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국토부, 있는데도 없다고 대놓고 '거짓말'
원희룡, 들통나자 "실무까지 내가 어떻게 아냐"
국토부 답변자료까지 나오자 그제야 "시정하겠다"
국토부 누리집에 공개한 과업수행계획서 4쪽 누락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양평 고속도로 현안 질의는 시작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부 관계자들이 용역업체가 제출한 자료가 없다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들통나 문제가 됐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일가 특혜 의혹이 점점 짙어지는데,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 과정을 검토할 수 있는 자료를 국토부가 임의로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원 장관은 국토부 내에 자료가 있음에도 의원들에게 "없다"고 답했다가,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회의장에서 드러나자 "어떻게 실무적인 거까지 아냐"고 적반하장격으로 나왔다.
아울러 국토부가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홍보할 목적으로 최근 홈페이지에 올려둔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55개 자료에서도 국토부 관계자가 임의로 자료를 조작한 흔적이 발견됐다.
자료 멀쩡히 존재하는데…원희룡 "자료 없다"
원 장관과 국토부의 거짓말이 드러난 것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의 자료요청 발언에서였다.
심상정 장관님, 이번 논란 핵심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강상면을 최종 노선으로, 잠정 노선으로 정했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것을 규명하는 데 꼭 필요한 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타당성 조사 용역사가 국토부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월간 진도 보고서가 있더라고요. 국토부 지침에 보니까.
용역사는 매월 말일에서 다음 달 10일 사이에 월간 진도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하라, 과업지시서에 돼 있어요. 여기에는 사업 추진의 문제점과 대책 등을 기록하도록 돼 있거든요? 국토부와의 협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용역사가 발주처(국토부)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대안 노선을 제시하는 것은, 제가 100명을 물어봐도 그거는 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기 때문에, 국토부가 어떤 협의 과정이 있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자료인데 이게 아무 응답이 없어서 요청을 했는데, 답을 해주시라.
원희룡 우선 월간 진도 보고는 용역사업 계획서에는 그런 용어로 돼 있는데요. 도면을 가지고 와서 매달마다 한 번씩 실무자들끼리 협의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도 보고서를 용역사에서 국토부에다가 작성해서 보고한 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못 드리는 거고요.
그래서 그게 자료(월간 진도 보고서)를 줬니, 안 줬느니 논란이 된 게 실무적인 실태를 잘 몰라서 서로가 혼동됐던 면도 있는데요. 그래서 제가 자료를 전부 확인하고 나서는 용역사에서 들고 왔던 자료, 거기에 메모한 것까지 다 공개하자 그래서 공개된 겁니다.
심상정 들고 온 자료가 아니라 국토부의 과업지시서에 (용역사가) 기록해서 제출하도록 돼 있어요. 그런데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책임을 져야죠.
원희룡 이따 용역사를 불러서 한번 물어보십시오. 작성이 안 돼 있습니다. 작성이 안 된 자료를 제출할 수 없고요.
심 의원 발언대로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월간 진도 보고서가 없다면 절차상 규정도 지키지 않고 일개 용역업체가 50일 만에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국책사업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 된다.
특히 노선 변경 과정에 대해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는데, 용역업체가 경제성 분석도 없이 노선을 수정하면서 근거도 남기지 않았다면 더욱 국민들에게 의혹을 증폭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원 장관의 거짓말은 그새 들통났다. 심 의원과 원 장관의 발언을 듣던 한준호 의원이 원 장관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던 타당성 조사 월간 진도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한 의원이 왼손에 든 서류뭉치 표지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조사(평가) 사업 4월 월간 진도 보고서 2022.4. 경동엔지니어링'이라고 적혀 있었다. 원 장관은 자료를 보자 "실무적인 걸 일일이 어떻게 파악하냐"고 되려 목소리를 높였다.
한준호 조금 전 심상정 위원님께서 자료 요청하신 월간 진도 보고서, 저 들고 있습니다. 이게 왜 없습니까? 이거 없습니까? 국토부는 없어요? 이거 없으세요? 저는 들고 있는데? 이 안에 내용도 있습니다. 왜 저는 들고 있는 게 장관님께 없습니까? 이런 식의 태도로 어떻게 국토부하고 장관님께서 현안질의에 임하신다는 겁니까?
원희룡 이거든 저거든 저는 그렇게 설명을 우리 실무자한테 들었습니다. 파일로 갖고 있는 거 전부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자료들이 (의원님들께) 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자료를, 실무적인 거를 일일이 어떻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알겠습니까. 필요하면 저희 실무자가 답변하게 하겠습니다.
심상정 장관이 지금 큰소리할 때입니까? 자료 조사도 차별해요? 큰 당, 작은 당? 그리고 오늘 어떤 자리인데, 내용 파악도 안 하고 오셨습니까? 용역사가 제안했다고 여러분들이 이야기하시기 때문에 누가 최초로 이것(종점 변경)을 제안했는가를 규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봅니다. 언제부터 요구했는데 없다고 합니까? 우리 한준호 의원한테 누가 (자료를) 줬어요?
이런 식으로 장관이 국정을 운영하니까 의혹만 눈덩이처럼 커지는 겁니다. 사과하세요. 당장 주세요.
아울러 원 장관뿐만 아니라 국토부 관계자도 의원실에 월간 진도 보고서 자료가 없다고 거짓 보고를 한 사실이 민주당 김수흥 의원 발언을 통해 확인됐다. 조직적으로 노선 변경 검토 과정을 감추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수흥 장관님 제가 심상정 의원님이 요청한 자료(월간 진도 보고서)를 요구했는데 국토부 답변이 이렇게 왔습니다. '월간 진도 부분은 노선 검토 내용 논의 등 수시보고로 진행됐으며, 회의록은 미작성됐다'고 자료 제출했습니다. 한두 의원도 아니고 여러 의원들이 자료 요청한 거에 대해서 부실하게 자료를 제출했는데, 장관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십시오.
원희룡 건건이 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이게 월간 진도 보고서냐, 회의록이냐, 도면만 놓고 회의했냐 이런 부분을 가지고 (용어가 헷갈려서)…
김수흥 월간 진도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질의) 했어요.
원희룡 실무적으로 의원님들께 들쑥날쑥 가거나 사소한 이름 차이로 인해서 오고가는 데 있었던 점들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요.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다 공개하는 마당에 사소한 것을 가지고 불편이나 불신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국토부 공개 자료 4쪽 고의 누락 의혹 "자료 오염"
이날 국토위에서는 종점 변경을 검토한 용역업체가 지난해 3월 타당성 조사를 시작하며 국토부에 제출한 '과업수행 계획서' 내용이 임의로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용역업체가 작성한 38쪽짜리 과업수행 계획서 내용 가운데 4쪽이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과정에서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해당 내용과 관련한 목차 제목도 삭제됐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과업수행 계획서가 누군가 손을 대서 오염된 흔적이 발견됐다"며 "최초에 받은 문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내용 검토가 통째로 원본에 있던 부분이 빠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국토부는 실수라 하는데, 한글 파일(.hwp)을 저장 형식만 PDF로 바꿨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질 수 없다"며 "누군가 문서에 손을 대지 않고는 사라질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조작을 해서) 페이지 수와 목차간 순서도 안 맞는다. 문서 자체를 오염시키고 위·변조 조작한 위험이 있다"며 "장관의 분명한 사과와 문서를 조작한 책임자에 대한 규명이 있어야 한다. 국회 모독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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