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김건희 씨 고속도로 특혜 땅

허가 내역 없는데 산지 이용하고 개발

고속도로 접도구역도 의문의 토지 변경

창고용지 건축물 대장 관리도 엉망진창

부동산 전문가들 "김건희 씨 땅 수상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3일 강원도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7.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3일 강원도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7.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가운데,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과 김건희 씨 일가 부동산 특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석연찮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7일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이 양평군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건희 씨 모친 최은순 씨와 김 씨 4남매 등 5명은 1987년 김건희 씨 부친(김광섭) 사망 뒤 경기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산127-1 △산-127-2 △산128 △산135 등 임야를 분할 상속받았다.

그러나 지번에 산이 붙은 경우 임야 대장에 등록된 산지로 통상 개발이 제한돼 금전 가치가 떨어진다. 김 씨 일가는 2003년 9월 1일 산-135를 임야 대장에서 토지 대장으로 등록 전환한 데 이어, 필지를 분할하고 지목(地目·토지 목적)을 창고와 대지 등으로 변경했다. 그 과정에서 도로도 깔았다. 

이로 인해 개별공시지가는 수십배가 뛰었다. 산-135에서 분할된 병산리 1002-21(대지)의 경우, 2003년 개별공시지가가 제곱미터(㎡)당  4790원에 불과했으나 분할과 지목 변경이 끝난 뒤인 2022년 26만 8700원으로 56배 상승했다.

 

김건희 씨 일가 땅 개별공시지가 변화 추이. 2023.7.7.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 제공
김건희 씨 일가 땅 개별공시지가 변화 추이. 2023.7.7.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 제공

이 과정이 가능하려면 양평군으로부터 산지전용(산지를 산지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변경하는 것)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김 씨 일가 보유 토지 중 전용 허가를 받은 필지는 산-135만 해당하고, 나머지 △산127-1 △산-127-2 △산128 등은 2008년 1월 임야 대장에서 토지 대장으로 등록 전환했지만, 허가  내역은 없다는 게 한 의원실 설명이다.

산지전용 허가 없이 산지를 전용했을 경우, 산지관리법 제14조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에 대해 당시 허가권자인 양평군수는 김선교 전 의원(국민의힘)이 막후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김덕수 양평군수 예비후보 개소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요" "알잖아요, 허가 잘 내주고" 등의 발언을 했다.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김선교 양평군수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부부의날 기념식에서 시상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1. 5. 16. 연합뉴스
김선교 양평군수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부부의날 기념식에서 시상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1. 5. 16. 연합뉴스

한 의원은 지난해 10월 6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원 장관에게 산지전용 허가와 관련해 질의했지만 원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원 장관은 당시 질의를 받았음에도, 전날(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발표하며 "제가 김건희 여사 땅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인지했다면 장관직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 장관의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씨 일가 땅 인근에는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고속국도 등 도로 건설을 하게 되면 접도구역(도로경계선으로부터 일정 범위에서 관리하는 구역)이 설정된다. 고속도로 접도구역은 향후 도로 확장이나 구조물 등을 고려해 50m 이내에서 설정할 수 있다.

김 씨 일가의 필지 인근에 여주~양평간 중부내륙 고속도로 건설이 되면서 2004년 2월 6일 고시에 따라 도로구역 경계선으로부터 20m 범위 내 구역이 접도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김 씨 일가의 땅 가운데 일부는 접도 구역 설정 이후 형질 변경(땅을 깎거나 흙을 쌓거나 포장하는 등 토지의 형상 변경)을 했다.

 

접도구역 그래픽. 검은 선으로 표기된 구역이 김 씨 일가의 필지이고 노란 부분이 중부내륙 고속도로 접도구역 내의 토지이다. 2023.7.7.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 제공
접도구역 그래픽. 검은 선으로 표기된 구역이 김 씨 일가의 필지이고 노란 부분이 중부내륙 고속도로 접도구역 내의 토지이다. 2023.7.7.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 제공

아울러 산지전용 허가를 받은 산-135도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토지 대장과 등기부 등본을 분석해보면 산-135는 임야였다가 2008년 1월 17일  창고용지와 도로로 지목을 변경하고 △1000-9번지(창고) △1000-11번지(창고용지) △1000-14번지(창고) △1000-12번지(도로) △1000-15번지(도로) 등으로 분할했다.

