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발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8%로 둔화

사과 56.8%, 배 41.2% 등 과일류 폭등세 이어져

물가상승세 둔화 견인해 온 국제유가도 상승 전환

물가안정세 지속 외치던 당국도 불확실성 내비쳐

최 부총리 "2~3월 물가 3% 안팎 재상승 가능성"

소비자물가 동향 (2024년 1월) 자료 :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 (2024년 1월) 자료 : 통계청

정부는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지며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설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 과일값이 최고 60% 가까이 치솟는 등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비상 상황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2.4% 이후 6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자체도 석 달째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3.8%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3.3%, 12월 3.2%에 이어 지난달까지 낮아졌다.

품목별로 물가 상승세 둔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석유류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5.0%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1%p 떨어뜨렸다. 반면 농산물은 15.4% 오르면서 상승률을 0.59%p 끌어올렸다. 전달(15.7%)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상승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2024년 1월) 자료 :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2024년 1월) 자료 : 통계청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4.3% 상승해 0.60%p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상승 폭은 2021년 11월(4.1%) 이후 가장 낮았다. 가공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했지만, 전달보다는 0.4% 내렸다. 주세 기준판매 비율 제도 도입으로 소주·맥주 유통 가격이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에 그쳤다. 상승 폭으로는 2021년 11월 2.4%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5% 올랐다. 이 지수도 2021년 12월 2.2% 상승한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4% 상승했다. 작년 10월 4.5%를 시작으로 11월 3.9%, 12월 3.7%를 기록하며 둔화하는 흐름이다.

기획재정부는 "석유류와 개인 서비스, 가공식품 등의 가격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2024년 1월)
소비자물가 추이 (2024년 1월)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진단은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와는 너무 판이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과일 가격 폭등 추세는 가라앉을 기미조차 없다. 오히려 설 명절을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리는 추세다.

이날 통계청 발표로도 지난달 사과값은 전년 동월 대비 56.8%나 올랐다. 지난해 가을 작황 부진으로 사과값은 9월 56.3%, 10월 74.7%까지 치솟았다가 11월 56.8%, 12월 54.4%에 이어 지난달에도 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과뿐만 아니다. 지난달 배 41.2%, 감 39.7%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과일 중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밤도 7.3%가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8%)의 2.6배나 된다.

일부 과일 종류만 이처럼 폭등한 게 아니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4% 올랐다. 신선 과실은 28.5%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13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선 채소와 신선 어개도 각각 8.9%, 2.0% 올랐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사과 배 등의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과 귤 등에 대한 높은 수요가 맞물리면서 과실 물가가 수개월째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기후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2.1.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2.1. 연합뉴스

정부도 이 같은 체감물가와의 괴리를 의식해서인지 앞으로의 물가 전망에는 불확실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겨울철 이상 기후가 지속되는 등 물가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9월 93달러에서 점차 하락해 12월 77.3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82달러를 넘어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2%대 물가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안착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날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물가 전망 경로상 지정학적 정세,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