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축소재정 두고 "재정 건전화"
부동산 규제완화, 세금감면은 "연착륙 도움"
'상저하저' 추세에도 "하반기 경제 회복할 것"
금융위기 직후 터무니없는 경제전망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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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헤럴드 핑거 IMF 한국미션단장은 6일 ‘2023년 연례협의’ 결과 이후 진행된 한국 기자단 브리핑과 질의응답에서 “하반기부터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해지고 반도체 산업이 살아나면 한국경제의 회복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 ‘9월 위기설’과 관련해서도 “금융위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중국 경기 침체가 내년도 한국경제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핑거 단장은 정부가 2024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2.8%로 제한한 것을 “소폭의 재정 건전화”라고 봤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지출로 세수 부족을 메울 필요는 없어 보이며 현재 계획대로 재정을 운용하면서 추가적인 재원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적 재정·통화 정책에 대해 “신중하고 적절한 정책 조합”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핑거 단장은 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면담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IMF의 이 같은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권고는 정부가 발표했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핑거 단장은 최근 발생한 새마을금고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금융 불안을 성공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주택 시장에 대해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등의 조치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연착륙)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이러한 시장 안정화 조치들은 잠재적인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한시적, 선별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재정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재정 준칙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IMF의 이런 진단과 조언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심각성을 외면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설비투자를 제외한 모든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이 0.6% 성장했지만 1분기와 비교해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한 것이다.
수출은 8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감소하며 11개월째 내리막이다. 자동차 정도만 선방하고 있을 뿐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은 여전히 부진하다. 반도체 수출 감소율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지만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하반기 수출이 증가세로 전화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하반기에도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2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도 직전 분기보다 0.2% 줄었고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GNI는 0.7%나 후퇴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고금리 상황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며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 이자 부담과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줄면서 민간 소비가 살아나기도 힘들다.
IMF는 새마을금고 사태를 정부가 신속히 해결했다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등 제2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위험 수준이다.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불안도 되살아나고 있다. 법인세 인하 등 부자 감세 영향으로 올해 들어 7월까지 세수 결손은 43조 원을 넘어섰다.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 안전망 강화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 여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
생산과 소비, 물가 등 모든 경제 지표가 ‘위기’를 가리키고 있는데도 IMF는 한국 정부의 안이한 낙관론에 동조하고 있다. 위기 요인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경고해야 할 판에 하나 마나 한 덕담만 늘어놓았다.
IMF의 무책임한 진단과 전망은 처음이 아니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2월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까지 하향하며 빈축을 산 적도 있다. 이 정도 경기침체면 엄청난 충격이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2009년 한국경제 실제 성장률은 0.8%로 역성장은 피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IMF는 엉터리 전망으로 논란이 된 적이 적지 않다. IMF는 2003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브라질의 과거 경제위기를 처리하는데 정확하지 않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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