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구소 최근 10년간 유형 분석

기업가치 높이라고 줬더니…반년 뒤 7%

카카오페이 대표적, 한달 뒤 40.8배 먹튀

그 뒤 주가급락, 소액주주들이 손실 떠안아

‘스톡옵션’으로 불리는 주식매수선택권이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높이는 대신 임원진의 배만 채우는 데 쓰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 성과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려야 할 임원들이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매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주가 급락으로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지난 2021년 말 화제가 됐던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 2023.8.04. 연합뉴스
카카오 2023.8.04. 연합뉴스

경제개혁연구소가 13일 발간한 ‘스톡옵션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스톡옵션 행사 후 취득 주식을 매각한 460건 중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이루어진 사례가 33건에 달했다. 상장 후 1년 이내로 범위를 확대하면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 매각 사례는 70건으로 늘어난다. 이 중에는 2021년 12월 10일 당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한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도 포함된다.

상장 후 1년도 안 돼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그렇게 취득한 주식을 곧바로 매각하는 행위가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은 전제 조사 대상 460건의 상장일과 매각날 간격의 평균값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22년까지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을 매각한 460건의 상장일과 매각날 간격의 평균값은 3252일로 8~9년 사이였다. 대부분 스톡옵션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카카오페이는 2021년 11월 3일 상장했는데 상장한 지 한 달이 안 된 11월 24일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8인의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 약 44만 주를 취득했다. 이들은 이 주식을 12월 10일에 동시에 매각했다. 그러자 카카오페이 주가가 급락했고 시장에서는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에 대해 “코스피 상장사 중 다수의 경영진이 동시에 주식을 매각한 것은 전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스톡옵션의 취지, 즉 주주의 이해와 경영진의 이해를 경영진의 보수구조로 일치시키려는 취지에 부합하냐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페이 사건은 단지 내부 지배구조의 하나인 경영진 보수 구조가 최적인가 아닌가의 문제뿐 아니라 경영진의 이러한 행위가 기업의 주가와 평판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는가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임원진은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매각을 통해 총 877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 1인당 평균 매각이익은 110억 원에 육박한다. 주식 취득가격(행사가격)의 40.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들의 행위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 먹튀 소식이 알려진 뒤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 매각한 사례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 매각한 사례

문제는 국내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이 특별하지 않다는 점이다.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을 매각한 33건의 경우 매각가격은 취득가격의 16.2배에 달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4.1배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의 사례와 같이 스톡옵션 행사 후 곧바로 주식을 매각하는 현상은 국내에서는 상당히 보편적이다. 경제개혁 연구소는 “스톡옵션 행사 후 매각까지의 간격이 짧다는 것은 전체 주식 보유기간이 길지 않다는 뜻으로 주식 장기보유를 통한 중장기 기업 가치 개선이라는 스톡옵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스톡옵션 행사 후 1개월 이내에 3만 주 이상을 전량 매각한 사례는 20건에 달했고 평균 매각물량은 약 10만 주로 전체평균 1만7000주의 6배에 육박했다.

미국 기업들은 스톡옵션이 중장기 기업 가치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상장 후 먹튀 위험뿐 아니라 스톡옵션이 단기 경영 성과에 치중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스톡옵션을 보완할 새로운 주식 관련 보상 제도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영 성과와 연동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대표적이다. 목표 실적을 달성해야 보너스 금액에 상당하는 주식을 지급하는 식이다. 한 번에 주지 않고 몇 년에 걸쳐 주는 것도 차이점이다.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해 책임 경영과 장기근속을 유도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주주의 이해관계와 일치시키는 주식 관련 보상은 그 자체로 취지는 좋으나 카카오페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적절하게 규율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은 계약 조건을 더 정교하게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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