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I&D, 윤석열 처가 부동산 축재의 핵심 고리
농지법 위반인데다 팔당호 상수원 보호 특별지역
사업 시한 1년 8개월이나 넘기고도 '소급 연장'
분양 매출 798억 원에 개발부담금 '0원'의 기적
김건희, 사내이사 시절 투자금 8억 원 직접 조달
예견된 부실 수사…"공무원들 업무 미숙이었을 뿐"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를 둘러싼 대표적 비리 의혹인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은 결국 수사 단계에서 용두사미로 변했다. 이 사건은 윤 대통령이 양평군을 관할하는 여주지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과도 기간이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경찰은 시민단체 고발과 경기도의 수사 의뢰로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으나 1년 6개월이나 시간을 끌다 최근 초라한 결과물을 내놨다. 개발 과정에서 인허가 상의 유착이나 직권남용, 의도적인 특혜 같은 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부인 김건희 씨,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등을 모두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무혐의 처분했다. 처남 김진우 씨를 검찰에 송치한다고는 했지만 증빙서류 한두 장 정도 위조한 경미한 혐의라는 뉘앙스다.
공흥지구 개발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 산84-2번지(현 공흥리 885번지) 일대 부지에 350세대 규모의 아파트 4동을 짓는 사업이다.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 ESI&D가 2011년 8월 양평군에 자신이 보유한 땅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셀프 제안'한 뒤 '셀프 개발'했다. ESI&D가 토지 소유자이자 개발사업 제안자, 시행사, 분양사를 모두 겸한 데다 개발부담금도 한 푼 안 낸 전무후무한 사례였다. 대부분 언론이 경찰의 '면죄부 수사' 문제점을 외면하는 가운데 시민언론 민들레가 이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ESI&D는 어떤 회사인가…최인순 일가 부동산 축재의 핵심 고리
ESI&D(이에스아이엔디)는 최은순 씨와 그 자녀들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가족회사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17일 이 회사 법인 등기부 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최 씨는 2005년 7월 ESI&D(처음 이름은 방주산업)를 설립해 9년 간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2014년 11월 사임했다. 대표이사 자리는 장남이자 김건희 씨의 오빠인 김진우 씨가 물려받았다. 최 씨는 2남 2녀를 두고 있는데 차남 김진한 씨가 사내이사, 장녀 김지영 씨가 감사를 맡고 있다. 최 씨 본인도 사내이사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ESI&D의 사업 분야는 건축·토목업, 인테리어업, 부동산 개발·공급·매매·임대업 등이다. 지분은 현재 김진우 씨가 30%, 김진한 씨가 30%, 최 씨가 21%, 김지영 씨가 19%를 보유하고 있다. 차녀인 김건희 씨 역시 2008년 3월부터 6년간 ESI&D 사내이사로 재직했지만 2014년 6월 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지분을 정리했다.
ESI&D는 최 씨의 또 다른 투기 의혹인 도촌동 땅 사건에서 최 씨 동업자(피해자) 안 모씨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그 채권을 담보로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38억여 원을 대출받고 감정가 90억 원인 안 씨의 토지를 잇단 유찰 끝에 33억여 원에 낙찰받는 등 도촌동 사건에서도 핵심 수단으로 동원된 바 있다.
ESI&D는 사무실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에 위치한 '온요양원'에 두고 있다. 과거 최 씨가 운영하던 모텔 건물인 이 요양원의 설립자 역시 최 씨이고 대표는 김진우 씨다. 최 씨는 파주시 요양병원 동업자들이 불법 개설과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을 때 온요양원의 건물 소유권과 인근 부동산을 ESI&D에 매각해 압류를 피하기 위한 재산 빼돌리기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지난 2021년 12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ESI&D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에서 개발부담금 면탈을 위한 매입가 부풀리기, 잔고증명서 위조 수법을 동원한 도촌동 사기 사건에서의 경락 동원 등 최은순 씨 일가의 불법 행위에 자주 쓰이는 페이퍼 컴퍼니"라면서 "ESI&D가 2017년 9월 노인장기요양기관인 온요양원을 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해 3년간 42억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수취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의원은 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노인복지법상 온요양원의 시설운영 자격 구비 여부 ▲최근 3년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취득한 요양급여 약 42억 원의 적정성 ▲온요양원과 ESI&D 간 위장 도급 관계를 통한 요양급여 편취 여부 및 불법파견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지만 경찰은 반응이 없었다.
