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 관련

검 "김병욱 의원 보좌관과 짜고 가짜뉴스 보도"

허 기자 "처음 듣는 이름…정치적 목적의 수사"

압색 중 조선일보 언론 플레이…"여론조작 목적"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검찰이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에 대해 강제 수사를 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오후 5시 30분쯤까지 약 10시간 30분 동안 인천 송도에 소재한 허 기자의 자택과 차량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영장청구 검사 신기련, 영장발부 판사 윤재남)을 집행했다. 압수수색에는 5명 안팎의 검찰과 수사관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들은 허 기자의 스마트폰과 PC 자료 일체와 노트북 본체를 압수해갔다.

허 기자는 변호사 선임 뒤 압수수색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검찰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119 구조대를 동원해 허 기자 자택 현관문과 외벽 등을 파손하고 강제로 자택에 진입했다.  허 기자 자택 앞에는 경찰이 문을 막고 출입을 통제했다.

검찰은 허 기자의 자택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보좌관 최현 씨의 사무실과 주거지, 민주당 국회정책연구위원인 김모 씨의 사무실 등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 씨와 김 씨가 허 기자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 배후 세력으로 정치권까지 수사를 확장하려는 수순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자택 문을 강제로 열어 파손시켰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자택 문을 강제로 열어 파손시켰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자택 문을 강제로 열어 파손시켰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자택 문을 강제로 열어 파손시켰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민주당 보좌관과 공모? …허 기자 "처음 듣는 이름"

검찰 "조작 녹취" 주장에 허 기자 "검증 과정 거쳐"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서 적시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다. 허 기자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보도를 한 것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허 기자는 지난해 3월 1일 리포액트 기사 <최재경 "윤석열이 '조우형(대장동 브로커)이 김양(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심부름꾼이라고' 하더라">를 통해 윤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를 의도적으로 봐준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허 기자가 보도한 '이철수-최재경 녹취록'에는 브로커 조우형 씨의 사촌형 이철수 씨가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 회장의 심부름꾼이었거든요. 솔직히"라고 말하자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이 "윤석열이 그런 말 했다"고 맞장구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최 전 중수부장의 발언에 이 씨가 "윤석열이 그런 말 했냐? 조우형이 박영수 변호사를 쓴 건 신의 한수였다"고 발언한 내용도 있다.

최 전 대검 중수부장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직접 윤석열 주임검사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허 기자는 해당 녹취록에 대해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씨에 대해 수사한 내용을 보고하자 최 전 중수부장이 이 내용을 다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에게 한참 뒤 전해주는 내용의 대화로 보인다"며 "이들이 대화에서 '박영수 변호사를 쓴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박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윤석열 검사가 조씨를 봐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가 지난해 3월 1일 보도한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 사촌형 이철수 씨와 최재경 전 대검중수부장 녹취록. 2023.10.11. 리포액트 제공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가 지난해 3월 1일 보도한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 사촌형 이철수 씨와 최재경 전 대검중수부장 녹취록. 2023.10.11. 리포액트 제공

그러나 검찰은 '이철수-최재경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이 최 전 중수부장이 아닌 보좌관 최 씨라면서, 보좌관 최 씨와 국회정책연구위원 김 씨가 공모하고 허 기자에게 녹취록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이날 오전 조선일보를 통해 일부 보도되기도 했다. 검찰이 영장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리지 않고는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임에도 보도된 것은 이른바 '언론 플레이'로 추정된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녹취록이 제3의 인물을 최재경 전 검사장으로 둔갑시킨 '조작 녹취'였다고 주장하며, 보좌관 최 씨와의 개연성을 언급했다.

허 기자는 이와 관련해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병욱 의원실 보좌관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 "처음 듣는 이름이다. 영장에서 처음 봤다"면서 "명백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철수-최재경 녹취록과 관련해서도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검증 과정을 거쳤고, 최재경 씨에게도 반론 요청을 했다"며 "취재 과정에 대한 충분한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취재원 보호와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취재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허 기자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 황당하다. 제가 영장의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기도 전에 완전히 모르는 내용이 이미 언론에 보도됐다"면서 "검찰이 여론을 조작해 가기 위해서 일부러 보수 언론에 이것을 흘리고 압수수색에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무죄지만 (압수수색으로) 분명히 언론은 위축 효과를 가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치적 목적의 수사에 대해 당당하게 소명을 해 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에서 차량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에서 차량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검찰 언론 재갈 물리기…근거 없이 "가짜뉴스" 주장

뉴스타파와 공모?…"통화나 문자 나눈 적도 없어"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을 이유로 통상적인 참고인 조사 등도 없이 물리력을 동원해 동시다발적으로 강압적인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정권 비판 언론에 대해 재갈을 물리기 위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서도 허 기자와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일방적으로 '가짜뉴스'라고 표현하며 "가짜뉴스 유포로 인한 선거 과정의 공정성 훼손 및 사회적 갈등의 야기는 점차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고 이는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 그로 인한 사회적 해악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가짜뉴스 생산 및 유포에 가담한 정황이 의심되는 관련자들에게 수사협조나 주요증거에 대한 임의제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적극적 증거인멸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증거 인멸을 단정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 생산 및 배포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관련 증거들에 대한 신속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은 허 기자가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한상진 기자, 봉지욱 기자 등과 공모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허 기자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관련 없는 뉴스타파의 혐의 내용도 함께 적시됐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은 후보 검증 차원에서 여러 매체가 취재한 내용임에도 정권에 비판적인 특정 매체를 묶어서 공모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허 기자는 뉴스타파 기자와 보도를 협의했는지에 대해서 "대선 개입 의도로 뉴스타파 기자와 협의해서 보도한 바 없다는 점을 명백히 말씀드린다. 일면식도 없다"면서 "검찰은 이미 뉴스타파 기자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저와 상관 없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통화 기록이나 문자 나눈 것도 없는데도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이준희)는 성명을 내고 "현직 인터넷신문 대표기자 상대 검찰의 강제 압수수색은 명백히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이며, 기자의 국민 알권리 위한 취재.보도 활동에 대한 탄압"이라며 "검찰의 무도한 언론 탄압을 강력 규탄한다.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11일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11일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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