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재고율 상승세로 돌아서고

대기업 상반기 재고자산 10% 늘어

반도체 경기 회복 예상보다 더디고

중국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정부가 올해 4분기 수출 감소세가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감소 폭이 완화됐고 대중국 수출이 다시 100억 달러를 넘어선 점을 꼽았다. 추 장관은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하는 등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 대책 회의에 참석해 회의 의제를 설명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 대책 회의에 참석해 회의 의제를 설명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그러나 실제 경제 지표와 대외 여건을 보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재고율은 123.9%로 전월 대비 11.6%포인트 올랐다. 재고율은 5월과 6월 두 달 연속 하락하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재고가 4% 늘어난 영향이 컸다.

국내외 경기침체 여파로 대기업 재고는 이미 많이 쌓인 상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상반기 보고서에 재고자산을 공시한 196개 회사의 재고자산 변동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151조529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66조465억 원으로 10%가량 증가했다. 2년 전인 2021년 상반기 재고자산 100조3510억 원과 비교하면 65%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감산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9%와 110.7% 늘었다.

반도체 경기 회복도 더디기만 하다. 한국 반도체 업체의 주력 수출품인 PC용 D램 가격은 지난달에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으로 쓰이는 DDR4 D램 가격은 7월 대비 2.99% 하락했다. 4월 이후 다섯 달 연속 하락세다. 반도체 회복 시기가 늘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수출 감소세는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출 감소 폭이 둔화하고 있지만 4분기에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외에도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과 철강 제품도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부진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7월 1~10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감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 부두의 모습. 2023.7.2. 연합뉴스
7월 1~10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감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 부두의 모습. 2023.7.2. 연합뉴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악재다. 추 부총리도 “중국 경제 상황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경제 흐름에 대한 과도한 비관이나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며 중국 리스크를 거론하기는 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파장은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면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3일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 경제가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불황에 이미 진입했고 수출이 회복되지 않아 ‘L자형’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6% 성장했으나 실제로는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분석했다.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설비투자, 수출이 모두 줄었는데도 수입 감소가 이를 웃돌며 수치상으로만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산업 현장 분위기도 비관론이 우세하다. 지난달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중국 경제 동향과 우리 기업의 영향’ 자료에 따르면 기업인 10명 중 8명은 “중국 경제가 앞으로 계속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부동산발 금융 불안과 소비위축, 생산과 수출 둔화 등이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미·중 갈등도 중국 경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요인이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20% 줄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이 중국과 세계 경제 등 외부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지엽적이거나 당장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은 문제다. 정부가 수출 지원책으로 발표한 것 중 상당수는 규제 완화나 수출 지역과 품목 다변화 같이 막연한 대책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수출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전략 회의에서 하반기 수출 반등을 통해 올해 전체 수출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많은 6850억 달러를 기록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빈말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수출액은 4093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2.4%나 줄었다. 무역수지가 지난 6월 이후 3개월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자랑할 일이 아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서 생긴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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