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불허…EU 가입은 허용
크림반도·돈바스, 러시아 영토 사실상 인정
우크라 요구 '무시'…러시아 요구 많이 '반영'
젤렌스키 "존엄을 잃거나 동맹국을 잃거나"
트럼프가 위원장인 '평화위'…가자와 유사
"분쟁 관련 모든 당사자는 완전하게 사면"
"나치 이념과 활동은 거부되고 금지돼야"
20개 항의 가자지구 평화안을 제시해 1단계 휴전을 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28개 항의 평화안을 러시아와 우크라 양국에 제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답변의 최종시한을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인 오는 27일로 못 박았다.
우크라 측이 공개해 주요 외신이 보도한 28개 항의 트럼프 평화계획안에는 동의 즉시 양국 군대가 합의 지점으로 후퇴하는 즉시 휴전이 발효(28항)되고 우크라 주권을 확인(1항)했으며, 100일 이내 우크라 선거(25항)를 요구했다.
트럼프, 우크라이나 평화안 28개 항 제시
답변 최종시한은 추수감사절인 27일까지
그동안 평화협정 체결에 최대 장애물 중 하나였던 우크라 안전보장 문제는 러시아 안전보장 문제와 '함께' 다뤄진 게 눈에 띄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안'은 △ 러시아-우크라-유럽 간 포괄적 불가침 협정 체결(2항) △ 러시아, 유럽·우크라 불가침 정책 법에 명시(16항) △ 신뢰할 수 있는 우크라 안전보장(5항) △ 우크라 군 규모 60만 명 제한(6항) △ 우크라 헌법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불가입 동의 명시, 나토 규정에 우크라 가입 불허 명시 동의(7항) △ 우크라에 나토 군대 주둔 금지 동의(8항) △유럽 전투기들의 폴란드 주둔(9항) △ 우크라, 핵비확산조약(NPT) 따른 비핵 국가 동의(18항) 등을 담았다.
1975년 헬싱키 조약의 근간으로, 한 나라의 안보가 다른 나라의 안보를 해쳐선 안 된다는 '불가분의 안보'(Indivisible security)를 내걸고 우크라의 나토 가입에 반대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
미국의 보장(10항)에선 별도로 미국은 안전보장의 대가로 '보상'(경제적)을 받는다고 적은 뒤, 우크라가 러시아를 침공하면 더는 보장받지 못하고,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하면 단호하고 협력적 군사 대응은 물론, 모든 국제 제재가 복원되고, 새 영토 인정과 이번 거래의 모든 다른 혜택이 철회된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안'은 우크라의 유럽연합(EU) 회원 자격 인정과 가입 프로세스 중 유럽 시장에 대한 특혜 접근 허용(11항)을 담아 나토 가입은 불허하는 대신 EU 가입은 허용했다.
우크라, 나토 가입 불허…EU 가입은 허용
크림반도와 돈바스, 러 영토 사실상 인정
또 하나의 최대 걸림돌은 영토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에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대신 러시아와 '영토 교환'을 하라고 우크라를 압박하고 있다.
영토(21항)와 관련해 '트럼프 안'은 △ 크림, 루한스크, 도네츠크는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사실상(de facto) 러시아 영토로 인정 △ 헤르손과 자포리자는 접촉선(교전 최전선)을 따라 동결과 사실상의 인정 △ 러시아, 이들 5개 지역 외에 다른 합의된 영토들 포기 △ 우크라 군, 통제 중인 도네츠크 주의 일부에서 철수 △ 이 철수 구역은 국제적으로 러 연방 영토로 인정되지만, 중립적인 비무장 완충 지대로 간주, 이곳에 러 군 진입 불허 등을 적시했다.
러시아가 2014년 강제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루한스크, 도네츠크) 지역을 러 영토로 사실상 인정하고, 러시아가 합병을 주장해온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도 현 전선 동결에 따라 러시아 지배에 들어감으로써 '트럼프 안'에는 러시아의 요구 사항이 상당히 반영됐다.
