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정 의원 양평 사무소에서 간담회
국토부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포함 1년 전
6월엔 의원회관서 보고…의정 활동 성과로 소개
"지역이 양평이라는 것만 결정됐다" 주장과 배치
윤석열 취임 전까지 '양서면 종점' 일관된 방안
'제2차 건설계획' 3개월 지나 돌연 '강상면' 부상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6년 2월 당시 경기도 양평군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여주‧양평‧가평)에게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방안을 보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2017년 1월 양평 고속도로가 국토교통부의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정식으로 포함되기 약 1년 전이다. 당시 양평군수는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면서 김건희 씨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쪽으로 노선이 급격히 틀어지는 변경안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양서면 종점'이 국토부나 양평 지역의 일관된 방안이었음이 재확인된 것이다. 이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역이 양평이라는 것만 결정됐던 것이고, 종점이라는 개념은 없었다"는 정병국 전 의원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13일 정병국 전 의원의 공식 블로그를 찾아본 결과 '언론 속 병국' 코너에 <정병국 의원, 송파~양평 간 고속도로 건설 추진 관계자 간담회>라는 통신사 뉴시스의 기사가 포스팅돼 있다. 이 기사에는 2016년 2월 15일 당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의 양평 사무소에서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경기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숙원사업인 송파~양평 고속도로 개설 논의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이 간담회 자리에서 국토부 강희업 도로정책 과장은 "양평~송파간 고속도로 개설 사업은 경기도가 추진하던 사업으로 현재 국토부 종합계획에는 담겨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사업으로 6월까지 진행되는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건설을 추진 중인 고속도로는 22,8km, 4차로(24m)에 이르는 규모이며 완공될 경우 양서면 도곡IC를 출발해 제4양평대교~퇴촌IC~도마IC~상사C~산곡IC를 거쳐 위례신도시를 관통, 서울 송파구 오금동까지 15분대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고 이 기사는 보도하고 있다. 이어 "고속도로가 개설되면 국도 6호선(남양주~팔당대교~양평)과 3호선(송파~서하남~광주), 43호선(강동~하남~광주)의 차량 정체가 해소되고 경기 동부권과 강원권 물류 유통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해당 뉴시스 기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재 포털과 뉴시스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상태다. 블로그에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면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요청하신 컨텐츠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나온다.
그러나 국토부가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고속도로 추진 계획을 정병국 의원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은 몇 달 뒤 다른 통신사가 보도한 기사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정병국 전 의원의 블로그에는 2016년 6월 9일 연합뉴스의 <송파∼양평 고속도로 추진…"노선 조정해 민자 유도">라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노선도가 첨부된 이 기사에 따르면 당시 국토부는 "서울∼양평 주간선도로인 국도 6호선이 적정교통량을 초과하고 앞으로 도로용량 포화가 예상된다"며 "국도 6호선과 서울외곽·중부·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차량 정체를 완화하려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도로국은 이런 추진 계획을 2016년 6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 의원에게 보고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그러면서 "송파∼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 양서면 도곡IC에서 제4양평대교∼퇴촌IC∼도마IC∼상사IC∼산곡IC를 거쳐 위례신도시를 관통해 서울 송파구 오금동까지 총연장 22.8㎞, 폭 4차로(24m) 규모로 건설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이처럼 '양서면 도곡IC'가 명시된 통신사 기사들을 자신의 의정 활동 성과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블로그에 게재해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2008년 2월 한신공영 등 6개 민간 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경기도에 제출하면서 처음으로 공론화됐다. 이들 업체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양평군 양서면 도곡리 도곡IC까지 이어지는 노선을 제시했는데, 양서면 양수리 두물머리 등으로 인해 상습 정체를 빚는 6번 국도의 교통량 분산이 주목적이었다.
이 노선이 기초가 돼 2017년 1월 국토교통부의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16~2020년)'에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중점추진사업에 포함됐다. 이후 2019년 10월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광역교통 2030', 2021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2021년 9월 국토부의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2021~2030)', 2022년 2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 등 공식 문서에 양서면 종점이 직접 명기되거나 노선도에 위치가 표시되는 식으로 일관되게 등장했다. '강상면 종점'은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다.
국토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강상면 종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5월이다.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발표된 지 3개월밖에 안 지난 시점이다. 국토부가 예타를 통과한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시작하면서 설계사(동해종합기술공사‧경동엔지니어링)에 의뢰를 했고, 이들 업체가 조사 및 검토를 거쳐 2022년 5월 용역착수보고회에서 강상면을 종점으로 변경하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같은 해 7월 18일 기존 종점인 양서면 안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양평군에 보냈다. 그러나 양평군은 접수 8일 만인 7월 26일 의견서를 회신하면서 원안에 가까운 제1안(종점은 양서면으로 하되 당초 노선을 일부 조정해 강하면 운심리 인근에 IC 신설)을 최우선으로 하고 강상면 종점은 제2안, 강하면 종점은 제3안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결국 지난 5월 8일 강상면을 종점으로 한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을 소리소문없이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양평군 주민들은 물론 군청 공무원들조차 대부분 이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국토부가 대외적으로 공개한 문서 중에 강상면 종점이 명기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 문서에 '양서면'이라는 단어는 아예 언급 자체가 안 돼 있다.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딱 1년 만에 고속도로 종점은 직선거리로 7km 이상 크게 휘었고, 이에 따라 전체 구간의 절반이 넘는 55%가 바뀌는 대대적인 변경안이 예비타당성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전면에 부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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