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때 공적 보조금 늘며 격차 해소
한은 처음 발표한 ‘가계분배계정’서 증명
윤 정부는 감세에만 집중, 재정 역할 축소
고물가로 가계 실질소득 감소한 상황에서
소득 격차까지 벌어지며 서민들 '한숨'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면 소득 분배가 확실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취약층 지원을 위한 재정 지출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할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증명됐다. 한국은행은 5일 이런 메시지를 담은 '가계분배계정' 자료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한 실험적 통계로 한국은행은 앞으로 관련 통계를 매년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가계분배계정'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설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가계 소득분위 간 소득 격차가 이전소득에 의해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본원소득(GNI)과 총처분가능소득(GNDI)의 가계 소득분위별 소득 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이전소득은 가구가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서 얻은 수입을 말한다. 정부가 지급하는 공적 보조금과 사적 보조금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총본원소득은 가계가 생산에 참여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통해 얻은 소득이다. 총처분가능소득은 가계소득에서 각종 세금과 국민연금, 이자 등 비용을 제외한 소득을 뜻한다. 가계 구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소득 지표다.
2018~2022년 가계의 소득분위별 총본원소득 점유율 추이는 일정한 흐름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했던 2020년 이후에는 저소득층인 1~3분위 가계 점유율은 상승했고 4~5분위는 하락했다. 분위별 점유율을 좀 더 자세히 보면 1분위는 2020년 5.5%, 2021년 5.6%, 2022년 6.8%로 상승했고, 2분위는 같은 기간 10.3%, 10.8%, 11.7%로, 3분위는 15.5%, 15.5%, 16.0%로 높아졌다. 이에 비해 4분위는 23.6%, 23.0%, 22.7%로, 낮아졌고 5분위는 45.0%, 45.1%, 42.8%로 하락했다.
총처분가능소득의 소득분위별 점유율도 저소득 가계는 상승했고 고소득 가계는 떨어졌다. 1분위는 2020년 7.2%, 2021년 7.3%, 2022년 7.6%로 대체로 올랐고 5분위는 같은 기간 38.9%, 38.9%, 38.0%로 내렸다. 이런 결과에 대해 한국은행은 “1~2분위 가계는 정부로부터 기초연금 등 사회수혜금을 받으면서 총처분가능소득 점유율이 상승했던 반면 5분위는 소득세 등 경상세 납부 등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가계의 소득분위별 소비 점유율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2분위는 상승했고 5분위는 하락하며 소비 측면에서도 격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층인 5분위 가계가 필수재가 아닌 제품과 서비스 소비를 줄인 영향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총저축률은 1~2분위의 저소득 가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중상위층은 플러스를 보였다. 저소득층 총저축률이 감소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절대 수입이 줄면서 저축은커녕 통장에 있던 돈을 쓸 수밖에 없었던 탓으로 보인다. 그 결과 총저축률 변동 폭은 1분위 15.3%포인트, 2분위 8.3%포인트, 3분위 6.0%포인트, 4분위 5.1%포인트, 5분위 3.7%포인트로 소득이 높을수록 줄었다.
한국은행은 '가계분배계정'에 대해 “가구 단위 합산 결과일 뿐 개인 간 후생 비교나 불평등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지출을 통한 공적 보조금 등 이전소득이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부채와 건전재정, 세수 감소 등을 핑계로 재정 역할을 축소한 윤석열 정부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도 저소득층 가구와 고소득층 가구 간 빈부격차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계층 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98배였다.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의 5.98배라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7배 포인트 감소했다. 이 배율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6~7배를 유지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약자 복지 강화 정책으로 기초생활 보장 수급액 등이 많이 늘어난 것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소득 격차 개선의 지속성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위층의 소득이 증가해서 배율이 줄어든 게 아니라 상위층 소득이 감소한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대기업들이 상여금을 대폭 줄이면서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만 명목 근로소득이 감소했다. 정부는 복지 강화 정책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된 것으로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소득 격차 개선은 부수적 문제다. 명목소득이 1.4% 늘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에 달하며 가계 실질소득은 7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인 1.6% 줄었는데 이 사실이 더 중요하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소득 격차가 개선된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은행의 '가계분배계정'으로 경제가 위기일 때 재정 지출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이 증명됐으나 윤석열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법인세와 부동산세 완화로 세수가 부족하고 건전재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여전히 감세 타령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도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2조 2000억 원 감소했고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3월까지 75조 3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취약계층을 위해 이전소득을 높일 여력도 없지만 윤석열 정부는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지도 없다. 내년에도 재량 지출을 억제하는 예산 편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윤석열 정부 나머지 3년이 지나면 문재인 정부 때 개선됐던 가계 소득 분배가 다시 악화할 게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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