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1위 ‘경제 실패’
지난해 성장률 세계 평균의 절반도 안 돼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실질 소득 감소
건전재정 외치며 복지 지출 줄였는데도
세수 펑크 87조·국가채무 GDP 50% 돌파
경제 실패 외면…“남은 3년도 그대로”
오는 10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줄곧 20~30%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뒤에는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2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 1위는 단연 ‘경제·민생·물가’다. 경제 정책은 지난해 추석 연휴 이후 윤 대통령이 가장 잘못하는 분야로 꼽혔다. 그것도 2위인 ‘소통 미흡’과 큰 격차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 최대 실패는 ‘경제·민생·물가’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도 ‘경제 심판론’이라고 할 수 있다. ‘875원 대파’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무능과 무관심을 상징하는 구호가 됐다. 경제 성장률과 무역수지, 물가와 재정, 실질 소득과 가계·기업부채 등 모든 경제 지표가 처참한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 마자 법인세 감면 등 부자 감세를 추진했다. 물가가 가파르게 뛰는데도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다며 정책 자금을 풀고 기준금리를 1년 이상 동결했다.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외교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며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고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큰 피해를 봤다. 그 결과 윤 대통령 재임 2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무분별한 감세를 남발했고 세출을 줄인다면서 서민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예산을 깎았다. 말로는 ‘민간 주도 성장’과 ‘기업 친화’를 내세우면서도 느닷없이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고 정부의 각종 행사에 대기업 총수들을 동원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총생산 세계 14위로 2년만에 3단계 밀려
경제정책이 원칙도 방향성도 없다 보니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4위로 밀렸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보다 3단계가 떨어지며 멕시코에도 추월 당했다. 이런 추세라면 5년 뒤에는 인도네시아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죽하면 “대통령 한 명 잘못 뽑았더니 2년 만에 한국 경제가 폭망했다”는 말까지 나오겠나.
지난 2년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2.6%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1.4%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 3.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인 일본(2.0%)보다도 성장률이 낮았다. 특별한 경제 위기가 없었는데도 이처럼 저조한 성장률을 보인 건 이례적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저성장이 세계 경제가 침체한 탓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성장률 하락은 수출 부진이 결정적 원인이다. 미·일 편중 외교로 대중국 수출이 20% 가까이 감소한 것이 결정타를 날렸다. 전체 수출이 전년보다 7.4%나 줄었고 무역수지 적자도 100억 달러 육박하며 2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외교 실패가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린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3%로 예상보다 높았다. 그러나 2분기 이후는 불투명하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내수 경기가 어둡고 국제 유가와 환율 등 대외 변수도 지켜봐야 한다.
정책 실패로 성장률 떨어지는데 물가는 치솟아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보다 국민을 더 분노하게 만든 경제 실책은 물가 관리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3.6%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보다 높았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은 비례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 경제는 주요국 대비 경제 성장률은 낮고 물가 상승률은 높다. 정책 실패가 아니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물가를 잡지 못한 이유는 자명하다.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에 인상하지 않았고 돈줄을 조여야 하는데 오히려 정책 자금을 풀었다.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부동산 부양에 나섰다. 40조 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자금을 풀어 집값을 억지로 밀려올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막기 위해 은행 등 금융권을 동원해 산소 호흡기를 달아줬다. 시장 원리에 역행하는 경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은 왜곡됐다. 높은 금리에도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그렇지 않아도 위험 수위에 오른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적절한 시기에 올려야 했던 기준금리를 묶어둔 것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원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이후 지금까지 3.5%인 기준금리를 1년 넘게 동결했다. 미국이 올릴 때 금리를 묶어둔 탓에 물가를 통제해야 하는 통화 정책은 실종됐다. 금리를 올리면 빚이 많은 가계와 기업 부담이 커지고 경기가 침체할 우려가 있다는 교과서적인 이유를 내세웠으나 이는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높은 물가에 대다수 국민 실질 소득 감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책은 경기 침체를 방어하는 것보다 훨씬 급한 일이다. 물가를 안정시켜야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내릴 여지도 생긴다. 경기 침체를 막겠다며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리면 물가가 뛰고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 원리를 무시하고 물가 관리를 후순위로 밀었다. 그 결과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물가이고 그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다. 올해 들어서도 물가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1년 이상 이어지며 국민의 실질 소득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한겨레가 고용노동부 자료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1월까지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분석한 결과 총 21개월 중 17개월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아 임금이 동결되거나 성과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실질 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경기 침체에도 무대책 부자 감세로 세수 펑크
‘부자 감세’로 대표되는 재정 정책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 등 성장 동력이 떨어져 세수가 줄어들 게 뻔한데도 정부는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내렸다. 그 결과 지난해 세수 펑크가 87조 원에 달했다.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각각 예상보다 23조 원과 15조 원가량 덜 걷히며 세수 결손 규모가 커졌다. 국가채무도 1127조 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하며 GDP 대비 50%를 돌파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지수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비율은 GDP 대비 3.9%에 달했다. 관리재정수지는 나라살림의 운영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건전재정을 들먹이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3% 이내로 묶어두는 재정 준칙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실제 정책은 전혀 달랐다. 올해도 세수 부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 파탄 이유 몰라…경제정책 바꿀 가능성 희박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관리도 아슬아슬하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으나 기업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높은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늘면서 금융권의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비은행권뿐 아니라 은행 연체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생기면 금융 시장을 강타할 뇌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는데도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인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잘못된 경제 정책을 국정 운영 성과로 나열하기도 했다. 경제 정책 방향과 기조를 바꿀 뜻이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서도 이런 인식과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도 실패한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밝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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