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주가조작 혐의 투자총괄 대표 구속
김범수 창업자도 개입 의혹 소환 통보 받아
시민단체는 “가상자산 통한 부당이익” 고발
사법 리스크와 실적 악화에 주가 추풍낙엽
카카오가 창업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주식 시세 조작과 불공정거래, 횡령·배임 등 여러 범죄 의혹에 휩싸여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혐의만 사실로 드러나도 카카오는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경영 공백과 함께 신규 투자에 자질이 빚어지는 등 최악의 사태에 처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실적도 지지부진하다. 경영 위험성이 커지면서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카카오 주가는 지난 2020년 5월7일 이후 처음으로 4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김 센터장과 그가 영입한 경영진이 자초한 결과다.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혁신과 기업가정신은 사라지고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에 기대 지대만 챙기려는 탐욕스러운 경영 방식이 지금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돈만 벌면 된다는 김 센터장과 경영진의 천박한 경영관이 골목상권을 탐하고 최소한의 윤리경영마저 내팽개치는 행태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법원은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SM 주가의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배 대표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김 센터장도 같은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은 상태다.
카카오는 지난 2월 SM엔터 지분 확보에 나섰다. SM엔터가 신주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이를 카카오가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9% 이상을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SM엔터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엔터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SM엔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 공개 매수를 선언했다. 매수 가격은 주당 12만 원이었다.
이 무렵 주가 시세조종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는 바람에 주가가 폭등했다. 주문을 넣었던 투자자는 사모펀드(PEF)인 원아시아파트너스로 SM엔터 발행 주식의 2.9%를 사들였다. 이 거래로 주가는 13만 원 위로 뛰어올랐다.
구속된 배 대표는 원아시아파트너스 경영진과 친분이 있었다. 사법당국이 시세조종 혐의가 있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갑작스럽게 주가 급등한 탓에 공개매수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결국 하이브는 SM엔터 인수를 포기했다. 그 후 카카오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SM엔터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주가조작은 처벌 수위가 매우 높다. 시세조종에 가담한 자는 최대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또 범죄 이익금의 최대 5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와 경영진이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최근 5년간 대주주 요건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으면 금융당국은 지분 10% 이상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SM엔터 주가 시세조종 혐의 외에도 여러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게임즈가 외주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조사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카카오페이가 가맹점을 모집하면서 불법 지원금을 받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 센터장과 카카오 계열사 임직원이 가상자산을 활용해 부당이익 취했다는 의혹도 시민단체 고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와중에 카카오 일부 임원이 법인카드로 1억 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사적으로 결제했다가 징계받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카카오는 사업 측면에서도 궁지에 몰려 있다. SM엔터 인수에는 성공했으나 카카오와 시너지를 창출할 이렇다 할 신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를 총괄하던 배 대표가 구속되면서 당분간 신사업 추진이 더 어렵게 됐다. 배 대표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지난 3월 카카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향후 실적 전망도 부정적이다. 카카오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분기 영업이익도 34%가량 줄어든 1135억 원에 그쳤다. 3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증권사들은 카카오의 3분기 영업이익이 1200억~1300억 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에 비해 10% 이상 감소한 실적이다. 주가도 추풍낙엽이다. 2년 전만 주당 15만 원이 넘었던 주가는 3만~4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증권사들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카카오의 위기는 탐욕스러운 경영 방식에 있다. 벤처기업가 출신인 김 센터장은 초심을 잃고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지대 추구 수단으로만 이용하려고 한다. 첨단 기술과 신사업 투자는 뒷전이고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무기로 골목상권을 침탈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카카오를 공동의 적으로 여기는 이유다. 김 센터장은 여러 차례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경영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뿐이었고 뒤로는 윤리적이지 못한 경영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것이 카카오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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