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경제성장률 전망 KDI·IMF보다 낮춰 잡아
"인위적 경기부양 미래 세대에 빚 넘기기"
윤 대통령의 인식 반영해 추경 검토 배제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내려잡았다. 수출 부진 등 경제 여건이 그만큼 나쁘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예산 편성을 할 계획이 없다는 고집으로도 읽힌다.
기획재정부는 4일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4%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제시했던 전망치(1.6%)보다 0.2%p 내린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인 1.5%보다도 살짝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의 전망치(1.4%)와 같은 수준이다.
정부가 이처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을 두고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은 없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잠재성장률 2%보다도 낮은 1.4%로 하향 조정을 하고도 추경을 않겠다는 정부의 고집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가 이처럼 추경을 기피하는 것은 세수 부진 때문으로 보인다. 5월까지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36조 4000억 원이나 줄어든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것이란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수용한 탓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주요 원인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다.
올해 상반기 월별 수출은 1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작년 동월보다 감소했다. 지난 4월 495억 달러까지 줄었던 수출이 5월 522억 달러, 지난달 542억 4000만 달러로 금액으로는 전달보다 상승하는 추세로 돌아섰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지난해 6월 이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무역수지 역시 5월까지 계속 적자를 보였다. 지난달에서야 겨우 흑자(11억 3000만 달러)로 전환했다.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일시적이거나 기저효과에 의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하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서비스업에 집중되면서 제조업 중심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 수출 실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재고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기대대로 수출이 본격 회복세를 보이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제조업 불황으로 인한 투자 감소도 경제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전반적으로 상반기 경제 흐름을 볼 때 수출이나 투자 부분에서 당초 생각보다 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이를 모두 고려해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만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이 회복되면서 본격적으로 경기 반등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 0.9%에 그쳤던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1.8%까지 상승하고,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연간 2.4%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통관기준) 전망치는 당초 '4.5% 감소'에서 '6.6%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수입도 '6.4% 감소'에서 '8.6% 감소'로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수출 회복으로 인한 상품수지 개선과 해외여행 확대로 인한 서비스수지 악화가 맞물리면서 230억 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는 기존과 똑같이 2.5% 증가 전망을 유지했다. 외부활동 증가와 양호한 고용, 소비심리 개선에 힘입어 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반도체 감산 및 고금리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는 1.2% 감소, 이연된 공사 재개 등의 효과로 건설투자는 0.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에서 3.3%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올해 취업자 수 전망은 기존 10만 명 증가에서 32만 명 증가로 대폭 상향됐다. 상반기의 견조한 고용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당초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할 것이라고 정부는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월별 취업자 수는 1월 41만 1000명을 시작으로 2월(31만 2000명), 3월(46만 9000명), 4월(35만 4000명), 5월(35만 1000명)까지 5개월 연속 증가 폭이 30만 명대를 넘겼다. 하지만 취업자의 대부분은 60세 이상의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고 청년층은 되레 줄었다. 5월의 취업자 증가에서 60세 이상 38만 명을 빼면 되레 2만 8000명이 줄어든 셈이다. 특히 30세 미만은 10만 명이나 감소했다.
정부는 이러한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고용률은 작년보다 0.4%p 상승하고, 실업률은 0.2%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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