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해소' 내세웠지만 기존 거짓말만 반복
"원안 이미 검토했으므로 대안만 제시"
"노선 공개" 문서, '공개 자료'에 없어
예타 지엽적 지적, 종점 변경 이유로 제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건설계획 단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러나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들께 직접 검증받기 위해 그간의 자료를 '전례 없이 모두 공개'한다"고 호기롭게 선언하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는 총 4개 주제, 22개 세부 분야의 사업 관련 자료 55건이다. 그러나 이 중 양평JCT와 관련된 문서 및 자료는 대부분 이미 공개된 설명자료와 보도자료로 새롭게 제시된 문건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적절한 절차 없이 강상면 안을 단일안으로 확정했다"는 의혹을 해소할 만한 내용이 없다.
국토부는 관련 자료들을 공개하면서 '사업추진경위'라는 이름의 문서에 모든 자료의 내용을 종합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문서에서 제시한 의견과 실제 문서의 내용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원안 이미 검토했으므로 대안만 제시"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 중 강상면 안을 단일안으로 하여 공개적으로 제시해 의혹의 핵심이 된 문서는 2023년 1월 16일 '타당성평가(조사) 관계기관 협의(2차) 요청'과 5월 8일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 두 문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는 2023면 1월 16일 문서에 '강상면 안'이 단일안으로 제시된 이유에 대해 "①대안노선 변경이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현재 유효한 예타노선 개요 송부 ②예타노선에 대한 의견은 1차 협의 시 수렴하였으므로, 대안노선만 표현"이라는 주석을 달아놓았다. 국토부도 이 문서에서 최초로 '강상면 안'을 단일안으로 제시해 공개한 문서라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이 문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앞에는 원안이 제시돼 있고, 뒤에는 변경안의 노선도가 제시돼 있는 이상한 문서"라고 지적했던 그 자료다. 그러나 김 지사도 잘못 얘기했다. 이 문서는 표지 바로 다음 페이지에 변경안의 노선도가 전면으로 제시돼있고, 개요 페이지에는 원안의 내용이 기재된 뒤에, 디시 변경안의 노선도가 제시돼있는 '더욱 이상한' 자료다.
전체적으로 보면 강상면 안을 단일안으로 결정해놓고 개요에는 '실수'로 원안의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자료다. 이것을 국토부는 '단일안' 혹은 '최종안'이라는 지적을 부인하기 위해 "원안의 개념도를 제시"했다고 둘러대고, 두 번에 걸쳐서 변경안의 노선도가 제시된 것에 대해서는 "1차 협의에서 원안에 대한 의견을 받았기 때문에 2차 협의에서는 대안노선만 표현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차 때 없었던 안이 추가된 것이라면 원안의 노선을 함께 표시했어야 한다. 그래야 '평가'가 되지 않겠는가. 더구나 이 문서에 제시된 두 개의 노선도는 '대안'이라는 표시도 없다. 누가 봐도 이 문서에서는 원안이 배제된 '단일안'으로서의 '강상면 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원안은 개념도로 송부했고, 2차 협의라서 대안노선만 표현했다"고 둘러대는 것은 너무나 군색한 변명이다.
"노선 공개" 문서, '공개 자료'에 없어
그리고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노선 공개('23.05.08)'라는 내용을 제시했다. 여기서 두 안에 대한 자세한 비교설명이 제시되어 있는 것처럼 표시해 놓았다. 그런데 국토부가 23일 공개한 자료는 물론 그 이전에 공개한 자료에도 이런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2023년 5월 8일자로 제시된 자료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이라는 문서다. 국토부가 23일 공개한 자료에서 이 날짜에 해당하는 자료는 이 문서밖에 없다. "양평JCT 위치가 강상면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현재 사태의 발단이 된 문서가 바로 그 문서다.
그런데 이 문서에는 국토부가 제시한 비교 설명 내용이 없다. 원안과 변경안이 함께 표시된 노선도만 아무 설명없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더욱이 이 자료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노선으로 명확하게 '강상면 안'만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 설명에는 다른 페이지에서 원안과 변경안이 함께 표시된 노선도를 제시하면서 "※ 계획노선 평면도에 복수한 제시(대안1, 대안2)"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평가대상 노선은 '강상면 안'만을 제시하면서 '계획노선'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기자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다른 어느 자료에 이런 도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토부가 "23년 5월 8일"로 날짜를 적시한 자료에는 이 내용이 없다. 따라서 국토부가 '종합검토' 자료에 "2023년 5월 8일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대안1, 대안2로 표시해 노선을 공개했다"고 제시한 자료는 정체불명의 자료다.
예타 지엽적 지적, 종점 변경 이유로 제시
국토부는 '종합검토' 자료에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서 "중촌교에 접속할 경우 (중략) 접속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검토가 필요"하고 "주변지역은 주거지가 산재하고 있어 향후 민원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강조해 놓고 있다. 예타보고서도 '대안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대안 노선'을 검토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타보고서가 말한 '대안'이 종점 위치를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타보고서가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노선이나 종점 위치가 아닌 '접속 방안'에 대한 것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다른 자료에는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한 흔적이 보인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의견까지 제시해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을 '종점 변경'의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군색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다.
특히 감일JCT, 상시창IC 등 다른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고서까지 여러 차례 만들면서 검토했던 것에 비하면 '중촌교 접속 문제'는 지엽적인 쟁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예타보고서의 '종합정책 제언'에는 '민원' 문제까지 포함해 '대안 검토'는 감일JCT에 대해 집중되어 있고, 양평JCT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국토부가 실제로 어떤 이유에서 종점 변경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해도 결코 '예타보고서'를 그 근거로 제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국토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모든 자료 공개'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종합검토'라는 제목으로 제시한 국토부의 의견들은 국토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의 '거짓말'을 더 심각하게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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