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행에도 '우발적' '초범' '반성문' 참작

판사 "수능 잘 봤냐"며 "폭행 정도 낮다" 감형

난동범 가족의 편지 받고 '기도 해준' 윤석열

전 국민 충격에 잠 못 잤는데…집유만 '20명'

박균택 "이러면서 사법부 권한을 강조하나"

서보학 "발본색원해야 하는데 온정적 재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폭도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폭도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건 피고인들에 줄줄이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다. 조희대 사법부가 '제 정신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폭력적인 법원 침탈을 당한데다, 복구 비용으로 국민 혈세 12억 원 이상이 드는 데도 자애롭기까지 한 낮은 형량들이 선고되자 '이러면서 사법부 독립과 권한을 강조하느냐'는 개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성 판사는 17일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1심 선고기일은 10월 27일로 예정됐으나, 박 씨가 2026학년도 수능 응시생이라 기일을 연기해줬다. 

박 씨는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자행된 1.19 서부지법 폭동 당시 서부지법 당직실 창문을 통해 청사 내부로 침입한 뒤 2층 민원실까지 올라간 혐의를 받는다. 바닥의 러버콘을 두 차례 경찰을 향해 던져 맞히기도 했다.

박 씨는 재판에서 "친구와 있다가 혼자 남는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렸다"며 "시설을 파괴하거나 난입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발뺌했다. 이어 "안에서 사람들이 '젊은 사람은 나서야 한다'고 말해 동화됐다"면서 "학창 시절을 평범하게 보낸 수험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판사는 박 씨에게 "수능은 잘 치렀나.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판사는 "사법부의 영장 발부를 정치적 음모로 단정하고 이를 즉각 응징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비롯된 범행"이라며 "다만 경찰을 향한 폭행이 비교적 경미했던 점, 초범인 점, 반성 태도, 우발적 범행 가능성 등을 종합해 집행유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내란에 이은 일종의 '내란 옹호 난동'이란 엄중한 인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심에서 실형이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바뀐 사례들도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종호)는 지난 7월 24일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우모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안모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결국, 폭도들의 침탈을 당했던 사법부가 '윤석열의 기도'를 들어준 꼴이 됐다. 8월 31일 윤석열 변호인인 김계리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서부지법 폭동 피고인의 어머니가 윤석열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소개한 뒤 "윤석열 대통령님께서 그 편지를 읽고 그 청년을 위해서, 그 가족을 위해서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극우 폭력 세력에 '호의적인' 인사들이 법원 내부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0일 서울고등법원 등을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서부지법 폭도 중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이 얼마나 있냐"고 묻자, 김태업 서부지방법원장은 "20명 정도"라고 답했다.

당시 박 의원은 "전 국민이 충격받은 사건"이라며 "다른 사람이 선동한다고 따라가 법원 기물을 파손하고 판사실을 찾아다녀도 집행유예 벌금으로 풀려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 법원장은 "양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것은 재판장 권한"이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사법부 내부에 극우에게 호의적인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침탈도 봐주는 것 아니냐"며 "이러면서 사법부 권한을 강조하냐"고 쏘아붙였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1심 선고 형량이 보통 2심에서 깎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은 내란을 동조하는 사람들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라며 "법원이 온정적으로 나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지금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지귀연 판사도 그렇고 내란 세력에 대한 발본색원을 하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인데 엇박자를 놓는 게 아닌가"라며 "2심 재판이 이렇게 온정적으로 가는 것은 결국 판사들의 내부 기류가 반영된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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