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소기업 취업자 6만명 느는데 그쳐
파산신청 33% 증가 고용 확대 엄두도 못내
취업시장 절대 비중 중기 부진 청년층 직격
3년 이상 미취업 24만명…코로나 이후 최대
취업활동 않고 '그냥 쉬는 청년' 8만명 넘어
우리나라 취업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취업자 증가가 코로나 이후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파산 신청이 30% 넘게 늘어나는 등 고용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취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청년이다. 3년 넘게 취업하지 않은 청년이 코로나19 이후 최근 3년 새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미취업 청년층 가운데 아예 구직을 단념하고 '그냥 쉬는'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19일 통계청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565만 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 명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취업자 감소가 마무리된 2021년 2월(-64만 8000명) 이후 42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중소기업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곧 90% 가까울 정도로 취업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880만 1000명으로 300인 이하 중소기업의 비중이 89.1%였다. 반면 대기업 취업자는 12만 3000명으로 비중은 10.9%에 지나지 않았다.
중소기업 취업자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간 줄곧 줄었다. 따라서 전체 취업자도 같은 기간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중소기업 취업자는 2021년 3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줄곧 증가해 왔다. 지난 4월까지 38개월 동안은 월 증가 폭이 10만 명을 넘었다. 2022년 1월과 2월에는 증가 규모가 90만 명을 넘어 100만 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6만 4000명)과 6월(9만 명)에 증가 폭이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가 7월(15만 명)에 다시 10만 명을 넘었으나 지난달 다시 6만 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지난달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314만 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 3000명 늘었다. 대기업 취업자는 2019년 3월부터 66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취업자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줄어들지 않고 비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됐다. 지난달 증가 폭은 올해 1월(7만 6000명)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하지만 전체 취업자 가운데 대기업 취업자의 비중은 10~11% 수준에 머물러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고용시장의 상황에서 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형편이 더 어렵다. 이런 사정으로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없어 취업자 증가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2분기 기업경영 분석 결과'를 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 2만 3137개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5.3%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2분기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6.6%로 전년 동기(3.3%)보다 두 배나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5.0%에서 4.4%로 줄었다.
경기 부진 장기화가 계속되면서 올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153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2.5% 늘었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부실이 쌓이며 2021년 955건에서 2022년 1004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1657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취업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특히 청년층 취업 상황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3년 이상 미취업 상태인 청년의 수가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크게 늘었고, 특히 아예 구직을 포기한 경우도 전체의 3분의 1이 넘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최종 학교를 졸업(수료·중퇴 포함)했으나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15~29세)은 지난 5월 기준 23만 8000명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3년(2022∼2024년) 새 가장 큰 규모다. 이들 중 주된 활동으로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한 청년이 8만 2000명(34.2%)이나 됐다.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 3명 중 1명 이상이 직업 훈련이나 취업 시험 준비, 구직활동 등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취업 활동을 하지 않는 숫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5만 4000명, 2019년 6만 40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학교를 졸업한 후 3년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취업을 위한 활동을 했다는 대답은 졸업 후 6개월∼1년 미만일 때 54.9%에서 1년∼2년 미만일 때 50.8%, 2년∼3년 미만일 때 45.1%, 3년 이상일 때 34.2%로 점차 하락했다.
정부는 청년들의 취업 의지를 북돋기 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취업시장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고용 능력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초점이 빗나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고용 증대보다 경영 효율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며 "비경제활동인구의 구직 활동을 촉진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빈 일자리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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