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최고 세율 50%→40% 하향

다수 국민 부담 소득세 세율보다 낮아

최대주주 할증도 폐지…“재벌 봐주기”

“가업상속공제 확대하면 재벌도 혜택”

상속세 인하분만 세수 결손 4조 넘어

윤석열 정부가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 부자 감세 본색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십조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데도 초부자만을 위한 상속·증여세를 대폭 내리기로 한 것이다. 상속세 완화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전체 국민 5000만 명 중에 8만 5000여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 상속세 최고 세율을 하향해 세금을 덜 내는 초부자는 2000여명 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세제실장. 2024.7.25. 연합뉴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세법 개정안은 상속세율 인하를 비롯해 최대 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백지화 등 대기업과 부자 감세안으로 채워졌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처럼 대놓고 부자 감세를 추진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평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정책의 궁극적 목적이 결국 재벌 등 기업주와 부유층에 대한 세 부담 완화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반드시 저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상속세의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기로 했다. 현행 상속세의 최고 세율은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시 초과하는 금액의 50%를 상속세로 부과한다. 이를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 시 초과하는 금액의 40%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30억 원 초과 50% 세율 구간은 폐지된다. 현행 상속세 최고 세율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를 갑자기 바꾸면 많은 부작용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극소수 부자가 내는 상속세 최고 세율보다 많은 국민이 부담하는 소득세 최고 세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부터 소득세법상 소득세 최고 세율은 과표기준 10억 초과 구간에서 45%(지방세 4.5%를 더하면 49.5%)로 인상됐다. 정부가 제시한 내용으로 상속세법이 개정된다면 불로소득인 상속세 최고 세율보다 소득세 최고 세율이 더 높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경제개혁연대는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과연 조세형평과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4년 세법 개정안 중 상속세와 증여세율 조정안. 연합뉴스
 2024년 세법 개정안 중 상속세와 증여세율 조정안. 연합뉴스

최대 주주 보유주식 상속 때 할증평가를 폐지한다는 것도 부자 감세 본능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최대 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20% 할증 평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사실상 할인평가다. 주요국에서는 대주주의 지배권에 대해 일정한 할증평가를 통해 실질과세 원칙을 실현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안대로 상속세 최고 세율이 인하되고 최대 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평가가 폐지되면 재벌 총수 일가가 주식을 상속받을 때 부과되는 상속세의 최고 세율은 현행 최대 60%에서 최대 40%로 무려 33% 낮아진다. 가족 간 경영권 승계를 권장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경제력 집중과 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게 뻔하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공제 한도 확대도 과도한 부자 감세에 속한다. 정부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스케일업과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현행보다 2배 상향하기로 했다. 30년 이상 영위 기업으로서 향후 5년간 밸류업 또는 스케일업 요건을 충족하거나 기회발전특구로 본점이나 주요 사무소를 이전하면 기업주에 대해 최대 12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 방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와 원활한 가업승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 내용은 명백한 초부자 감세다. 특히 가업상속공제가 지나치게 확대돼 재벌(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속세 감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마저 열어놓았다.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유예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지난 2020년 12월 법제화된 금투세는 과거 정부가 10년 넘게 추진했던 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 확대의 최종 결과물이다.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대체하고 자산소득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금투세는 지난해 시행을 앞두고 이미 한차례 시행을 유예했는데 이를 폐기하면 국민적 합의와 조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소득도 예정대로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 결손액은 56조 원에 달했다. 올해도 세수 결손액이 최소 10조 원이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향후 4조 3515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과세와 세금 감면 정비로 확보한 세수 규모 1조 2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다. 전체 세수 감소 중 상속세 완화에 따른 감세가 약 4조 원 이상으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지향한다면서 감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감세 기조는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세법 개정안까지 고려한 세수 감소액은 81조 원에 달한다. 국내외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세수 감소는 경제 정책 운용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기 변동성이 커질수록 경기 전망은 쉽지 않고 그만큼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세법 개정으로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과 민생 안정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세 제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기업주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기업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고 그 영향은 기업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반에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낙수효과'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하고 정부의 적극적 재정 역할을 축소시킬 게 뻔한 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저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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