이같이 최 씨 일가의 축재 과정에서 여러 의심스러운 역할을 해온 가족회사 ESI&D가 특히 공흥지구를 개발하면서 제기된 비리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사 짓는다고 허위 신고하고 아파트 부지 매입한 농지법 위반
최 씨 일가는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아파트 개발을 위해 공흥지구 일대 농지를 매입해 농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짙다. 2006년 8월 양평군은 '2020년 양평군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군 전역을 대상으로 2020년까지 추진한다는 중장기 도시개발 계획안인데, 공흥지구가 포함된 양평읍이 핵심 지역이었다. 그로부터 넉 달 뒤인 같은 해 12월부터 최 씨와 ESI&D는 공흥리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최 씨는 개인 명의로 농지 다섯 필지(2965㎡ 약 900평)를, ESI&D는 임야 1만 6550㎡를 취득했다. 2011년 9월과 11월에는 인근 농지와 임야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러면서 땅을 매입하는 목적이 '농사'라고 했다.
농지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과 농지법에 따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할 수 없다. 농지법은 또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농지를 소유하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하다. 이를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받는 등 농지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 씨는 2006년 12월 당시 양평군에 "콩과 옥수수 등을 심어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와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직업을 '농업'으로, 영농 경력을 '1년'으로, 향후 영농 여부에는 '예'라고 기재했다. 노동력 확보 방안에는 '자기노동력', 농업기계·장비 보유 계획에는 '8마력 경운기 1대, 삽과 괭이 각 1개'라고 적었다. 최 씨는 직업이 농업이 아닌데다 900평이나 되는 농지를 경운기 1대, 삽 1개, 괭이 1개로 혼자 경작한다는 것도 난센스다. 1946년생인 최 씨의 당시 나이는 60세였고, 주소지는 해당 농지에서 34㎞나 떨어진 남양주시였다.
게다가 2011년 공흥리 농지 1필지(46㎡, 13평)를 추가로 사면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서 최 씨는 영농 경력이 '없다(무)'고 썼다. 2006년에는 '1년'이라고 적었는데 그 사이에 영농 경력이 늘기는커녕 아예 사라진 것이다. 최 씨는 '농업기계·장비 보유 현황'란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이는 처음 공흥리 땅을 매입한 5년 동안 농사를 지은 일이 전혀 없다는 뜻이 된다.
최 씨가 농지를 추가로 사들이겠다고 나선 2011년 9월은 양평군에 자신이 소유한 토지 주변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제안한 직후였다. 추가로 사들인 이 13평짜리 자투리 땅은 결국 공흥지구 아파트 단지의 주 출입구와 중앙로 167번길을 잇는 진출입 도로로 쓰이게 된다.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같은 해 11월 ESI&D도 공흥리 임야 2585㎡(782평)를 추가 매입했다.
애초에 아파트 지을 수 없는 상수원 보호 특별지역
최 씨는 2011년 8월 양평군에 350가구 규모의 공흥지구 민간 개발사업 제안서를 제출하고, 양평군 측은 다음해 11월 인가를 내줬다. 그런데 최 씨가 개발한 공흥리 885번지 일대는 애초에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팔당·대청호 상수원 보호를 위해 환경부장관이 고시한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1권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고시한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에 따르면 "건축 연면적 400㎡ 이상의 숙박업·식품접객업 또는 건축 연면적 800㎡ 이상의 오수 배출시설은 1권역에의 입지를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800㎡는 3~4층 정도 높이의 빌라 한 동 크기다. 저층 빌라도 짓기 어려울 정도로 신규 주택 건설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 강력한 규제를 받는 지역인데 최 씨는 350세대, 4개 동의 아파트 단지를 총 면적 2만 2199㎡(약 6700평)에 걸쳐 건축했다. 이 중 99.8%가 최 씨와 ESI&D 소유 토지이고 나머지 0.2%는 도로 등 개인 소유가 불가능한 국유지다. 2만 2199㎡ 가운데 공원과 도로를 제외한 순수 단지 면적만 쳐도 1만 6000㎡에 달한다.
