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여야 정쟁''사업 백지화'로 프레임 바꿔치기

김건희·최은순은 기사 제목에서 감추며 여론조작

윤석열·김건희 친인척 의혹 은폐하고 관대한 언론

과거 '권양숙 16촌''조국 5촌조카'까지 캐내 보도

‘국토부가 김건희 씨 일가에게 특혜를 주려고 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다’는 의혹은 전형적인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고속도로를 국토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노선을 변경했는데 알고보니 그 부근이 대통령 부인과 장모, 형제자매들이 소유한 땅이었다면 의혹을 사고도 남을 일이다. 사실일 경우 대통령실 기둥 하나 정도는 무너질만한 초대형 권력형 비리다.

이 의혹은 지금까지 일부 매체를 통해 확인되고 보도된 사실만으로도 김건희 씨 일가에 대한 ‘이권 특혜’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의혹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인자’ 아니 ‘1인자’라고도 불리는 영부인 김건희 씨와 그의 모친 최은순 씨다. 최은순 씨는 이미 양평 땅 개발 특혜와 주가조작 의혹을 일으킨,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드라마의 단골 출연자다.

그렇다면 언론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 ‘권력형 이권 비리’ ‘김건희 스캔들’ 등등의 제목을 붙이고 집중적인 취재를 통해 샅샅이 진상을 파헤쳐 보도하는 게 당연하다. 그게 ‘국민의 알권리’다.

그런데 많은 언론이 딴소리를 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진상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앞장서서 진상을 덮으려는 듯한 태도다. 기사의 제목에 특혜의 몸통인 ‘김건희’와 ‘최은순’은 사라지고 ‘여야 정쟁’과 ‘사업 백지화’만 남았다.

일부 ‘친윤 매체’들은 아예 관련 보도를 축소보도하거나 기껏해야 해명 수준의 관련자 발언을 다뤄 초점을 흐려놓고 있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 비리에 대한 합리적 의혹 제기를 ‘여야의 정쟁’ 따위로 몰아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의혹을 파헤쳐 진실을 밝히겠다는 언론 본연의 자세가 아님은 물론이요,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여야 정쟁 프레임으로 바꾸는 일종의 여론조작이다. 

 

대표적인 친윤, 친국힘당 매체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그렇다.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이 본격적으로 터진 직후인 7월7일 조선, 중앙 두 신문 1면에는 ‘고속도로까지 없앤 극단의 정쟁’(조선), ‘원희룡 “야당 가짜뉴스 안멈춰…서울~양평고속도 백지화”’(중앙)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동아일보에는 1면에 관련 기사가 아예 없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여야 정쟁에 2017년부터 추진돼온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취소”되었고 “여야 모두가 고속도로라는 민생과 정책 그 자체보다는 의혹 제기와 책임 회피라는 정치적 계산이 앞서고 있다는 데선 별로 다르지 않았다”라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의혹이 일자 하루아침에 멋대로 고속도로사업을 백지화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민주당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아무리 팩트를 얘기해도 김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가짜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고 한 말도 비중있게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8일에도 1면에 ‘극단의 정쟁에 양평주민 분노’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정쟁’으로 몰아 엉뚱한 프레임 조작, 여론조작을 시도했다.

‘민주당도 주장했던 고속도로 노선, 지금 와서 김건희 특혜라니’ 제목의 사설에서는 급기야 “김(건희) 여사에게 특혜를 주려고 한 것은 민주당”“(민주당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혹을 부추겨 정책 혼선을 일으킨 셈”이라며 책임을 민주당에게 떠넘기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놨다.

 

중앙일보 역시 7일자 1면 기사에서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다”는 등의 원희룡 장관의 발언과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하는 민주당 비판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번 사안을 ‘소모적인 여야 정쟁’으로 취급했다. 4면으로 이어진 기사의 제목 역시 ‘원희룡 “날파리 선동 원인 제거” 이재명 “장관 감정적 결정”’이었다.

동아일보는 7일자 1면에 아예 관련 기사를 한 꼭지도 다루지 않고 정치면(6면)으로 넘겼다. ‘元(원) “野(야) 허위선동에 양평고속道(도) 백지화” 野(야) “국책사업 감정적 취소”’ 제목에 역시 ‘김건희’나 ‘최은순’은 사라지고 없다. 여당·야당의 ‘언쟁’만 있을 뿐이다.

다른 언론들은 어떤가? ‘당정,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격 백지화’(7일자 한국일보 1면), ‘특혜 의혹 일자…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서울신문 1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초강수’(세계일보 1면),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후폭풍…野 원희룡 고발’(국민일보 1면), ‘양평 고속도 전면 백지화’(매일경제 1면), ‘원희룡 “서울~양평 고속도 전면 백지화”’(한국경제 1면) 등이다. 여기에도 ‘김건희’‘최은순’의 이름은 사라지고 없다.

다만, 경향신문(‘김건희 라인 논란 통째 덮은 원희룡’)과 한겨레(‘김건희 특혜 말 나오자 1.7조 국책사업 백지화’)만이 제목에서 ‘김건희’를 만날 수 있다.

언론이 권력형 비리 혹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을 보도할 때 핵심은 첫째, 진상을 밝히는 것이고 둘째, 비리 몸통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언론인들이 모를 리 없는, 보도의 기본이다. 의혹이 터져나왔는데도 엉뚱하게 ‘여야 정쟁’과 ‘사업 백지화’로 프레임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것은 언론보도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다.

언론 보도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또한가지 의혹을 추가한다. 언론은 왜 윤석열 정부의 친인척 비리를 애써 덮으려 하는가? 언론은 왜 김건희 씨와 그 일가의 비리에 그토록 관대한가? 과거 어느 때인가,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대통령 부인의 16촌, 장관의 5촌 조카까지 찾아내 취재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한국 언론의 열정과 실력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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