오가 3일 공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카오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 감소한 1135억 원에 그쳤다. 순이익도 563억 원으로 44.4% 감소했다. 매출이 2조425억 원으로 12.1% 늘며 분기별 첫 2조 원을 넘어섰으나 이는 SM엔터테인먼트 편입 효과 덕이다. 카카오는 지난 3월 SM을 인수했다. SM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2398억 원, 영업이익은 35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영업이익은 84% 상승했다. 이런 SM 실적을 제외하면 카카오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 쪼그라든다. 플랫폼과 톡비즈(카카오톡 부문 사업)는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포털비즈(포털 부문 사업)와 미디어, 게임 부문에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인건비와 설비투자,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 비용이 늘어난 것도 실적이 저조했던 이유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하는 경영 방식을 탈피하지 못한 데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 대신 이미 있는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챙기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결과다. 사업을 쪼개 계열사들 만들고 확실한 수익 기반이 생기기도 전에 상장하는 식으로 덩치를 키우는 수법도 한계에 직면했다. 카카오 계열사는 2018년 60여 개에서 4년 만에 120개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계열사가 적자를 보고 영업이익률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영진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 8명은 2021년 말 회사 상장 직후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했다. 이런 행태는 카카오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책임도 무겁다. 그는 2018년 처음 국회 국감장에 출석해 잘못된 경영을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국감장에 나와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경영을 사과하고 경영 방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카카오 경영 방식에 변화는 없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지난달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 2018년 10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반발하며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카카오의 위기는 경영 실패에 따른 시스템의 실패”라며 “구조 개선과 대안을 제시하라”라고 질타했다. 카카오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경영 효율화와 신사업 투자로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경영 난맥상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구조조정에 앞서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이 우선이다. 김범수 센터장이 약속한 대로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하는 사업에서 빨리 철수해야 한다. 사업 쪼개기나 설익은 상장을 지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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