이 역시 전형적인 땅값 올리기 수법 중 하나다. 맹지인 임야 꼭대기에 창고를 짓고 창고로 연결되는 도로를 만들어 공시지가를 올리는 것이다. 병산리 1000-11번지 창고용지는 개별공시지가는 평당(3.3㎡) 77만 4510원으로, 지목을 막 변경했던 2008년 평당 공시지가(28만 2480원)와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해당 필지의 건축물 대장을 정부24에서 열람한 결과,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나온 김 씨의 창고용지 3필지 가운데, 1000-1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2개 필지(1000-9번지, 1000-14번지)의 건축물 대장 자료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양평군청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멸실(철거)됐거나 지번이 바뀌어서 정부24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과 경계가 다르지만, 이전 지번으로 확인하면 창고용지 3군데 중 1군데에 멸실 신고가 돼 있다"고 밝혔다.

 

병산리 1000-11번지 창고용지 건축물 대장.
병산리 1000-11번지 창고용지 건축물 대장.

양평군청에 따르면 병산리 일대에 창고 허가가 났던 곳은 당초 1000-5번지와 1000-6번지, 1000-11번지였다. 허가는 지목 변경 전인 2007년에 있었다. 허가받은 지역이 현재와 완벽하게 겹치지 않지만, 이곳이 지금의 1000-9번지, 1000-11번지, 1000-14번지 등으로 변경 및 분할됐다는 게 양평군청 설명이다.

건축물 대장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초·등본과 같다. 건축물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건축물 대장이 없다면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의미다. 사람이 이사를 하면 주민등록 신고를 하듯 지번 변경이 되면 건축물 대장도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김 씨 일가 땅의 창고용지는 건축물 대장의 주소가 바뀌었음에도 신고가 되지 않았고, 창고가 철거된 사실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5일 <민들레>가 김 씨 일가의 땅을 현장 취재한 결과, 김 씨 일가의 땅엔 1000-11번지에만 창고 1개 동이 있었고, 나머지 2개 필지(1000-9번지, 1000-14번지)에는 작은 비닐 하우스나 폐자재 등이 방치된 모습이 확인됐다.(7월 5일자 기사 참고)

 

5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창고용지(병산리 1000-11번지)에 지어진 패널 건축물. 주변에 폐가구와 나무자재 등이 쌓여 있다. 2023.7.6. 김성진 기자
5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창고용지(병산리 1000-11번지)에 지어진 패널 건축물. 주변에 폐가구와 나무자재 등이 쌓여 있다. 2023.7.6. 김성진 기자

2008년부터 최근까지 카카오맵에 공개된 이 일대 위성사진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2011년 위성 사진에서는 창고용지 3필지 모두 건축물들이 확인되지만, 2015년 위성사진부터 창고 1개만 남고 철거됐거나 무너진 모습이 나타난다. 그 뒤 사실상 방치돼 현재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이라면 3개 필지 중 창고가 없는 2개 필지는 멸실 신고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2개 필지는 건축물 대장 자체가 없고, 양평군청이 밝힌 과거 지번으로 된 3개 필지도 멸실 신고가 된 것은 단 1개 뿐이다. 나머지 2개 필지 중 1개도 멸실 신고가 돼야 하지만, '신규'로 등록돼 여전히 창고가 있는 것처럼 신고된 상태다.

건축물관리법 제54조에 따르면 건축물 멸실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김건희 씨 일가의 병산리 땅 위성사진. 2015년 이후 창고가 1개만 남은 것이 확인되지만 멸실(철거) 신고를 하지 않았다. 건축물관리법 위반이다. 2023.7.7. 카카오맵 갈무리
김건희 씨 일가의 병산리 땅 위성사진. 2015년 이후 창고가 1개만 남은 것이 확인되지만 멸실(철거) 신고를 하지 않았다. 건축물관리법 위반이다. 2023.7.7. 카카오맵 갈무리

익명을 요구한 공인 중개사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창고용지에 심각한 하자가 있어 보인다"며 "창고가 무너지거나 철거하면 멸실 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군청에서 원상복구를 명령하든지 멸실 신고를 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 중개사는 "지번이 변경되었으면 건축물 대장도 수정해야 한다"며 "철거 후 폐자재 등 처리 문제가 있어서 멸실 신고를 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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