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추천 서비스 ‘트렌드 토픽’ 중단 압력
총선 앞두고 국내포털 길들이기 의심
“구글·넷플릭스도 제공하는 범용 서비스인데
민간 기업에 대한 여당의 지나친 경영 간섭”
네이버가 여당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용자 관심사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트렌드 토픽’ 시범 운영을 지난달 27일 중단했다. 국민의힘이 ‘실시간 검색(실검)’의 부활이라며 몰아붙이자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철회한 것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이버를 겨냥해 “3년 전 폐지된 실검과는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로 보인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 주장이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내 포털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도 유사한 서비스인 ‘투데이 버블’을 지난 5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네이버와 달리 다음은 완성도를 높여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 방침이다. 트렌드 토픽이나 투데이 버블은 포털 이용자의 관심 콘텐츠와 정보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추출해 추천하는 서비스다. 여론 조작에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2021년 폐지된 실검과는 전혀 다르다. 다음이 사이트에 공개한 ‘투데이 버블 설명서’만 읽어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실검은 순간적인 검색어 입력량을 기반으로 키워드를 추출한다. 의도적으로 검색량을 증가시키는 행위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비해 투데이 버블은 다음의 내부 서비스뿐 아니라 제휴된 뉴스 사이트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외부 웹페이지가 정보의 출처다. 또 분석의 기준이 되는 시간을 늘리고 키워드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네이버가 포기한 트렌드 토픽도 작동 원리는 유사하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네이버앱 추천·구독판에 트렌드 토픽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평소 대비 검색량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검색어를 보여주는 실검과 달리 포털에 등록된 구독 정보와 문서 클릭 이력 등 사용자의 활동을 기반으로 토픽을 추천한다. 전면 노출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제공이라는 점도 다르다. 순위가 아닌 무작위로 토픽을 노출하기 때문에 사용자마다 보이는 추천 콘텐츠가 다를 수 있다.
트렌트 토픽은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은 대부분 실시간 관심사와 개인 맞춤형 정보를 알려준다. 트렌드 토픽이나 투데이 버블이 지향하는 목표와 작동 방식이 비슷하다. 개인 맞춤형 정보라는 점에서 검색량을 조작해 여론를 호도하는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
네이버와 다음이 이 같은 서비스를 개발한 이유는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글에 밀려 점점 떨어지는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려면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절실하다. 정치적 이유로 서비스가 막히면 글로벌 기업과 점유율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NHN데이터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엔진 유입률(시장 점유율)은 2017년 3분기 각각 80.47%, 8.78%에서 지난해 4분기 62.81%, 5.1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구글은 8.45%에서 31.41%로 크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총선에 집착한 여당이 민간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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