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출 677조…증가분 대부분 의무지출로 채워
총수입 652조…국세 늘렸지만 대규모 결손 예상
내수진작 마중물 외면한 채 재정 건전성만 강조
연이은 세수펑크에도 대기업·고소득자 감세 고집
최상목 "악화된 재정의 지속가능성 정상화 과정"
민주당 "국회 심의 때 희망주는 재정으로 탈바꿈"
윤석열 정부가 2025년도 예산안을 편성 발표했다. 지출은 줄일 대로 줄이고 수입은 늘린다고 늘렸지만 적자가 25조 원이 넘는 예산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할 일을 제대로 한다면 적자가 그리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 예산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재정의 역할을 포기한 수준이다. 복지는 거의 제자리 수준이고, 내수 진작을 위해 마중물이 되기는커녕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스럽다. 재정준칙을 지키기 위해 긴축을 했느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느니 강변하지만, 기실은 경기 부진에도 아랑곳없이 밀어붙인 '부자감세'로 쓸래야 쓸 돈이 없다고 보는 게 올바른 평가다.
정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총지출 677조 원 규모의 '2025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9월부터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위의 심사를 거쳐 12월 확정된다.
내년 총지출은 677조 4000억 원 규모로 올해 본예산(656조 6000억 원)보다 20조 8000억 원(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역대 가장 낮은 증가율이었던 올해의 2.8%를 겨우 넘어선 수준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4.5%)에도 크게 못 미치는 증가율이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더욱 심각하다. 정부 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이루어진다. 내년 예산에 포함된 지출 증가는 사실상 모두 의무지출이다. 재량지출 증가는 0%에 가깝다. 법률에 의해 지급이 의무화되어 있는 의무지출은 347조 4000억 원에서 365조 6000억 원으로 18조 2000억 원(5.2%), 재량지출은 309조 2000억 원에서 311조 8000억 원으로 2조 6000억 원(0.8%) 각각 증가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 집행시 의지를 갖고 집행하는 재량지출은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도리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 2023년(24조 원), 2024년(23조 원)에 이어 3년 연속 20조 원이 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각종 경직성 경비까지 '칼질'을 했다고 예산 당국 스스로 밝히고 있다.
내년 총수입은 651조 8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612조 2000억 원)보다 39조 6000억 원(6.5%) 증가했다. 증가분은 국세 15조 1000억 원(4.1%), 기금 등 세외수입 24조 5000억 원(10.0%) 등이다.
국세수입은 382조 4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지난해 작성한 중기재정운용계획(2023∼2027년)에서 예정됐던 401조 3000억 원보다 18조 9000억 원(4.7%)이 줄었다. 하지만 이나마도 예산보다 실제 세수는 35조 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국책연구원이 전망했다. 지난해 '56조 세수펑크'에 이어 연속 대규모 결손이 예상된다.
국가채무는 1196조 원에서 1277조 원으로 81조원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낮아진다.
이런 재정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출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건전재정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앞세우지만 부자감세를 고집하다 생긴 결과를 재정 역할을 포기한 셈이다. 의무지출과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의료개혁 등 최소한의 수요에 직면하고도 재정적자를 늘릴 수 없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내년 국가 재정이 내수 진작과 성장 잠재력 제고 등 기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당장 내년은 경기 전망이 밝지 않고, 가계부채 급증으로 통화정책의 여유가 없어 재정이 그 역할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소비가 좋지 않고 실질소득도 부진한 상황인데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재정을 묶어두고 내수를 활성화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 편성에서 민생에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정 여력 부족 탓으로 전체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 증가율(4.8%)은 올해 증가 폭(7.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23년(4.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저출생 대책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150만 원에서 최고 25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고 정부는 생색을 내지만, 저출생 문제를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선언한 정부치고는 조촐하기 그지없다. 대책 가운데 돌봄서비스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인상, 대체인력 지원금 인상 등 기존 대책을 확대한 것들이 대다수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자영업자는 상당수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다.
청년 일자리 예산도 4조 원에서 4조 1000억 원으로 고작 1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15∼29세 청년층을 중심으로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고용시장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연이은 '세수 펑크'에도 대기업과 고소득자 중심의 부자감세 정책을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세수 기반 확충안을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것은 '건전 재정'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가진 내년 예산안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과거 우리의 강점이었던 재정건전성은 이제는 자랑이 아닌 위험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크게 악화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허영 예산결산정책조정위원 명의의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민생 외면, 미래 포기가 드러난 예산안"이라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내년 예산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가 재정으로 탈바꿈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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