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취업자 14만명 늘어…60대 이상이 27만명
취업 절실한 청년층 17만명, 중년층 7만명 줄어
경기부진 영향 건설업 10만명 감소…'역대 최악'
최상목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역대 최고" 자찬
지난달에도 취업자 수가 14만여 명 증가에 그쳐, 석 달째 10만 명대를 머물고 있다. 더욱이 60대 이상 고령층의 증가 폭이 27만 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취업자 증가도 고령층 차지다. 정작 취업이 절실한 세대인 청년층과 중년층에는 찬바람이 거세다. 취업자 수는 청년층 17만 명, 중년층 7만 명이나 감소했고, 특히 청년층에서는 '쉬었음'이 4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내 경기부진이 계속되면서 건설업 취업자는 역대 최대로 줄었고, 도소매업과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 흐름도 계속됐다.
문제는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여전히 고용률은 높고, 실업률은 낮아졌다는 점을 내세운다. 청년 취업자 감소를 청년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구직 노력을 하지 않는 숫자가 늘어나 고용률이 오르고, 실업률은 낮아진 점은 애써 외면한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만 4000명 증가했다. 지난 5월 8만 명, 6월 9만 6000명 등 10만 명을 밑돌았던 취업자 증가 폭은 7월 17만 2000명으로 늘었지만, 8월(12만 3000명)에 이어 석 달째 10만 명대에 머물고 있다. 연초 38만 명까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고용 상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평가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2022∼2023년 장기 추세를 상회하며 큰 폭으로 늘던 흐름에서 최근 증가 속도가 조정받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일자리가 10만 명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10차 산업 분류로 개정된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폭이다. 고금리 등에 따른 수주 감소의 영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소매업도 10만 4000명 감소해 7개월째 줄었다. 감소 폭은 2021년 11월(-12만 3000명) 이후 최대다. 전자상거래와 무인 판매의 증가 등 구조적 변화에다 최근 내수 부진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도 4만 9000명 감소해 석 달째 줄었다. 식료품·자동차 등에서 늘었지만, 의복·전자부품 등에서 줄었다.
반면 정보통신업(10만 5000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8만 3000명), 운수·창고업(7만 9000명) 등에서는 늘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중 일용근로자가 12만 5000명 줄어 18개월째 감소했다. 상용근로자(7만 9000명)와 임시근로자(20만 6000명)는 늘었다.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업자는 2만2천명 늘어 8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고용의 안정성 면에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27만 2000명 늘어 취업자 증가가 고령층 위주로 이뤄지는 흐름이 지속됐다. 고령층을 제외하면 취업자는 사실상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청년층(15∼29세)에서는 16만 8000명, 40대에서는 6만 2000명 각각 줄었다. 정작 사회 진출과 가족 부양을 위해 취업이 절실한 연령층의 고용 상황이 어려운 지경이다. 하지만 정부는 청년층 인구의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9월 15~29세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 8000명 감소했다.
고용률로는 청년층이 45.8%로 작년 같은 달보다 0.7%p 낮아졌다. 50대도 77.6%로 0.3%p 낮아졌다. 청년층은 취업시장에서의 눈높이 '미스매치'가, 50대는 도소매업과 건설업의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고용률이 역대급 수준임을 내세운다. 수치상으로 보면 청년층 고용률은 9월 기준 역대 세 번째, 50대는 역대 두 번째로 각각 높은 수준이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도 63.3%로 0.1%p 높아졌다. 이는 1982년 월간 통계를 작성한 이후 9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0.3%p 높아진 69.9%로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9월 기준 가장 높았다. 하지만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값이므로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 같은 취업자 수라도 고용률은 올라간다.
실업자는 62만 2000명으로 3만 9000명 감소했다. 실업자는 구직 기준이 변경된 1999년 6월 이후 9월 기준 가장 적다. 실업률은 0.2%p 하락한 2.1%로 1999년 6월 이후 9월 기준 역대 가장 낮았다. 이 또한 실업자의 분류 기준이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1주일간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사람이라야 실업자로 분류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21만 5000명으로 5만 4000명 증가했다. 활동별로 보면 '쉬었음'이 23만 1000명 늘었다. 청년층에서 6만 9000명 늘어 2021년 1월(11만 2000명) 이후 4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다. '쉬었음'은 구직활동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특정한 이유가 없는 경우다. 정부는 고용 시장이 공채에서 수시 채용 위주로 변화하면서, '취업 희망'보다 '쉬었음'이라고 답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증가하는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9월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주요 지표가 양호한 모습"이라고 강변했다. 최 부총리는 청년층과 건설업 부문의 저조한 고용 상황을 의식한 듯 "건설업계에 신규 인력이 유입되도록 숙련인력 대우를 개선하고, 청년층 취업교육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음 달 청년·여성·중장년 등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2차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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