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이후 하남시 수차례 변경 건의했지만 묵살

전략환경영향평가 40건 의견 제시했어도 무시

김건희 땅 몰려 있는 종점은 50글자 회신했는데 변경

2년여 매달린 예타를 단 50일만에 민간용역사가 고쳐

"민원도 없는 종점 급변경은 윤석열·김건희 부부 특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종점(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의 모습. 교각 위 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이며 왼쪽은 남양평IC 방면, 오른쪽은 양평대교 방면. 2023.7.14.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종점(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의 모습. 교각 위 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이며 왼쪽은 남양평IC 방면, 오른쪽은 양평대교 방면. 2023.7.14. 연합뉴스

김건희 씨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시점(시작점) 변경을 하남시가 수차례 제기했지만 국토교통부가 묵살한 가운데,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보고서에서 시점인 하남시 감일 JCT(분기점) 검토를 제안하고 종점 변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당초 예타 보고서에서 시점 변경만 언급하고 종점 변경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종점을 일사천리로 바꾼 의도가 무엇인지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2021년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 예타 보고서는 사업의 추진배경 및 목적에 대해 "본 사업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까지의 약 27.0㎞ 구간에 왕복 4차로 고속도로를 신설하는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안인 양평군 양서면 종점안을 '단일안'으로 명시한 것이다.

이어 보고서는 정책성 분석에서 "시점부 감일 나들목 근처가 주거 밀집지역이며 이미 서하남IC로 인해 교통정체가 심하므로 시점부 설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요청한다"며 "국민신문고 및 하남시청 홈페이지에 감일지구 경유에 대한 민원이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감일JCT 민원이 많으니 변경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종합결론 및 정책 제언에서도 "감일JCT 접속구간에서 수도권 제1순환선의 교통량 가중이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업 반대 여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도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시점 변경 요구는 끝내 묵살하고 검토 의견도 없던 종점 변경만 추진했다.

 

2021년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 예타 보고서. 2023.7.17.
2021년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 예타 보고서. 2023.7.17.

하남시 수차례 시점 변경 제안했지만 '묵살'

하남시가 그간 묵살당한 과정을 보면 양평군 종점 변경안이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됐는지가 드러난다. 그 과정은 국토부가 '비밀리'에 종점 변경안을 추진하며 관계기관에 협의 요청을 한 공문과 회신한 문건들을 보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지난해 7월 18일 국토부의 노선 협의 제안을 받고 양평군이 예타 보고서에도 없었던 고속도로 노선 3개안을 단 8일 만에 '뚝딱' 만들어냈던 그 시기, 하남시도 국토부의 노선 협의 제안을 받았다. 시는 같은 해 8월 9일 노선 계획과 관련, 고속도로 시점을 서하남IC 입구 사거리 위치로 변경해 달라는 의견을 회신했다.

당시 하남시는 국토부에 '노선계획안 관련 협의 의견' 문건을 회신하면서 "감일지구 입주, 3기 신도시 교산지구 지정 등 주변 여건에 많은 변경이 있었으나, 입주가 완료된 감일지구 지상구간 노출부 2개소 존재 및 상가 구간 저심도 통과는 주변상가와 아파트의 소음, 분진 등 주민 주거환경 악화로 집단민원 발생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하남시는 같은 의견서에서 "위례 4차선, 감일 4차선, 서울~양평(교산) 4차선이 오륜사거리 직전에서 하나로 합쳐지게 되고 최근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인 시흥~송파 민자고속도로도 시점부가 오륜사거리로 대혼잡이 우려되며 서울시(와) 협의 시 하남시 구간에 시점부 설치 요청이 예상 되어 지자체간 갈등 발생이 우려된다"고 했다.

 

하남시가 지난해 8월 9일 국토교통부에 회신한 노선계획 관련 협의 의견. 2023.7.17.
하남시가 지난해 8월 9일 국토교통부에 회신한 노선계획 관련 협의 의견. 2023.7.17.

그러면서 "서하남IC 입구사거리 주변은 자연녹지지역으로 진출입로 확장에 유리하고, 12차선으로 서울과 하남시의 연결도로 중 가장 넓은 도로 폭을 가지고 있어 기존도로 확장과 차량정체 최소화에 유리하다"며 서하남IC 입구 사거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습정체 구역인 서하남IC의 교통량을 사거리 이전에 분산해 정체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국토부가 김건희 씨 일가의 땅이 몰려 있는 강상면 병산리를 종점으로 하는 단일안만 가지고 2차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했었던 올해 1월에도 하남시는 미시적 교통 시뮬레이션(VISSIM) 분석 시 '서하남IC 및 인근 교통 소통 마비가 예상된다'는 의견서와 함께 주민 1만 200명이 연명한 서울-양평고속도로 감일지구 관통 반대 성명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에 "나들목 최소간격은 2㎞이상 떨어져야 하나, 약 2㎞ 구간내 서하남JCT(신설)~서하남IC(기존)~감일JCT(신설)가 설치되고, 특히 서하남IC~감일JCT 간격은 680m~745m 떨어져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토부 지침상 나들목 간격은 최소 2㎞, 최대 30㎞로 하는만큼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8일 국토부가 내놓은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는 시점부가 그대로 감일 JCT로 명기된 채 종점부만 김건희 씨 일가의 땅이 몰려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된 하남시 제안은 무시되고 주민 의견도 없었던 양평군만 종점이 변경된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노골적인 무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남시 주민이 무려 40여 건의 의견을 제시하며 시점 변경을 요구했음에도 최종 항목에는 "서하남IC 입구사거리 앞으로 변경 필요" 정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된다.

