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한준호 의원 집중 질의
"형질변경에 가격 56배 상승…이상한 점 느껴지나"
"양평군 특혜 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 벌어졌을까?"
원 장관 "잘 모르겠다" "예" "확인해 보겠다" 답변
장관직‧정치생명 걸겠다던 호언장담 지킬지 주목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 집중 질의를 통해 김건희 씨 일가의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 땅을 알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원 장관은 "제가 김건희 여사 땅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인지했다면 장관직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본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됐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해 10월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회의록을 7일 확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주질의 시간 7분 내내 김건희 씨 일가의 병산리 땅 문제를 원희룡 장관에게 집요하게 추궁했다.
한준호 의원은 "97년에 아버지에게 가족들이 땅을 상속받았는데 당시에는 임야대장상 '임야'라고 찍혀 있었다. 그런데 2003년에 가족들이 형질변경을 해 토지대장으로 등록을 전환하고 나서 필지분할을 해 지목변경을 한다. 이 땅들이 20년 정도 지나고 나니까 가격이 56배 상승했다. 이상한 점이 느껴지냐?"고 캐물었다. 원 장관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한 의원은 "이분들이 받은 게 18개 필지, 전체 한 7000평 정도 보유를 하고 계시는데 대부분 앞에 '산' 자가 붙어 있다. 산127-1, 산127-2, 산128, 산135. 그러니까 임야대장상으로 산지라서 개발행위가 제한되고 금전적 가치도 상당히 낮다. 이걸 2003년 9월에 분할을 해서 여러 가지 용도 변경을 해 지가 상승을 노렸다"고 설명한 뒤 "이 땅의 주인은 김건희 여사 일가"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어 "저희가 제보를 받고 양평군으로부터, 양평군 병산리에 있는 땅인데 양평군으로부터 전체 데이터를 받아 조사를 해 봤다"고 정확한 소재지를 명시한 뒤 "산135에 대해서는 2003년 9월 1일 필지분할을 하고 등록전환하고 지목변경을 했다. 그래서 값어치를 높였다. 1002-21이라는 것은 지금 현재 '대'로 돼 있는데 개별 공시지가가 2003년 4790원에서 2020년 26만 8700원으로 56배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한 의원 질의를 주의 깊게 들으며 중간중간 "예" "말씀하십시오" "확인해 보겠습니다" "확인해 보셨을 테니까 말씀하십시오"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다시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하는 토지대장을 분석해 보니까 3개 필지 접도구역 지정고시가 된 이후에 등록전환과 필지전환, 지목변경이 이루어진 사실들이 발견됐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을 하고 있는데 여기 2004년 2월 6일에 접도구역 지정고시가 된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 중인 필지가 인근에 있고 전체적으로 8개 필지가 있다"며 김건희 씨 일가의 땅이라는 점을 수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한 의원은 "(형질변경에) 양평군의 특혜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양평군수를 맡았던 김선교 의원이 하신 말씀이 있다.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을 했다. 그리고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뭐 때문이냐? 허가 잘 내주고 민주당에서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흔들어 대고' 등 이런 발언을 했다"며 김선교 전 의원이 지난해 3월 30일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수 예비후보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하고 "이런 부분들을 검토해 봤을 때 양평군에서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라고 양평군의 특혜 의혹까지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한 의원은 심지어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기획부동산의 느낌이 난다"고 강조했고, 질의를 마친 뒤에는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해 "이와 같이 불법적인 사안들이 있을 때는 장관님 말씀하신 사안들도 있고 위원회나 국토부 차원에서 관련된 부분에 대해 점검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 의원실에서 발견한 이 부지들에 대해 우리 위원회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이 불법 사항들 파악을 하고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원내 1당 의원이 김건희 씨 이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양평군 병산리 땅이라는 점을 밝히고 당시 여당 현직 의원 실명을 지목하면서 양평군 측의 특혜 의혹까지 길게 나열했는데도 원희룡 장관이 "거기에 김건희 여사 땅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른 자리도 아닌 국토부 국정감사장이었다. 최소한 원 장관 표현처럼 "조금이라도 인지"했을 거라는 게 상식적이다. 당시 한준호 의원의 질의 내용은 여러 언론에 보도됐고 해당 국감 영상도 물론 남아 있다.
한 의원은 며칠 뒤인 10월 14일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 자리에서도 김동연 경기지사를 상대로 "제가 지난 10월 6일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께 질의했던 부분인데, 경기도 양평군 병산리 임야 산지전용 허가 누락 문제를 제가 제기한 적이 있다"고 말해 원희룡 장관을 상대로 질의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 문제 제기는 특히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기 때문이다. 보통 토지의 필지분할이나 지목변경을 위해서는 해당 토지의 형질변경이 우선되지요, 지사님?"이라며 질의 시간 내내 원 장관에게 했던 발언을 거의 그대로 되풀이했다.
앞서 원 장관은 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긴급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브리핑에서 김건희 씨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큰소리를 쳤다.
"민주당은 자신 있으면 정식으로 국토부 장관인 나를 고발하라. 수사에 응하겠다. 만약에 그 결과 제가 김건희 여사 땅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하는 게 있었다고 한다면 (중략) 저는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 대신 고발 수사 결과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가 없고 무고임이 밝혀진다면 민주당 간판 내리라."
이제 '조금이라도 인지하는 게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장관직과 정치 생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원 장관이 대답할 차례다. 고속도로 종점부가 기존 양서면 국수리에서 김건희 씨 일가의 토지 7000평 이상이 자리 잡고 있는 강상면 병산리로 느닷없이 변경된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해명하기는커녕 1조 7000억 원대 국책사업을 아예 백지화하겠다고 막가는 식의 대응을 내놨던 원 장관이 과연 자진 사퇴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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