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만 아는 내용이 조선·중앙에"

조선·중앙기자도 고소…수사 착수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연합뉴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연합뉴스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기자 압수수색과 관련, 피의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와 조선·중앙일보 기자 등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 결과, 공수처는 피의사실 공표,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된 서울중앙지검 성명불상 검사와 수사 관계자, 조선·중앙일보 기자 등의 사건을 수사 1부(부장검사 김선규, 검사 공기광)에 지난달 29일 배당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일인 지난 10월 11일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허 기자의 자택, 차량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들은 담당 검사와 수사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을 실시간으로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압수수색 당일 오전 검찰이 허 기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로 냈고, 같은 날 오후 <중앙일보>는 허 기자가 대선 국면에서 보도한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과 부산저축은행 관계자의 녹취록(일명 최재경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검찰의 주장을 단독 기사로 내보냈다.

허 기자는 지난 10월 23일 피의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해 공수처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들이 조선·중앙일보에 보도된 데 대해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이 유출한 것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보도된 내용은) 검사들만이 기자들에게 유출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자택 문을 강제로 열어 파손시켰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11일 인천에 소재한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자택 문을 강제로 열어 파손시켰다. 2023.10.11. 김성진 기자

아울러 허 기자는 검사 및 수사관계자들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일 압수수색을 하고 피의사실을 언론에 유포함으로써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함께 고소했다.

허 기자 압수수색 당일 상당수의 언론이 '대선 허위보도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마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또는 지지자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허위 보도를 공모했고, 이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압수수색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허 기자 측은 공직선거법(제85조)에 따라 공무원은 직무와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 당일 검사 및 수사관계자들의 압수수색과 피의사실 유포는 해당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언론 탄압이 이뤄지는 가운데, 공수처는 기자들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검사와 수사 관계자, 기자 등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차례로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

공수처는 허 기자 고소 사건을 배당하기에 앞서 <뉴스타파>와 봉지욱 기자가 피의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은 허 기자 건을 맡은 수사 1부에 배당됐다.

뉴스타파 측은 지난달 8일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그대로 기사화됐다'며 서울중앙지검 성명불상 검사를 공수처에 고소한 바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소인 및 피고소인 조사 일정과 관련, "절차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직원들이 14일 오전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중구 뉴스타파를 찾은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4. 연합뉴스
뉴스타파 직원들이 14일 오전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중구 뉴스타파를 찾은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4. 연합뉴스

한편 허 기자는 지난달 28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출입 기자들에게 저와 관련해 허위 사실에 가까운 내용을 퍼뜨려서 명예훼손을 했다"며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과 익명의 검사들을 허위사실과 피의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주 공수처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허 기자는 "(검찰은) 제가 수사에 비협조적이어서 소환을 서두른다고 브리핑했는데 명백히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며 "검찰과 사전에 협의된 일정에 꼬박꼬박 출석해 포렌식에 참여했고 압수수색의 형태지만 제출하라는 자료 다 제출했다. 무차별적으로 휴대전화 문자와 카톡 메시지를 가져갔지만 웬만한 것은 다 협조했는데 무엇을 비협조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허 기자는 '최재경 녹취록' 보도에 대해서도 "(영장에) 민주당 관계자가 어떤 녹취록을 갖고 있다가 대선이 임박하니까 허재현한테 전달했고 녹취록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기로 모의했다고 써있다"며 "모의했다는 사실이 확인이 돼야 하는데, 모의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 "내가 봉지욱 기자한테 자료를 받아서 모의했다, 이런 직접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써있는데 어떻게 확보했는지 궁금하다"며 "왜냐면 나는 모의한 적이 없으니 그런 증거가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확보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못 보여주면 압수수색 영장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연합뉴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1.28. 연합뉴스

허 기자는 보도 경위와 관련해선 "신뢰할 만한 취재원에게서 일차적으로 들었고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제3자를 통해 둘 사이 나눴을 법한 대화가 충분하다는 자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뢰할 만한 취재원이 누구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허 기자는 검찰 조사 뒤인 지난달 29일엔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민주당 관계자나 봉지욱 기자 등과 모의했다는 근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왜곡된 신념으로 무고한 기자를 상대로 얼토당토 않은 수사를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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