환경부 고시에 예외 조항이 있긴 하다. ▲발생되는 오수를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전량 유입·처리하는 건축물 ▲지역주민의 공공복리시설(관공서‧공공교육기관‧도서관‧종합병원 등)로서 하수도법에 의한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기준 이하로 처리하여 방류하는 경우 ▲군사 목적상 필요한 시설로서 환경부 장관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이다. 그러나 최 씨의 아파트 사업부지는 이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이처럼 환경정책기본법상 아파트 건설이 허용되지 않는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에서 최 씨가 버젓이 대규모 사업을 성사시킨 데는 양평군의 편법적인 '조건부 사업승인'이 있었다. 양평군은 2012년 3월 도시계획위원회 승인 당시 "동 사업부지는 '하수처리구역외 지역'으로 방류수 수질을 5㎎/ℓ이하로 처리할 수 있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최 씨의 사업부지는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오수를 유입할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아파트 자체적인 사설 하수처리시설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가 환경부 고시의 예외에 속하는 '공공복리시설'에 해당하는 것도 아닌데 양평군이 이 같은 조건으로 특혜성 승인을 내줬지만 ESI&D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준공과 분양을 밀어붙였다. 이 지역은 2015년 양평군 하수도정비계획을 통해 2016년이 돼서야 공공하수처리 구역으로 편입됐다. 이미 개발 인가를 해주고 4년이나 지난 뒤였다.
사업 인가 시한 1년 8개월이나 넘겼는데 기간 연장 '소급 적용'
양평군이 ESI&D에 도시개발 인가를 내준 기간은 2012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2년간이었다. 양평군 도시계획위원회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사업은 2013년 말 끝나는 것으로 계획됐다. 그런데 실제 사업이 끝난 시점은 2016년 7월로 인가 허용 시기를 무려 1년 8개월이나 넘긴 것이었다. ESI&D는 중간에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사업자가 계획한 기간 내에 사업을 마치지 못하면 도시개발법에 따라 해당 지자체장 등이 인허가 취소나 공사 중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당초 인가 완료 시점인 2014년 11월 부터 법적으로 미인가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한 만큼 당연히 불법 개발에 해당된다. 하지만 양평군에서는 아파트 준공을 불과 한 달 앞둔 2016년 6월 갑자기 시한 연장을 공시하면서 2년간 '소급 적용'을 해 준다. 개발이 취소되어야 할 상황임에도 그 어떤 제재는커녕 이미 한참 지난 인가 시한을 소급해 연장해주면서까지 사업을 끝낼 수 있도록 특혜를 베푼 것이다.
ESI&D는 사업 인가를 받은 2012년 11월부터 1년 반 동안 삽 한 번 뜨지 않다가 2014년 5월 27일에서야 대한토지신탁에 공흥지구 땅을 신탁하면서 아파트 사업 시행을 맡겼고, 대한토지신탁은 다음 달인 6월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시작했다.
분양 매출 798억 원에 개발부담금은 '0원'이라는 기적
시행사로서 개발사업 기획부터 인허가 절차를 도맡아 진행한 ESI&D는 자신들이 지은 아파트의 분양도 직접 했다. 2014년 9월에 당첨자 발표를 하고, 입주까지 마쳐서 공흥지구 사업을 완결지은 건 2016년 7월이다. ESI&D 감사보고서상 회사가 거둔 분양 매출은 약 798억 원이었다. 각종 비용을 제한 실제 수익은 100억~200억 원대로 추정된다(대한토지신탁은 땅 소유권을 위탁받아 개발을 대행했을 뿐 부동산 개발이익은 소유자, 즉 ESI&D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양평군은 부동산 개발 사업자의 이익 일부를 지자체가 환수하는 개발부담금을 ESI&D에 한 푼도 부과하지 않았다. 개발부담금이 0원이라는 것은 개발된 토지의 가치가 전혀 오르지 않았거나 사업자가 손해를 본 경우에만 가능하다. 최 씨 일가가 챙긴 막대한 이익을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발부담금이 처음부터 0원으로 책정된 것은 아니었다. 양평군은 공흥지구 사업 완료 4개월 뒤인 2016년 11월에는 17억 4800만 원을 부과했다. ESI&D가 금액이 과하다며 이의 신청을 하자 2017년 1월에는 6억 2500만 원으로 대폭 깎아줬고, ESI&D가 또다시 불복해 정정 신청을 내자 2017년 6월 급기야 단 1원도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양평군은 사업이 완료된 지 5년이나 지난 2021년에 대선을 앞두고 공흥지구 특혜 의혹이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 의해 부각되자 마지못해 겨우 1억 8768만 원의 개발부담금을 재산정해 ESI&D에 통보했다. 완전한 뒷북치기에 그나마 면피성에 불과한 턱없이 작은 액수였다.
