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세 10조 감소…지방세도 1.8조 줄어
17개 시도 가운데 10곳 진도율 작년보다 하락
교부금 축소에 법인소득 줄어 지방소득세 감소
정부 대책 없는 감세 고집에 지방재정 거덜 우려
법인세 진도율 40% 미달 예년보다 20% 줄어
정부는 반도체 기업 중간예납 한가닥 희망 걸어
'부자 감세'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펑크'가 난 것은 중앙 정부의 국세만이 아니다. 국세 감소로 교부세가 줄어든 데다 기업 실적 부진으로 지방소득세가 줄어 지방세 세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국세가 전년 동기 대비 10조 원 가까이 덜 걷혔지만, 17개 시도의 지방세 수입도 1조 8000억 원 규모 감소했다. 절반이 넘는 10개 시도는 지방세 진도율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중앙 정부의 대책 없는 감세 고집에 지방 재정까지 거덜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올해 1~6월까지 지방세 누계 징수액은 50조 6341억 원이다. 작년 상반기 52조 3877억 원보다 1조 7536억 원(3.3%)이 줄었다. 6월 말 현재 진도율로 보면 지난해 45.9%에서 44.9%로 1.0%p 하락했다.
17개 시도 중에서 서울, 인천, 광주, 세종, 경기, 충남, 경북, 전북, 전남, 제주 등 10곳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진도율이 하락했다. 지방세 진도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전남으로 지난해 56.2%에서 58.7%로 7.5%p나 하락했다. 이어 충남 –4.8%, 전북 –2.7%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1.2% 하락한 38.9%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상반기 진도율이 30%대를 기록했다.
징수액 규모는 경기가 지난해 상반기 13조 4204억 원에서 12조 4067억 원으로 1조 137억 원이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전남 3483억 원, 충남 3091억 원, 경북 2156억 원, 서울 1956억 원 등의 순으로 감소액이 많았다.
올해 진도율은 예산상 연간 세수 대비 해당 기간 세수의 비율이다. 작년 진도율은 실제 걷은 지방세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올해 진도율이 작년보다 낮다면, 실제 지방세 실적이 예산에 반영된 금액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서울은 상반기까지 11조 원을 걷어 올해 세입 예산(28조 4000억 원) 대비 진도율이 38.9%였다. 작년 상반기는 11조 2000억 원으로 작년 연간 실적(28조 50억 원)의 40.1%였다. 올해 세입 예산을 작년 실적보다 더 높게 잡았지만, 상반기까지 실적은 작년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경기도는 상반기 지방세 수입이 12조 4000억 원으로 진도율(44.2%)이 작년 상반기(46.9%)보다 낮았다.
올해 상반기 지방세 세수 감소의 주요 배경에는 법인 실적의 부진이 꼽힌다. 법인은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4개월 이내(연결법인 5개월 이내)에 지방소득세를 납부한다. 따라서 경기 부진에 따른 법인 실적의 감소가 국세 뿐 아니라 지방세 세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68조 600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9조 9800억 원(5.6%) 감소했다. 올해 누계 국세 수입은 지난 3월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점차 감소 폭이 커지면서 석 달 만에 10조 원에 육박했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45.9%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44.6%)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 국세 징수 진도율은 52.6%이다.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불 보듯 하다는 얘기다.
올해 '세수 펑크'의 주범은 뭐니뭐니 해도 법인세다. 상반기에만 16조 1000억 원(34.4%)이나 급감했다. 6월까지 누적 법인세 징수액은 30조 7000억 원으로 연간 예상액 77조 7000억 원의 40%에도 못미친다. 상반기 누적 진도율이 39.5%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상 법인세는 전년도 실적을 토대로 내는 3~5월에 60% 정도가 걷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20%가 덜 걷혔다. 역대 최대 '세수펑크'가 났던 작년에도 상반기 법인세 진도율은 44.5%였다.
정부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법인세 중간예납에 기대를 걸고 해당 기업들을 압박할 모양새다. 중간예납을 올해 낼 세금의 일부를 미리 내는 제도인데, 작년에 냈던 세금의 절반을 내거나 올해 상반기 실적을 가결산한 세액을 낼 수 있다. 단 작년에 적자를 낸 기업은 반드시 후자의 방식으로 내야 한다. 작년에 세금을 한 푼도 안냈기 때문에 중간예납에서도 산출세액이 0원인 것을 막기 위함이다.
작년 영업손실로 올해 3월 법인세를 내지 못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월 중간예납에서는 상반기 가결산으로 세금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 올해 상반기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에 정부가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 산출세액의 절반을 내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나 비상장기업이 많아 하반기 법인세 세수의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국제유가 상승으로 흑자 전환한 일부 에너지 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간예납 상황을 보고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방정부들도 공시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재산세 9월 정기분 등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올해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평균 1.52% 상승했다. 지방소비세와 연동되는 부가가치세의 호조, 부동산 거래량 증가에 따른 취득세 증가 등도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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