그리고 △ 영토 협정에 합의한 후, 러시아와 우크라 양측은 협정을 무력으로 변경하지 않을 걸 약속하고, 약속 위반 시 어떤 안보 보장도 적용되지 않는다(22항) △ 러시아는 우크라의 상업 활동을 위해 드니프로강 사용을 방해하지 않고, 흑해를 통한 자유로운 곡물 운송에 관한 합의 기대(23항) △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자포리자 원전의 가동, 생산 전기의 5 대 5 균등 배분(19항)도 담았다.
우크라의 재건(12항), 러시아의 글로벌경제 재통합과 주요 8개국(G8) 재가입(13항), 동결된 1000억 달러의 러시아 자산 처리(14항), 협정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미-러 안보 실무 그룹 설립(15항) 등도 포함됐다.
러-우 주민의 적대감 줄이고 화해 방안
"나치 이념과 활동, 거부되고 금지돼야"
근 4년의 전쟁을 포함해 러-우 주민 간의 갈등과 대립, 적대감을 줄이고 화해·협력을 추진해 가는 방안도 제시됐다. 20항엔 "양국은 학교와 사회에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증진하고 인종차별과 편견을 제거하는 걸 목표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돼있다. 그러면서 우크라를 상대로 종교적 관용과 언어 소수자 보호에 관한 EU 규정 채택을 주문하는 한편, 양국 모두 차별적 조치 철폐와 언론·교육의 권리 보장, 그리고 모든 나치 이데올로기와 활동은 거부되고 금지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앞서 푸틴이 2022년 2월 24일 특별군사작전(우크라 침공)을 시작하면서 내건 명분은 △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나토 불가입) △ 비무장화 △ 탈 나치화 '세 가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트럼프 평화안'에는 비무장화가 '우크라 군대 60만 명 제한'으로 바뀌었을 뿐 다른 요구 사항을 다 반영됐다.
트럼프 위원장인 '평화위원회'…가자와 유사
"분쟁 관련 모든 당사자는 완전하게 사면"
24항에선 인도주의 위원회를 설립해 △ 모든 포로와 시신은 '전원 대 전원' 방식으로 교환 △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민간인 구금자와 인질 반환 △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 시행 등 분쟁 피해자들의 고통 완화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다.
이번 전쟁의 모든 당사자의 사면도 다뤘다. 26항은 "이 분쟁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는 전쟁 중 자기 행동에 대해 완전한 사면을 받을 것이며, 향후 어떠한 청구도 제기하지 않고 어떠한 불만도 고려하지 않기로 동의한다"고 했다. 푸틴 은 2023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여서 향후 이 부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7항은 "이 협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라고 밝히고, 그 이행은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공식 승인한 '가자 평화안'에서와 유사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평화위원회'(Peace Council)가 보장하고, 협정을 위반할 때는 제재가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트럼프 안'의 28개 항 중 영토 부분을 비롯해 상당수는 우크라가 예전에 협상 과정에서 이미 거부했던 것들이어서 우크라와 나토의 대응이 주목된다.
우크라 요구는 '무시'…러 요구 많이 '반영'
젤렌스키 "존엄을 잃거나 동맹국 잃거나"
이번 안은 8.15 트럼프-푸틴 앵커리지 정상회담 이튿날인 16일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 정상과 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공동성명을 통해 요구한 △ 우크라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효과적으로 방위할 강철같은 안보 보장 △ 우크라 군사력 제한 반대 △ 우크라의 나토와 EU 가입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불인정 △ 우크라 영토 결정권 △ 대러 제재 강화 등과 비교해보면 트럼프가 대부분 무시했음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 성명에서 "지금 우크라이나에 가해지는 압박은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동맹국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거나 (트럼프의) 어려운 조항 28개를 받아들이거나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두 가지, 즉 우크라이나인의 존엄성과 자유가 박탈되지 않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회의에서 "나는 그것이 최종 평화적 해결의 기반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긍정 평가한 뒤 "우크라가 반대하고 있어" 아직 미국과 자세히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종시한과 관련해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목요일(27일·추수감사절)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와 회동한 뒤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협상안에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그(젤렌스키)는 좋아해야 할 것이다. 그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그냥 계속 싸워야 하겠다...어느 시점에 그는 뭔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CNN은 트럼프가 올 연말까지 두 나라가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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