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지수 석 달 연속 상승…선행지수는 하락세 지속
'동행'이 '선행' 따르면 현재 경기 더 나빠질 가능성
정부 공언 '상저하고'는커녕 성장률 1% 초반도 허덕
정부는 경기가 상반기에는 부진하다 하반기에는 회복할 것이라는 이른바 '상저하고'를 되뇌이고 있지만,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갈수록 그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경기종합지수 중 동행지수는 올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선행지수는 지난해 중반 이후 줄곧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수의 격차가 올들어 점점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격차가 발생하면 반드시 다시 지수가 만나게 돼 있는데, 동행지수가 선행지수를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동행지수는 현재 경기를 보여주고, 선행지수는 미래 경기를 반영한다. 이에 따라 현재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동행지수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선행지수를 따라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공언해 온 '상저하고'와는 정반대의 전망이다.
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동행지수에서 추세 요인을 제거한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9였다. 지난 1월 99.0을 기록한 후 2월(99.2)과 3월(99.7)에 이어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4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0으로, 전월 대비 0.2p 하락했다. 지난해 6월 0.1p 상승을 마지막으로 10개월째 보합 또는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5∼6월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2년 가까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는 선행지수의 하락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동행지수가 상승하면서 두 지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례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경제 상황과 지수 간 구성 지표 차이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상반기 한국 경제는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인한 불황이 이어졌지만, 코로나19 종식 후 살아난 소비가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고용 상황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수출과 투자는 부진하고, 소비와 고용은 선전하는 상황은 동행지수와 선행지수에 상반된 영향을 미쳤다. 소매판매액 지수와 서비스업 생산 지수, 비농림어업 취업자 수 등을 주요 지표로 삼는 동행지수는 소비·고용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아 상승했다. 반면 수출입 물가 비율과 건설수주액, 재고순환 등 지표로 구성된 선행지수는 수출 및 투자 부진 상황이 이어지면서 하락했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선행지수가 동행지수보다 낮으면 경기가 나빠진다'는 관례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공언한 '상저하고'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힘들 전망이다.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되는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야만 경기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여건상 소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률의 폭은 제한적이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선행지수가 역으로 동행지수를 따라 상승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제조업 재고율이 4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등 곳곳에 부정적인 지표가 있어 하반기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99.1(2020년=100)로 전월보다 0.2% 감소했다. 이는 2020년 2월(99.0)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7개월 연속 감소는 관련 통계가 산출되는 1971년 이후 처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결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여건 변화가 하반기 경제 반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수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초반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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