아파트 개발사업의 경우 시행사가 납부해야 할 개발부담금은 이익금의 20%다. 그렇다면 최 씨 일가는 수년에 걸쳐 350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청약 경쟁률이 5.83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분양하고도 10억 원도 못 벌었다는 얘기가 된다. 2011년부터 2021년 6월까지 10년간 양평군 공동주택(아파트) 개발사업 총 10건 중 개발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은 사례는 최씨 일가의 공흥리 아파트뿐이었다. 자신의 소유 토지를 대상으로 지자체에 도시개발사업을 신청해 승인받은 사례 또한 10년간 서울과 인천·경기를 통틀어 최 씨 일가가 유일했다.
ESI&D 사내이사로 공흥지구 투자금 8억 원 직접 조달했던 김건희
이 특혜성 사업에는 김건희 씨도 등장한다. 일찌감치 8억 원이나 되는 투자금을 직접 조달한 것이다. 김 씨는 ESI&D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던 2009년 5월쯤 A기업 대표이사의 아들 배 모씨에게 "두세 배 수익이 예상되고 투자금만큼 수익을 분배하겠다"면서 공흥지구 투자를 권유했다. 공흥지구 개발이 인가되기 3년여 전이었으니, 양평군의 사업 승인을 이미 확신한 게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거액의 투자 권유였다. 이에 A기업 측은 두 달 뒤 당시 ESI&D 대표였던 최은순 씨에게 8억 원을 건넸고, 이 돈은 2011년 11월 ESI&D가 공흥지구 내 임야 2585㎡(782평)를 사들이는 데 쓰였다.
하지만 수익금 배분을 받지 못한 A기업은 공흥지구 개발 수익 186억 원 가운데 일부를 배분해달라고 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최 씨가 투자금 8억 원을 반환했다는 이유로 A기업은 결국 2018년 6월 서울고등법원 선고를 통해 패소했지만, 법원은 김건희 씨의 투자 권유를 '기초 사실'로서 인정했다. 원고와 피고 모두 인정한, 다툼이 없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라는 뜻이다.
판결문에는 "최 씨의 딸인 김 씨가 2009년 5월경 A기업 대표이사 배 모씨의 아들에게 이 사건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A기업은 2009년 7월 15일 최 씨에게 공흥지구 개발에 관하여 8억 원을 투자하고 사업 수익금 중 일부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투자 약정을 최 씨와 체결했다"고 돼 있다.
김선교 "윤석열과 여주지청장 때 인연…내가 장모 허가 잘 내줘"
이처럼 공흥지구 아파트 개발 추진 과정에서 최은순 씨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김건희 씨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우연 찮게 민사소송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부분 외엔 알 수 없으나 투자 유치에 일찍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한 사실은 확인된다. 윤 대통령은 2008년쯤부터 김건희 씨와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검찰청 중수1과장이던 2012년 3월 11일 김건희 씨와 결혼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를 거쳐 2013년 4월 양평군을 관할하는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했다. 김건희 씨는 이때까지 내내 ESI&D 사내이사 신분이었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1980년 양평군청 소속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군내 다양한 직책을 섭렵하다 2007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양평군수를 내리 3선 연임하고 2020년 5월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ESI&D가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장이었으며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이던 시절과도 기간이 일부 겹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초창기부터 합류해 경기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의원이 지난해 3월 30일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수 예비후보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부지불식간에 실토했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내일 제가 대통령 당선인하고 점심 먹으러 갑니다. (당선인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를 하래요. 왜, 처갓집도 여기고…"라며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다 천기누설 같은 발언을 꺼냈다.
