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동맹국 피해 거론 삼성·SK하이닉스 지목
CSIS, 수출규제 더 강화하고 동맹은 따르라 주문
IMF 미국 주도 보호무역주의 세계GDP 7% 손상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작한 지 7일로 1년이 됐다.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미국은 지난 1년 간 막대한 보조금으로 한국 대만 등의 반도체 대기업들을 자국에 끌어들이는 한편 중국에 대한 자국의 수출규제 조치에 동맹국들도 동조하도록 압박함으로써 곤경에 처한 중국의 보복조치를 유발했을 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안겨 주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7일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로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의 6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이들 두 대기업이 많은 반도체를 중국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미국이 이번 달 상순에 지금 규제대상이 돼 있는 반도체 제조장치의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는 등 조치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뜻을 중국에 전달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전하면서, 그럴 경우 세계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수출규제 피해 동맹국으로 확대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2일 대중국 수출규제 시행 1년을 며칠 앞두고 열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온라인 이벤트에서 이 연구소의 AI 및 첨단기술센터 그레고리 앨런 소장이 미국의 조치가 다수의 동맹국들에게도 영향을 준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 정책은 세계 반도체산업의 역사를 바꾸는 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정부는 1년 전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넘겨 주지도 않고” “만들지도 못하게” 하기 위해 반도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기술과 소프트웨어, 제조장치, (훈련된) 인재까지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조치를 시작했다.
또 미국의 기술을 사용해서 미국 외의 지역에서 만든 반도체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금지하는 ‘재수출 규제’를 적용해 동맹국 등 타국으로도 영향이 확대됐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아사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및 한국을 지목했다.
CSIS, 수출규제 더 강화 주문
앨런 소장은 6일 CSIS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 ‘반도체 칩 경쟁, 화웨이에게 운전대를 쥐게 한 중국-화웨이의 새 스마트폰과 반도체 수출규제의 앞날’에서 화웨이가 얼마전에 출시한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7나노미터 칩을 탑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여전히 서방과의 기술격차가 있지만 중국의 첨단반도체 제조 기술 추격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으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허술한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의 첨단 반도체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더욱 철저하게 하고 이를 위해 정보와 경제 및 기술적 분석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조치를 위반하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과 대만, 유럽 등이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규제 동조 압박을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또 예컨대 한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및 부품 회사들이 중국의 장비 현지화(국산화) 노력을 지원하는 것은 한국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의 기술자들이 중국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엔지니어를 훈련하고 생산수율을 높이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는 모두 반도체 제조분야에서 한국이 누리고 있는 지도적 지위를 파괴하는데 이용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제대로 발을 맞추라는 얘기다.
삼성과 SK의 중국 내 조업, 미국이 결정
아사히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곧바로 적용할 경우 삼성과 SK하이니스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에 1년 간의 유예기간을 뒀으나 그 유예기간도 곧 끝날 것이라며, 연장 여부를 미국이 조만간 공표할 것이라고 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지난 2일의 온라인 이벤트에 참여한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원호 경제안보팀장은 “한국기업들이 언제까지 중국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유예기간을 (미국한테서 )어느 정도 얻어 낼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일본과 네덜란드도 미국에 굴복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반도체 제조장치에 강점이 있는 일본과 네덜란드에 대해서도 미국에 보조를 맞춰 중국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라고 압박했다. 그것을 수용할 경우 이들 나라의 중국에 대한 판매는 줄어들 것이다. 반도체 초미세 집적회로 제작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치(EUV)의 독점적 생산국인 네덜란드는 결국 굴복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소의 렘 코르테베이크 연구원은 온라인 이벤트에서 “미국의 리드에 따르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이 손상되지 않도록 미묘한 선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며 미중 사이에 끼여 있는 자국의 어려운 처지를 토로했다.
일본도 지난 7월에 반도체 제조장치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다”고 말했으나, 명백히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었다.
이런 움직임에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에 중국은 반도체 재료가 되는 두 가지 희토류의 수출을 규제했다. 미국과 미국에 동조한 나라들에 대한 보복의 의미도 지닌 조치인데, 그 때문에 일본 내의 반도체 제조가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아사히는 썼다.
IMF 미국 주도 보호무역주의 세계GDP 7% 손상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주요국들이 반도체 관련 보조금 지급 경쟁을 벌이고 수출을 규제하는 것을 두고 ‘보호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IMF는 이런 보호주의 정책 때문에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왜곡과 재정 비용 등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들이 민간 부문에 개입해서 성공할 정도의 식견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뿌리깊다며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무역 상대국의 보복적 반응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보호주의로 무역 분단이 심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7% 정도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8%로 낮춰 잡았다. 지난해의 세계경제 성장률은 3.4%였다. 막대한 보조금 투입과 전략물자 수출규제 등을 통해 자국산을 보호하고 신장시키려는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주의 정책의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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