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감소 따른 '불황형'이긴 해도 54억 달러 흑자

반도체 수출 감소 14.6%…달마다 절반가량 줄어

수입 전년 동월비 16.5% 감소 수출 4.4%의 4배

9월 누적 흑자 165.8억 달러…전년비 65% 수준

한은 "반도체 회복 국면…10월도 흑자 기조 예상"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왼쪽 두 번째)이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9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2023.11.8. 연합뉴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왼쪽 두 번째)이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9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2023.11.8. 연합뉴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9월 중 수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개선 조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9월 경상수지는 비록 '불황형 흑자' (수입 감소 〉 수출 감소)이긴 하지만 5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다. 수출은 작년 9월 이후 13개월째 전년 동월비 감소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경상수지는 54억 2000만 달러(약 7조 11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4월(-7억 9000만 달러) 적자 이후 5월(+19억 3000만 달러), 6월(+58억 7000만 달러), 7월(+37억 4000만 달러), 8월(+49억 8000만 달러)에 이어 5개월째 흑자다.

경상수지 추이 (2023년 9월)
경상수지 추이 (2023년 9월)

비록 전년 동월 대비 수입 감소율이 16.5%로 수출 감소율 4.4%의 3.8배나 되는 '불황형'을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간 것은 지난해 3∼7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한은은 10월 경상수지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월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여행수지 적자가 줄어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 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65억 8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57억 5000만 달러)의 약 65%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누적 흑자(109억 8000만 달러)가 작년 같은 기간의 흑자(236억 6000만 달러)의 46%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 수준 개선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270억 달러로 전망했다. 따라서 이 전망치에 이르려면 앞으로 남은 석 달 동안 월평균 35억 달러 흑자를 내야할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신 국장은 "4분기 전체로 보면 반도체 회복 흐름, 자동차 수출 호조 지속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불확실성, 동절기 난방용 에너지 수입 증가 등의 가능성이 있어 3분기보다는 흑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지만 연간 전망치인 270억 달러에는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상품수지(74억 2000만 달러)가 4월 이후 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수출(556억 5000만 달러)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줄었다. 앞서 작년 9월 수출이 23개월 만에 감소한 뒤 13개월 연속 뒷걸음이다.

 

품목별 수출 현황(2023년 9월)
품목별 수출 현황(2023년 9월)

반도체(-14.6%), 화학공업제품(-7.3%), 석유제품(-6.9%) 수출액이 여전히 전년 동월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의 전년 동월 대비 감소율은 지난 7월 –33.8%, 8월 –21.2%에서 9월에는 10%대로 개선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금액으로도 7월 76억 달러에서 8월 87억 2000만 달러로 늘어났고, 9월에는 100억 6000만 달러로 100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신 국장은 "반도체 경기는 저점을 통과해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반도체 경기, 수출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품목, 수요 등 불확실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승용차(+9.1%) 수출은 미국과 EU(유럽연합) 지역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중국(-17.6%), 동남아(-7.4%), 일본(-2.5%)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하지만 대(對) 미국(+8.5%)·EU(+6.5%) 수출은 회복세다.

 

주요 지역별 수출 현황 (2023년 9월)
주요 지역별 수출 현황 (2023년 9월)

수입(482억 3000만 달러)은 14.3% 줄어 감소액이나 감소율이 모두 수출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원자재 수입이 작년 같은 달보다 20.9% 감소했다. 원자재 중 가스, 석탄, 원유 수입액 감소율은 각 63.1%, 37.0%, 16.2%에 이른다. 반도체(-21.4%), 수송장비(-5.4%), 반도체 제조장비(-2.1%) 등 자본재 수입도 12.2% 줄었고, 곡물(-30.3%)·직접소비재(-8.9%) 등 소비재 수입 역시 9.0% 축소됐다.

서비스수지는 31.9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8월(-15억 7000만 달러)이나 작년 9월(-9억 8000만 달러)보다 적자가 크게 늘었다. 세부적으로 지적재산권수지가 8월(+4000만 달러) 흑자에서 한 달 만에 적자(-6억 7000만 달러)로 돌아섰다. 작년 9월(-4억 5000만 달러)과 비교해도 적자 폭이 커졌다.

다만 여행수지(-9억 7000만 달러)의 경우 8월(-11억 4000만 달러)보다 적자가 줄었다.

본원소득 수지 흑자 규모(+15억 7000만 달러)는 전월(+14억 6000만 달러)과 비슷했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 수지의 경우 한 달 사이 흑자액이 5억 6000만 달러에서 11억 1000만 달러로 늘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9월 중 45억 2000만 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0억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3억 5000만 달러 각각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65억 7000만 달러 불었고, 국내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늘면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13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월별 경상수지 추이 (2023년 9월)
월별 경상수지 추이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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