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미 강상면 병산리 종점 변경안 추진해
국토부-양평군, 공문 주고받으며 사전 공모 정황
교통정체 시작점 변경은 묵살하고 '종점만' 변경
여현정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노선 55% 변경"
양평군의회 민주당 의원들 단식농성 3일차 돌입
"지역에서 고립되고 있어…전국적인 관심 필요"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일가의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양평군이 주고받은 공문 곳곳에서 김 씨 일가의 땅이 있는 경기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를 종점으로 하는 변경안을 사전에 논의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노선을 도출했다는 입장이지만, 양평군으로부터 공문을 회신하기도 전에 국토부가 종점 변경안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준비서 심의를 요청하고, 양평군은 이에 맞춰 적절하다고 답변하는 등 종점 변경을 계획적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점점 짙어진다.
10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더불어민주당 여현정 양평군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원안인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 병산리로 변경하는 방안이 지난해 7월부터 논의된다. 양평군은 지난해 7월 18일 국토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고, 8일 만인 7월 2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안) 협의 의견 현황'을 보냈다.
양평군이 보낸 현황에는 △(제1안)당초 노선을 일부 조정해 강하면 운심리 인근에 IC를 신설하고 양서면으로 가는 안 △(제2안)광주시 퇴촌면 지점부터 노선을 변경해 강상면 병산리 부근을 종점으로 하는 안 △(제3안)퇴촌면부터 노선을 변경해 강하면을 종점으로 하고 88호선 국지도에 연결하는 안 등이 담겨 있다. 이전에 종점 변경에 대한 의견이 전혀 없다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여 의원은 "단 8일 동안 1조 8000억 원짜리 국책 사업에 노선 55%가 변경되는 일을 양평군에서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의회에도 보고하지 않고, 전문가 검토도 없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은 특히 검토 사항에서 원안을 일부만 조정한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제1안에 대해 경제성, 타당성, 지역주민 편의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의혹이 불거진 제2안 강상면 병산리 종점안에 대해서는 경제성 재분석, 사업비 증액 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강하면이 종점인 제3안은 교량 신설와 IC 연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경제성·타당성·편의성 등에서 양서면 종점안이 우선안으로 평가를 받았음에도, 지난 5월 8일 강상면 병산리로 종점을 변경한 '서울-양평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개했다. 양평군의 검토사항 대로 강상면 병산리 종점안은 도로 길이가 당초 26.8㎞에서 29.0㎞로 2.2㎞나 공사비가 1조 7695억에서 1조 8661억 원으로 966억 원 증가하게 됐다.
이 같은 결정은 이미 그 이전에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올해 1월 16일 양평군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평가와 관련해 검토의견을 요청하는 두 번째 공문을 보내면서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조사(평가)사업개요'라는 제목의 문서를 첨부했다. 이 문서에는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강상면 병산리를 종점으로 하는 위치도와 노선도만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제외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토부는 이 공문을 보내면서 양평군에 1월 27일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하며 "본 사업의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하여 동 기한까지 회신이 없을 경우 의견이 없는 것으로 처리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양평군은 이에 대해 기한이 12일이나 지난 2월 8일에 회신하며 "양평군 통과 노선에 IC 설치 등 양평군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노선 계획을 수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제출 의견을 냈다. 노선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의견 제출 기한이 한참 지났음에도 국토부가 노선에 대해 언급도 없는 양평군청의 의견을 뒤늦게 받은 것은 절차상 요식 행위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 의원은 "(양평군이) 1월 27일까지 회신을 안 했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며 "국토부에서 양평군 의견이 필요했기 때문에 뒤늦게 공문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양평군 제출 의견을) 명분을 삼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양평군이 타당평 평가에 대해 의견 제출을 하기도 전인 2월 6일 국토부가 먼저 양평군에 세 번째 공문을 보내 강상면 병산리 종점안에 대해 '전략환경 영향평가 평가준비서 심의'를 요청한 것은 사전 계획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든다. 여 의원은 "국토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한 안을 포함한 세 번째 공문(전략환경 영향평가 평가준비서 심의요청)을 내려보냈다"며 "양평군에서 (국토부 요청에) '다 좋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여 의원의 말대로 양평군이 국토부 요청에 따라 2월 20일 회신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 준비서'는 "환경보전목표 설정은 적절하다고 판단됨" "항목별 대상지역 설정범위는 적절하다고 판단됨" "평가 항목·범위·방법 등은 적절하다고 판단됨" 등의 심의위원 의견이 포함됐다. 사실상 강상면 병산리로 종점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양평군이 길을 열어준 것이다.
강상면 병산리 종점 변경은 하남시의 시점부(시작점) 변경 건의와 비교해서 보면 더욱 의구심이 든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계기관 협의자료에 따르면 경기 하남시는 교통 마비를 이유로 지난해 8월과 지난 2월 시점부를 감일 분기점(JCT)에서 서하남 나들목(IC)으로 변경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었다.
국토부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하남시는 지난 2월 '미시적 교통시뮬레이션'(VISSIM) 분석 시 서하남 나들목과 인근 교통 소통 마비가 예상된다는 의견서와 함께 주민 1만여 명 반대 서명까지 제출했지만, 의견은 묵살됐다. 종점을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공식적인 요구도 없었던 강상면 병산리를 종점으로 일사천리로 바꾼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주당 여주시양평군지역위원회 김연호 대변인은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하남 교산 신도시 교통정체 해소와 양평 6번 국도 교통정체 해소가 목적이었다"며 "고속도로 시점부(하남)는 교통정체가 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었고, 이쪽(양평)은 종점을 바꿀 필요가 없는 지역인데 반대로 했다"고 말했다.
외로운 싸움하는 양평군 의회 의원들
한편 여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최영보 양평군 의원과 함께 지난 8일부터 양평군청 앞에서 '고속도로 백지화 철회 촉구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단식 3일차인 이날 <민들레>가 농성장을 방문한 시간, 여 의원, 최 의원 외에도 민주당 소속 유필선 여주시 의회 부의장과 진선화 여주시 의원, 민주당 방수형 중앙당 부대변인 등이 연대 농성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당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사정은 여의치 않다고 한다. 양평군 의회는 7명 중 5명이 국민의힘 의원이다.
여 의원은 "어제 같은 경우 양평군 버스를 타고 양평군 공무원들, 국민의힘 군의원들, 전직 국회의원, 이장협의회를 비롯한 단체 대표들이 민주당사에 갔다"면서 "백지화시킨 것은 국토부이기 때문에 국토부에 항의하고 요구해야 하는데,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거기에 모두 동원되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경된 노선안은 2023년 5월 8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군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15년 동안 단일안으로 추진되었던 그 노선(양서면 종점안)이 간절한 노선"이라면서 "두 가지 안이 나타나 강상면과 양서면 주민들이 서로 입장이 다르다보니까 첨예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지만, (주민들은) 정쟁으로 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여 의원은 "백지화를 철회하고 고속도로를 다시 조속하게 추진하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책임이라고 하고 원흉이라고 몰아가면서 (지역에서) 사실은 고립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국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원안을 되살려서 조속히 추진하되, 주민들이 원하는 강하 인근 IC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공식 입장"이라며 "그것을 위한 서명운동을 우리 군만 하는 게 아니라 고속도로 영향을 받는 경기권, 강원권, 충청권까지 국민 서명 운동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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