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대 턱걸이…신선식품 19% 올라
높은 체감 물가에 금리 인하 시기 멀어져
미국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고금리 유지
얇아지는 지갑에 서민들 생활난도 가중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물가 목표 2%대 초반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물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묶어둘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미국도 높은 물가에 금리인하는커녕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길어지면 국민의 실질 소득과 소비가 줄어 내수 경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일 발표한 현안 분석에서 올해 수출이 회복된다고 해도 금리 인상 요인이 더 커 소비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만에 3%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농산물 가격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 유가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동 정세에 따라 급등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언제든 물가가 다시 치솟을 수 있어 상승률이 다소 하락했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올해 1월 2.8%에서 2월과 3월 다시 3.1%로 올랐다가 석 달 만에 2%대를 턱걸이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안정세를 보인 것이 상승률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근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오르면서 전달(2.4%)보다 0.2%포인트 상승률이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지수는 2.3%로 작년 11월 2%대로 떨어진 이후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국민이 자주 구매하는 농산물 가격이 높다 보니 물가 지표와 체감 물가가 따로 노는 현상도 여전하다. 신선식품 지수는 3월보다는 조금 하락했으나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19.1% 상승했다. ‘국민 과일’인 사과는 80.8% 올랐고 배는 102.9% 폭등했다. 배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토마토(39.0%), 배추(32.1%) 등도 많이 올랐다.
통계청은 “정부의 긴급 안정 자금이 지원되기는 하지만 사과나 배는 저장량과 출하량이 적다 보니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과 달리 축산물과 수산물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가공식품은 1.6%, 석유류는 1.3%, 전기·가스·수도는 4.9% 각각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2개월째 올랐으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0.05%포인트에 그쳤다. 통계청은 “중동 정세가 불안정했는데 석유류 가격이 생각보다는 많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외생변수인 석유류 가격을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높은 물가와 이를 방어하기 위한 고금리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지속 가능한 경로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금리 인상 문제를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리려면 현재 높아진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지 못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리 인상을 언급할 정도는 아니지만 당장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지금 수준의 고물가와 고금리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전혀 다르다. 미국 경제는 1분기 성장률이 1.6%로 분기마다 2~4%대였던 작년보다 둔화했으나 고용과 소비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좋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1분기 성장률 하락이 뜨거운 경기를 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한국의 내수는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상으로는 1분기 1.3%의 깜짝 성장률을 민간 소비가 이끈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이었던 지난해 4분기의 기저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도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다. KDI는 “수출의 지속적인 증가가 가계의 소득 증가, 기업의 투자 증가 등 내수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겠으나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기업 투자의 기회비용 상승과 가계의 저축 유인 증대로 이어져 내수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KDI가 2일 발표한 현안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수출 회복은 올해 소비를 0.3%포인트, 설비투자를 0.7%포인트 각각 상승시킬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금리는 올해 소비를 0.4%포인트, 설비투자를 1.4%포인트 각각 하락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결과적으로 올해 소비는 0.1%포인트, 투자는 0.7%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현재의 수출과 금리 흐름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내수가 충분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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