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부터 변경 논의에도 올해초 보고서 누락
변경안 결재자는 도시건설국 안 아무개 국장
현 군수 취임 일주일 만에 과장에서 국장 승진
공흥지구 사업기간 연장처리에 주요역할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씨 일가 땅 특혜 의혹과 관련, 양평군청이 지난 2월 양평군의회 업무보고 당시 고속도로 종점 변경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원안만 보고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의회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변경안을 추진하기 위해 1조 8000억 원 규모의 국책 사업 변경 협의 내용을 고의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9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양평군 '2023년 주요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 1월 신설된 양평군청 도시건설국 도로과는 지난 2월 21일 양평군의회에 광역교통망 구축에 대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공사 내용을 보고했다.
보고 내용은 1조 7695억 원을 들여 서울 송파구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 구간에 왕복 4차로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신설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2021년 4월 통과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최종보고서와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양평군청 도로과는 업무계획 보고를 했던 지난 2월 이미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 논의 과정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예타 내용만 보고하고, 강상면 변경 논의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
총 사업비가 1조 8000억 원 가까이 들어가며 양평군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건설 사업과 관련해 계획 변경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의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의회 견제를 피해 고의로 누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회 보고가 있었던 2월 21일, 이미 양평군이 노선 변경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여러 공문을 통해 확인된다.
양평군은 지난해 7월 1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평가와 관련해 관계기관 협의 요청을 받았다. 이후 양평군은 국토부 요청을 받은 지 8일 만인 7월 26일 강상면 병산리 종점 변경안을 포함한 총 3개의 고속도로 노선안을 회신했다.
또 의회 보고를 1달 여 앞둔 올해 1월 16일, 양평군은 국토부로부터 2차 관계기관 협의 요청 공문을 접수했다. 국토부가 보낸 공문에는 강상면 병산리 종점만 나와 있는 위치도와 노선도가 협의자료로 첨부됐다. 사실상 이때부터 강상면 단일안이 논의된 것으로 의심된다.
양평군은 지난 2월 8일 국토부의 2차 관계기관 협의에 대해 노선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양평군 통과 노선에 인터체인지(IC) 설치 등 양평군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노선 계획을 수립해 주시기 바란다"을 회신했다.
그러나 양평군청 도로과는 종점 변경과 IC 신설에 대해 국토부와 논의하고 있음에도 의회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 5월 8일 국토부가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서 강상면 병산리를 종점으로 하는 노선안이 전격 발표되면서 의회도 인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평군의회 여현정 의원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노선안 변경을 알게 된 시기와 관련, "의회도 변경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5월 8일 국토부에서 발표한 이후에 알게 됐기 때문에 양평군이 거짓 보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양평군은 왜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나
양평군이 의회 견제를 피해 노선 변경을 추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 전진선 양평군수와 양평군청 도시건설국 안아무개 국장 등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진선 현 양평군수는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에 당선돼 7월 1일 취임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출신으로 군수가 바뀐 지 18일 만에 국토부가 관계기관 협의 공문을 보냈고, 그로부터 단 8일 만에 강상면 병산리 대안을 포함한 양평군의 의견서가 회신된다.
이 의견를 결재한 이는 도시건설국 안아무개 국장으로, 그는 전 군수가 취임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해 7월 8일 도시과장에서 도시건설국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승진한지 18일 만에 결재한 것이 강상면 병산리 종점 변경안을 담은 고속도로 노선안이다.
특히 전 군수가 승진시킨 안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 비리 의혹 사건인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이 매우 깊다.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부장검사 이정화)는 지난 6월 안 국장 등 양평군청 직원 3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안 국장 등은 공흥지구 아파트 사업 기간이 2014년 11월 종료됐지만 1년 7개월이나 지난 2016년 6월 김건희 씨 오빠 김모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ESI&D(시행사)의 사업기간 연장 신청을 받은 뒤, 사업 시한을 '2014년 11월'에서 '2016년 7월'로 바꿔줬다.
사업 면적 변경이나 사업 기간 연장 등은 도시개발사업 인가 변경 결정의 중대 사항으로, 원칙대로면 사업을 취소하거나 주민의견 청취, 부군수 결재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안 국장 등은 이를 '경미한 사항'처럼 보고서를 작성해 각종 절차를 뛰어넘게 해준 혐의를 받는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가 승진해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 처가 일가 특혜 의혹과 관련된 일을 다시 맡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의구심이 남는다.
안 국장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직접 묻기 위해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최근까지 사용하던 번호는 정지된 상태였다. 군청에 직접 전화했으나 "현장에 출장을 갔다"며 담당인 도로과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양평군청 최선규 도로과장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의회에 강상면 변경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보고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보고 당시) 협의 과정에 있고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예타안 기준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전 군수나 안 국장으로부터 의회 보고에서 강상면 변경을 누락하라는 지시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의가 있었음에도 의회 보고를 누락한 것과 관련, 전진선 양평군수를 수사 기관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 국장, 최 과장 등 보고 누락과 관련된 양평군청 직원들에 대해서는 경기도청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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