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산업생산 2.1% 감소 …4년여 만에 최대 폭

설비투자 –6.6%, 건설기성 –8.7%

향후 경기 예고하는 동행·선행지수도 동반 하락

기재부 "분기로는 5분기 연속 증가세" 강변하나

1분기 생산 증가 0.7% 불과 지속 전망 어려워

지난달 산업생산이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지난 넉 달 동안 근근이 이어오던 증가세를 마감하고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소매판매가 소폭 증가했을 뿐 거의 모든 부문이 감소했다. 기획재정부가 1분기 국내총생산(GDP) 1.3% 증가한 것을 두고 환호작약하며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검토한다는 김칫국을 마신 지 불과 1주일도 안돼 현 경제상황의 실상이 드러난 셈이다. 특히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들도 하락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재부의 장밋빛 전망을 믿기 어렵게 하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6(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2.1% 감소했다. 지난해 11월(0.3%)·12월(0.4%)과 올해 1월(0.3%), 2월(1.1%)까지 4개월 동안 간신히 이어온 증가세가 5개월 만에 꺾였다. 하지만 감소 폭은 2020년 2월(-3.2%)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산업활동 동향 (2024년 3월) 자료 :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 (2024년 3월) 자료 : 통계청

정부는 3월 산업생산 지표들이 불안한 양상을 보인 것은 대부분 1~2월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이어진 산업생산 증가가 0.3~1.1%의 미미한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진단이다. 기재부는 분기별로 보면 1분기 전 산업생산이 전 분기 대비 0.7% 늘어 5분기 연속 증가세임을 강조한다. GDP 회복 흐름과 유사하다는 점도 덧붙인다. 하지만 1분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1분기 GDP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제조업 생산이 크게 줄었던 2022년 12월 당시는 반도체 불황이 주된 원인이었던 반면 지난달에는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부문이 대부분 부진했다.

3월 산업생산을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3.2%, 건설업 8.7%, 서비스업 0.8%, 공공행정 1.6% 등 모두 감소했다. 특히 광공업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3.5% 줄었다. 음료(1.4%)에서 늘었으나 금속가공(-10.6%)이 크게 줄었다.

주요 업종들의 생산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흐름을 보였지만 반도체는 크게 선전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전산업 생산은 0.7% 증가했는데, 반도체의 분기 생산이 전분기보다 44.8%나 늘었다. 2010년 1분기(62.5%)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업종 자체는 전반적으로 좋은 상황"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작년 하반기부터 좋아지면서 산업생산 기여도가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산업활동 증감 추이 (2024년 3월)
산업활동 증감 추이 (2024년 3월)

3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및 운송장비 투자가 줄면서 전달보다 6.6% 감소했다. 8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건설 부문도 크게 부진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9.5%)과 토목(-6.0%)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8.7% 급감했다. 향후 건설경기를 예고하는 건설수주(경상)는 작년 같은 달보다 0.3% 늘었다.

소비지표는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반등했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음식료품·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1.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0.5%), 1월(1.0%) 2개월 연속 증가하다 2월 3.0% 감소하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소매판매는 1분기 기준으로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현재 경기와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모두 떨어졌다. 두 지표의 동반 하락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6으로 전월보다 0.3p 하락했다. 또한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3으로 전월보다 0.2p 떨어졌다.

 

경기종합지수(동행-선행 종합지수) 추이. 자료 : 통계청
경기종합지수(동행-선행 종합지수) 추이. 자료 : 통계청

정부는 월별 변동성 영향으로 3월 지표가 조정을 받았지만 제조업·수출 중심의 회복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경기진단을 내놨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산업활동이 분기 기준으로는 5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경기회복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산업생산이 내수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서비스 소비로 해석할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은 0.8% 늘며 전 분기(0.3%)보다 증가 폭을 키웠다. 반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0.2% 감소했다. 내수 지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부 회복세가 감지되지만 앞으로 경기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선행지표들은 좋지 않아 내수 회복 확신은 어려운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2분기 GDP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건설기성도 하락세고 산업생산도 반도체 빼면 내려가고 있어서 1분기 GDP 흐름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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