당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결정과 관련해 심의위원으로 참석했던 감일지구 총연합회 최윤호 회장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평가 항목을 결정할 때 40건 이상의 문제를 지적했었다"면서 "2장 가까이 조목조목 썼는데 의결 절차가 생략됐다"고 밝혔다.

 

하남시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서하남IC 입구 사거리 변경 노선도. 2023.7.17. 시민언론 민들
하남시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서하남IC 입구 사거리 변경 노선도. 2023.7.17.

최 회장은 "위원회 운영 원칙은 대면 심의하고 과반수로 의결하게 되어 있다. 서면으로 심의절차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남시는 해당되지 않았다"며 "지역 주민 갈등이 예상되면 심의 의결하라고 돼 있지만, 위원장인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은 이를 생략했고 무시했다. 미리 짜놓고 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달랑 50글자 회신했는데 양평군 종점은 변경

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양평군이 국토부와 주고받은 공문과 비교하면 하남시 의견 묵살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남시가 교통 시뮬레이션과 주민 1만여 명의 연명 성명서를 제출하던 지난 2월, 양평군은 노선 변경 언급도 전혀 없이 "양평군 통과 노선에 IC설치 등 양평군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노선 계획을 수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단 50글자만 달랑 국토부에 회신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요구도 없었던 종점 변경은 일사천리로 결정돼 지난 5월 발표됐다.

특히 양평군이 타당성 평가와 관련해 회신(2월 8일)을 하기도 전인 지난 2월 6일, 국토부는 양평군에 미리 공문을 보내 강상면 병산리 종점안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준비서 심의'를 요청했다.  절차상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앞서 이뤄지는 관계기관 협의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음 절차가 개시된 셈이다. 양평군과 국토부가 사전에 이미 종점 변경을 계획하고 요식 행위로 공문을 주고받는 절차를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양평군은 당초 1월 27일까지 국토부에 회신해야 했지만, 아무런 언급도 없이 12일이나 늦은 2월 8일에야 공문을 제출했다. 사실상 종점 변경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국토부가 알아서 종점 변경을 추진한 것이다. 반면, 하남시는 1월 27일 마감 당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제출하겠다고 '의견제출 지연'과 관련해 공문을 보낸 뒤, 2월 6일 교통 시뮬레이션 결과와 주민 성명 등을 보냈음에도 거절당했다.

국토교통부 설명자료에 있는 타당성조사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타당성 조사와 관련, 관계기관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던 지난 2월 6일 국토부는 양평군에 전략환경영향평가 심의 의견을 요청한다. 이전 절차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다음 절차를 미리 진행한 것이다. 2023.7.17.
국토교통부 설명자료에 있는 타당성조사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타당성 조사와 관련, 관계기관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던 지난 2월 6일 국토부는 양평군에 전략환경영향평가 심의 의견을 요청한다. 이전 절차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다음 절차를 미리 진행한 것이다. 2023.7.17.

종점 변경 과정 전체를 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타당성 조사를 한 용역업체는 지난해 5월 19일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용역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단 50일 만에 조사를 마치고 강상면 종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종점도 지금 위치와 달랐다. 지난해 7월에 와서야 양평군이 처음으로 김건희 씨 일가의 땅이 몰려있는 강산면 병산리를 콕 집어 종점으로 제시하지만, 이 역시 겨우 8일 만에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9년 4월에 예타에 착수해 2021년 4월 30일 통과했다. 2년 동안 약 1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든 보고서에 대해 민간 용역업체가 단 50일 만에 전혀 다른 결론을 내고, 군청이 8일 만에 새로운 노선을 그린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1조 8000억 원짜리 국책 사업이 결정되는 과정이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결정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음에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아무런 논의와 절차도 거치지 않고 국책 사업인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으며,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혹 당사자인 윤 대통령 부부나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바꿔달라는 시점은 안 바꾸고 민원도 없었고 바꿔서도 안 되는 종점을 급변경한 것은 명백한 윤석열·김건희 고속도로 게이트이고 엄청난 특혜 시도 범죄"라며 "예타 보고서만 봐도 원희룡·국토부·국힘당·대통령실 변명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게 확인된다.  야4당과 시민단체들의 전면적인 투쟁과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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