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 서비스 ‘뉴스제휴 언론사’로 기습 축소
여론 과점 심화, 민주주의 역행 조치 비판 거세
"수사 받는 모기업과 창업자 보호 위한 것" 해석
포털 ‘다음’이 뉴스 검색 서비스의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뉴스제휴 언론사’로 기습 변경한 것에 대해 비주류 매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용자들의 매체 검색 범위를 좁히고 여론의 과점 체제를 심화시키게 되는 행태에 대해 민주주의를 위한 여론 다양성 신장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높다. 1대 주주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우호적인 매체들 위주로 검색망에 노출시키는 것은 권력에 굴복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커지고 있다.
‘콘텐츠 제휴 언론사(CP사)’만 노출이 되도록 뉴스 검색 서비스를 기습변경한 것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24일 ‘인터넷언론과 뉴스여론을 통제하는 다음카카오를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뉴스 검색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로 즉각 복구시킬 것과 뉴스검열 통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다음카카오의 뉴스 검색 보편적 서비스 파괴 행위에 대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원상회복 조치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의 뉴스 검색 축소는 검색서비스사업자가 스스로 검색 양을 축소한 행위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다. 이용자들의 검색 양이 많아야 더 큰 이윤이 창출되는데 다음의 검색서비스 기본값 변경조처는 스스로 이윤을 포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검색 정보량을 축소하게 되면 검색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려 사업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번 설정 변경에 대해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다음의 설명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그같은 이유에서다. ‘중소 언론사 배제 등 다양성을 해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도 이를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설명은 궤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소 언론사 배제 등 다양성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옵션에 전체 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체 뉴스를 선택한 이용자들은 전과 다름없이 이용할 수 있다”라고 답했지만 이도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뉴스 검색 설정을 ‘전체’로 변경하면 그 설정이 ‘30일만’ 유지돼 30일 뒤에는 다시 ‘뉴스 제휴 언론사’만 검색되는 것으로 돌아가버린다. 뉴스 검색을 ‘뉴스 제휴 언론사’로 설정하며 그 효과가 ‘계속 유지’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뉴스' 검색으로 통하는 길에 문을 하나 더 달아 놓은 것이어서 '전과 다름없다'는 말은 이용자들을 우롱하는 설명이다.
기습적인 결정과 시행 과정도 일방적이었다. 다음은 제휴 언론사와 별도의 협의나 사전 공지 없이 바뀐 기능을 바로 적용했다.
다음의 이같은 기습적 조치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권력에 굴복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규모가 큰 언론사 위주의 뉴스제휴 언론사들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권력에 비판적인 성향의 매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비(非)제휴 언론사의 기사 노출을 축소 차단함으로써 포털의 여론 상황을 권력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다음뉴스의 모기업인 카카오와 창업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설득력을 높이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카오는 22일 검찰로부터 사옥을 압수수색당했다. 공교롭게도 다음뉴스 검색 기본값을 조정한 날과 같은 날이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이에 대해 “카카오 사주 구하기, 정권의 입맛 맞추기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다음의 행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유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내놓고 있는 인터넷신문 검열(심의) 강행과 함께 비판적인 인터넷언론에 대한 통제 차단과 맞물리고 있다. 인터넷신문 가짜뉴스 심의로 인터넷 매체들이 자사의 검색 서비스에 의해 노출되는 기사가 '가짜뉴스'와 관련한 심의와 제재를 받을 것을 꺼려 아예 검색을 막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해석대로라면 방심위의 위법적인 '가짜뉴스' 심의를 빌미로 회사의 안전을 위해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행위를 한 것이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다음은 이번 검색 축소 이전에 지난 6월 8일 기사 댓글을 없애고 실시간 채팅인 '타임톡'을 도입하는 조치를 시행해 여론 형성 기능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용자 유입의 주요 채널이었던 댓글 창 폐지는 이용자 이탈로 이어졌다. 국내 포털시장 점유율이 4% 밑으로 떨어졌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서 다음을 보는 이용자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댓글창 폐지 때도 정부와 여당의 ‘가짜뉴스 몰이’에 호응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다음은 다시 한 번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와 포털 운영자로서 무책임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매체들이나 언론 전문가들은 다음에 이어 네이버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정부와 포털의 합작에 의한 언론 다양성 및 비판언론노출의 위축이 더욱 심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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