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 등 공수처에 고소

"내가 수사에 비협조적이라고 허위 브리핑해"

"수사심의위 앞두고 검찰의 언론플레이 의도"

"조작 보도 누명 써…민주당과 모의한 일 없다"

'최재경 녹취록' 보도엔 "신뢰할 만한 취재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연합뉴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연합뉴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오히려 검찰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했다.

허 기자는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과 익명의 검사들을 허위사실과 피의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주 공수처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출입 기자들에게 저와 관련해 허위 사실에 가까운 내용을 퍼뜨려서 명예훼손을 했다"며 "제가 수사에 비협조적이어서 소환을 서두른다고 브리핑했는데 명백히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과 사전에 협의된 일정에 꼬박꼬박 출석해 포렌식에 참여했고 압수수색의 형태지만 제출하라는 자료 다 제출했다. 무차별적으로 휴대전화 문자와 카톡 메시지를 가져갔지만 웬만한 것은 다 협조했는데 무엇을 비협조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수사 일정을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 결정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을 비협조적이라고 한 것이라면 수사심의위 중재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수사심의위를 앞두고 어떻게든 이 사건이 부의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려는 의도였고 거기에 고형곤 4차장이 총대를 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허 기자는 검찰이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닌 명예훼손 혐의로 자신을 수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전날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허 기자가 신청한 안건을 기각했다.

앞서 허 기자는 지난달 11일 자신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당일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통해 상세하게 보도됐다며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 등을 피의사실 공표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3일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아울러 2021년 10월 '대장동 그분'이 언급된 정영학 녹취록 내용을 보도하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그분'이라고 인식하도록 한 동아일보 기자 2명과 허위 정보를 흘려준 익명의 검찰 관계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11일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11일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허 기자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허 기자를 상대로 이른바 '최재경 녹취록'의 입수 경위 및 이를 보도하게 된 과정, 보도 내용·시점 등을 두고 제3자와 공모했는지 등을 캐묻고 있다.

허 기자는 출석 전 취재진을 상대로 한 모두발언에서 "이번 수사는 명백히 조작 수사가 확실하다. 저는 이 사건 피의자이기도 하지만 이 사건 당사자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조작된 수사라는 걸 확신하는 것"이라며 "그걸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하나 입증해 나갈 자신이 있고 확인되는 대로 다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사건을 조작하고 사법부를 기망해도 처벌받지 않고 그런 수사 관행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고착돼 왔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범죄 같은 짓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제가 직접 밝혀낸 기자인데 여러분(취재진)도 아실 것이다. 그 검사들 처벌받았나? 안 받았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에서 승진해서 그 검사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가 있다"고 개탄했다.

또 한명숙 사건을 수사했던 엄희준 검사가 구치소 재소자들을 회유해 허위 증언을 압박한 의혹이 대검 감찰부에 의해 확인됐다는 점도 거론했다. 허 기자는 "이렇게 조작 수사를 마구 감행하는 검사들이 처벌받고 옷을 벗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검찰 개혁에 대한 기사를 쓰고 검찰 조작 수사를 추적한 기자들이 조작 보도를 했다고 누명을 뒤집어써서 제가 이렇게 조사를 받게 됐다"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게 맞나"라고 탄식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연합뉴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연합뉴스

허 기자는 "지금 이 사건도 검사들이 조작하고 있는 게 명백하다. 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허위 사실이 많이 써있다"면서 "민주당 관계자가 어떤 녹취록을 갖고 있다가 대선이 임박하니까 허재현한테 전달했고 녹취록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기로 모의했다, 이렇게 써있다. 그러면 모의했다는 사실이 확인이 돼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모의 사실이 없다니까?"라고 어이없어했다.

아울러 "내가 (JTBC 소속이었던) 봉지욱 기자한테 자료를 받아서 모의했다, 이런 직접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써있는데 어떻게 확보했는지 궁금하다. 왜냐면 나는 모의한 적이 없으니 그런 증거가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저는 검찰에 대체 모의 증거가 뭐냐, 누가 와서 증언할 거냐고 물어보겠다. 검찰에 질문하는 날로 오늘을 기다렸다. 확보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못 보여주면 압수수색 영장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써있는 내용과 관련해 어떤 증거와 증언 등이 있는지 사실 확인을 거치겠다"면서 "만약 검찰이 그것들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조작 수사한 정황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허 기자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최재경 녹취록'을 보도한 과정과 관련해 "신뢰할 만한 취재원에게서 일차적으로 들었고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제3자를 통해 둘 사이 나눴을 법한 대화가 충분하다는 자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뢰할 만한 취재원이 누구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허 기자는 대선을 8일 앞둔 지난해 3월 1일 민주당 화천대유TF로부터 '최재경 녹취록'을 받아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를 의도적으로 봐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최재경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이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보좌관인 최 모씨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최 씨가 조우형 씨의 사촌인 이철수 씨에게 한 말이 윤 대통령의 상관이었던 최재경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말로 바뀌어 보도됐다는 것이다. 녹취록에는 이 씨가 최재경 전 중수부장에게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 부회장 심부름꾼이었다"고 말하자 최 전 중수부장이 "그래, 그거 윤석열이 한 말이지"라고 맞장구치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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