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많이 팔수록 수수료 더 내라”
“1만원어치 주문에 배달 비용만 4700원”
소상공인 10명 중 8명 “플랫폼 규제 시급”
“정부·여야 플랫폼 규제 방치는 직무 유기”
음식 배달 시장을 과점한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달 수수료를 놓고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배민은 팔면 팔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정률제 요금제를 지난달 도입했다. 대다수 소상공인은 고정된 금액의 광고비만 내는 정액제를 선호하고 있는데 배민이 이용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며 ‘정률제 수수료’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명분일 뿐 수수료를 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게 소상공인들의 의견이다.
과도한 수수료 등 거대 플랫폼의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카카오와 네이버, 쿠팡 등 다른 플랫폼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을 서슴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도 총선을 앞두고 정쟁에 몰두하느라 이 문제를 후 순위로 밀어놓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 규제가 헛바퀴를 도는 동안 거대 플랫폼 갑질에 노출된 소상공인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음식 배달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인 배민이 지난달 요금제를 개편하며 도입한 정률제 기반 수수료에 대한 외식업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외식업주가 배민의 정률제 요금제를 통해 주문받으면 배달 수수료와 배달요금으로 음식값의 절반 가까이 부담해야 한다. 배민에 주문 중개이용료로 부가세를 포함해 음식값의 7.48%를 내야 하고, 여기에 지역에 따라 2500~3300원인 배달요금과 결제수수료 1.5~3%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만 원어치 주문을 받으면 점주가 배민에 지급하는 이용료와 배달요금을 합쳐 서울 기준 4708원에 달한다고 연합뉴스가 19일 전했다. 중개이용료 680원, 배달요금 3300원, 결제수수료 300원을 합한 4280원에 부가가치세 10%를 더해 나온 금액이다. 팔면 팔수록 배달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수수료가 늘면서 정작 음식을 만들어 판매한 외식업주 손에 들어오는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 셈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정액제를 병행하고 있어 외식업주들이 다양한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새로 도입한 요금제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기존 정액제 이용자는 줄 수밖에 없다. 외식업주로서는 수수료 부담이 커져도 어쩔 수 없이 정률제 수수료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바로 시장지배적 플랫폼의 전형적인 갑질에 속한다.
플랫폼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늘어나면 입점 소상공인들은 생존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만 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는 피해를 보게 된다. 플랫폼 갑질을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다.
정부와 여야도 소상공인 보호와 소비자 편익을 위해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플랫폼을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재계와 플랫폼 업계 반발로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국회에도 플랫폼 갑질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자사 우대와 끼워팔기, 부당 차별 금지 등 내용은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됐던 ‘온라인플랫폼중개거래공정화법’(온플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법안은 거대 플랫폼 갑질과 독과점을 분리해 규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온플법이 시행됐다면 배민의 수수료 갑질 같은 공룡 플랫폼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좀 더 철저하게 규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고물가와 고금리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 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전년 대비 20.7% 증가한 11만 15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가 10만 건을 넘은 것과 공제금 지급액이 1조 원이 넘은 건 처음이다.
‘노란 우산’ 공제금은 소상공인들에게는 퇴직금과 같은 돈이다. 이런 자금을 미리 받은 소상공인이 급증한 것은 이들의 형편이 그만큼 절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경숙 의원은 “지난해 경기침체 국면에서 정부 지출 감소로 내수가 더욱 위축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거대 플랫폼의 갑질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 유기다. 소상공인 10명 중 8명 이상은 공정위가 추진했던 플랫폼 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소상공인 5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3%가 플랫폼 법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4.9%에 그쳤다. 이는 플랫폼 갑질 규제가 소상공인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보여준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까지 국내 시장을 잠식하며 소상공인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한국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싼 가격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으나 1인당 소득은 줄고 있다. 자영업자는 대부분 소상공인이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사업소득은 2018년 2136만 원에서 2019년 2115만 원, 2020년 2049만 원 매년 감소했다. 4년간 평균 소득 감소율은 9.3%에 달했다. 2022년에도 자영업자의 연 평균 소득은 1938만 원으로 전년보다 0.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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