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3분기 매출·영업이익 역대 최대

카카오 5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 전망

혁신 대신 지대만 좇는 문어발식 확장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기업 가치 추락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이 극과 극으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 비해 카카오는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며 기업 가치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두 회사는 모두 거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플랫폼의 독과점을 활용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모습도 오십보백보다. 이런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이 엇갈린 이유는 신규 사업과 서비스의 실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새로 시작한 사업이 대체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SM엔터 인수를 비롯해 신규 진출한 비즈니스들이 고전하고 있다.

네이버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3분기 매출이 2조4453억 원, 영업이익이 380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9%와 15.1% 증가했다고 3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3562억 원으로 54%나 늘었다.

주력 사업인 서치 플랫폼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증가한 8985억 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 주요 플랫폼의 광고 수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검색광고 매출이 3.5% 증가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광고 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기법과 서비스로 광고 시장 침체에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커머스 부문은 북미 중고 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 인수에 따른 편입 효과가 더해지며 매출이 41.3% 증가했다. 포시마크 편입 효과를 제외해도 15% 늘었다. 네이버페이로 대표되는 핀테크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15.1% 증가했다. 콘텐츠 부문의 매출 증가율도 작년 동기보다 39.5%에 달했다. 신규 출시한 아이템이 국내외 시장에서 흥행한 결과다.

다만 1조 원 가까이 투자하며 공을 들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출시 효과는 3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지난 8월과 9월 대규모 AI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에 이어 검색 AI 서비스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생성형 AI 라인업은 계획대로 테스트를 통해 서비스 고도화와 업데이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등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카카오는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 3분기 매출은 2조2000억 원대, 영업이익은 1300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겠으나 영업이익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 전망치가 맞는다면 카카오 영업이익은 5분기 연속 뒷걸음질하게 된다.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주력 사업인 광고 매출 부진에 더해 엔터테인먼트와 엔터프라이즈 구조조정 등으로 약 2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 다른 사업들도 대체로 정체됐거나 손실을 보고 있다.

 

카카오 2023.8.04. 연합뉴스
카카오 2023.8.04. 연합뉴스

그러나 카카오의실적이 나빠진 더 근본적인 이유는 혁신 기업으로 출발했던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며 네이버를 넘어설 기세로 성장했던 카카오톡 이용자가 급속히 줄고 있는 현상에서 유추할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카카오톡의 MAU(한 달에 1번 이상 서비스를 쓴 이용자 수)는 4161만4394명으로 1위를 유지했지만 2위 유튜브의 4137만6045와의 차이가 23만8349명으로 좁혀졌다.

올해 들어 카카오톡과 유튜브의 MAU 격차는 5개월 연속 줄고 있다. 지난 5월 50만7487명으로 50만 명대까지 좁혀졌고 7월(40만1120명)과 8월(33만9799명)에 이어 3개월째 역대 최소치를 경신했다. 이런 추세라면 유튜브가 카카오톡의 MAU를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10~20대의 카카오톡 이용률이 낮다는 것은 카카오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든다.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영위하는 모든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이다. 카카오톡이 흔들리면 다른 사업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서비스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시도하고 있으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경쟁력 하락은 골목상권을 넘보는 문어발식 확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톡 이용자를 고객이 아닌 수익 창출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용자를 활용해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하다 보니 혁신 대신 지대만 추구하는 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조작 사건과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톡 기반 사업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끊이지 않은 것도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준법 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시 창업한다는 각오로 사업 전략을 다시 짜고 경영 방식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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