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성장률 상향하며 불쑥 금리 인하 제안

원 달러 환율 하루 만에 10원 가까이 상승

외식 물가·공공요금·서비스비도 고공 행진

“섣부른 금리인하는 고환율·고물가 고착화”

“내수 부양보다 불안한 물가 잡는 게 우선

오는 2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때 이른 금리인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가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으나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2%포인트까지 벌어진 기준금리 격차만 생각하다가는 금리인하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2.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2. 연합뉴스

그러나 냉면 한 그릇 가격이 1만 2000원으로 치솟는 등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고 원 달러 환율도 달러당 1300만 원대 중후반을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 고환율과 고물가가 고착돼 서민 생활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쳐 1년 넘게 금리를 동결하는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펼쳤다.

금리인하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기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다. KDI는 지난 16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하며 하반기 물가가 안정되면 통화정책의 긴축기조를 서서히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으니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고금리 기조도 점차 중립적으로 가면서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 재정정책도 지금 다소 확장적인 기조라고 평가하는데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로 간다면 재정 적자 폭도 줄면서 재정정책도 정상적인 궤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에 앞서 국책연구소인 KDI가 금리인하의 운을 뗀 셈인데 하루 만에 ‘위험한 발상’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KDI 자료를 낸 다음 날인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이 금리인하를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원 달러 환율은 10원 가까이 올랐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연준 위원들은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KDI 한국 경제 전망
KDI 한국 경제 전망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완전히 꺾이기 전까지 섣부른 금리인하는 금물이다. 내수 부양보다 불안한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다. 외식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8개 외식 대표 메뉴 중에 김밥과 자장면·칼국수·냉면·김치찌개 백반 등 5개 품목 평균 가격은 4월에도 전달 대비 또 올랐다. 김밥 한 줄 가격은 3362원으로 2년 전보다 15.6%, 1년 전 대비 7.7% 각각 상승했다.

서울지역 자장면 가격은 지난 3월 7069원에서 지난달 7146원으로 뛰었고 칼국수 한 그릇 값은 9115원에서 9154원으로 인상됐다. 냉면 가격은 한 그릇에 평균 1만1538원에서 1만1692원으로 가파르게 오르며 곧 1만 20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등 일부 유명 냉면집은 한 그릇에 1만 6000원까지 받고 있다. 이발소 요금과 목욕비 등 개인서비스 요금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서울지역 2∼4월 8개 외식메뉴 가격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외식비 자료] 연합뉴스
서울지역 2∼4월 8개 외식메뉴 가격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외식비 자료]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회의 직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까지 내려갈 것이라면 하반기 금리인하를 할 수 있겠으나 그보다 높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는 것과 상관없이 물가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성급하게 금리를 내렸다가는 환율이 급등해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큰 폭으로 증가한 가계와 기업 빚은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이런 측면에서 선제적인 금리인하는 ‘내수 침체’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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