"옛날에 인연도 있지만, 지청장 때 인연도 있지만,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너무나. (…) 나하고 단둘이 있을 때는 '야, 김 의원아', 나하고 (같은) 60년생이니까. '야, 김 의원 당신만 보면 미안해' 왜? 알잖아요?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
윤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 씨의 공흥지구 개발 사업 때 양평군수였던 자신이 고생해서 허가를 잘 내줬고, 여주지청장으로 인연을 맺어 그 사실을 잘 아는 윤 대통령이 김 의원만 보면 미안해한다는 얘기다. 사업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없었다면 시행사 대표의 사위가 미안해할 정도로 군수가 직접 고생해가면서 개입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이같이 발언한 다음 날, 국민의힘 일부 의원과 함께 실제로 윤석열 당선인과 점심식사를 했다.
경찰의 예견된 부실 수사…"공무원들 업무 미숙이었을 뿐 특혜 아냐"
김선교 의원이 문제의 발언을 하고 얼마 뒤인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소속 B경위가 특별 초청을 받고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B경위 측은 경찰청과 조선일보가 매년 범죄 소탕 등에 앞장선 경찰관에게 시상하는 '청룡봉사상' 수상이 초청 사유였다고 주장했지만 같은 해 청룡봉사상을 받았던 4명 중 2명은 초청을 받지 못했고, 나머지 1명은 각 직군별로 선정했던 '국민희망 22인' 중 한 명에 포함돼 취임식에 초청된 걸로 파악됐다. 수사대 측이 김건희 씨를 포함한 공흥지구 수사에 부담과 압박을 느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은순 씨와 김건희 씨 모녀가 둘 다 공흥지구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최 씨는 도시개발 인가가 난 뒤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는데도 아파트 착공 등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이라는 이유로, 김 씨 역시 사내이사에서 사임했으며 가진 지분도 없어 공흥지구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이유였다.
최 씨의 '농지 불법 취득 의혹'에 관해서도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최 씨를 소환 없이 서면조사만 단 한 차례 했고, 김 씨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연관성이 없다며 고발 사건을 각하 처분해 아예 조사를 안 했다고 한다. 김선교 의원도 서면조사만 하고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2021년 11월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1년 6개월간 수사를 벌여왔다. 경기도는 이와 별도로 양평군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12월 경기남부경찰청에 양평군청 도시과 및 토지정보과 소속 공무원 4명과 최은순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다만 ESI&D 현직 대표인 김진우 씨는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2016년 양평군에서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공사비 등과 관련한 증빙서류에 위조자료를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 씨가 ESI&D 직원들과 함께 공사비를 많이 쓴 것으로 부풀려 이익 규모를 줄인 것으로 봤지만, 증빙서류 중 극히 일부인 한두 장 정도를 위조한 것으로 파악했고 구체적인 수법과 부당이익 규모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검찰에서 김 씨 혐의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고 기소를 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경찰은 공흥지구 개발 부지가 수질보전 지역인 것은 맞지만, 양평군의 하수도 정비 기본 계획 등에 따라 하수처리시설 설치 등의 여러 의무 사항을 준수하면 아파트 건설 역시 조건부로 가능하다고 했다. 현행 법령에 배치되는데 어떻게 가능하다는 건지에 대해서는 역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경찰은 ESI&D가 특혜나 편의를 바라고 양평군을 상대로 로비를 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양평군 공무원들은 전문성이나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업무 미숙'으로 인해 사업 시한이 경과된 기본적인 사실을 1년 8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알아차렸으며, 자신들의 과오가 드러날 것을 걱정하는 한편 아파트 준공이 늦어지면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쏟아질 우려해 시한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은 이들 '업무 미숙' 도시개발 관련 공무원 3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이들이 ESI&D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개발부담금 담당 공무원은 송치도 하지 않았다. 해당 공무원 역시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서 과오가 있었을 뿐 시행사에 이익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최은순 씨 일가 특혜 의혹을 덮기 위해 공무원 여러 명을 바보로 만든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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