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피해대책에 800억 엔 투입한 일본정부
일본을 오해하고 있는 무대책의 한국정부
지금은 신냉전하의 제5차 조선전쟁?
일본인 75% 자국민 피해대책 불충분 응답
외국의 일본산 수입규제엔 다수가 납득 못해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러시아, 한반도 역사)는 청일전쟁(1894~95)을 제1차 조선전쟁, 러일전쟁(1904~05)을 제2차 조선전쟁으로 부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논법을 연장하면 1950년에 일어난 전쟁은 제3차 조선전쟁이라 할 수 있다. 모두 한반도(남북한을 모두 포함한 의미에서의 ‘조선’)를 장악하기 위해 한반도를 전장으로 삼아 일으킨 전쟁이었다. 그 최대의 피해자는 늘 조선 땅과 사람들이었다.
제n차 조선전쟁
1990년대 초에 유럽에서는 끝난 동서 냉전이 형태를 달리했을 뿐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와 그 주변의 이른바 ‘신냉전’까지 전쟁 범주에 넣는다면, 열전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 분단된 동족이 서로 대치하고 외세가 개입하는 제4차 조선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개념을 살짝 바꾸면 더 많은 ‘조선전쟁’을 상정할 수 있다. 신라 고려 조선 시절의 대규모 ‘왜구’ 침범, 그리고 임진왜란(1592~97)까지 조선전쟁의 범주에 넣으면 조선전쟁의 차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거의 예외없이 조선전쟁의 한쪽 당사자이자 침략자는 늘 일본이었고, 죽거나 피난가고 수탈당한 쪽은 조선이었다. 앞의 개념의 제3차, 제4차 조선전쟁도 결국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강점에 그 연원이 있고, 이후 지금까지 일본은 한반도 수난의 역사에서 주역 중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일간의 그런 뒤집힌 역학관계를 만들어낸 것은 미국이지만, 일본은 패전한 자국민의 피해역사만 강조할 뿐 그들이 가해자였던 조선사람들의 수난과 비극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물론 전부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임진왜란을 ‘조일전쟁’이라 칭하는 시대가 됐으나, 그 전쟁은 일본쪽의 일방적인 침략이었지 이익을 두고 서로 다투거나 대치하는 국가간의 주고 받기식의 통상적인 전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왜화(倭禍)의 연속이었다.
1910년에 완성되는 일본의 조선 강점은 그 300여년 전 임진왜란의 연장 또는 왜구 침범의 연장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일본 자민당 보수우익 지배세력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그 일방적인 가해자가 일본이고 피해자가 조선 땅과 조선사람들이란 점에서, 제n차 조선전쟁으로 읽으면 너무 과할까. 그 제n차 조선전쟁에서 우리 정부는 지금 누구 편을 들고 있는가.
자국민 피해자를 위해 800억 엔 기금 만든 일본정부
일본정부는 2021년 말에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위한 기금으로 300억 엔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해에는 여기에 500억 엔을 추가해, 해양 투기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상당히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을 총 800억 엔(약 7360억 원)으로 키웠다. 이 800억 엔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한 이른바 풍평(소문)피해 대책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해 왔는지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 집행 방법
이것을 실제로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를 <아사히신문> 8월 21일 기사를 토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수산물 수요가 줄어들 경우 ‘긴급피난적 조치’로서 수산물의 일시적인 매수나 냉동보관 등에 들어가는 경비를 지원하는데 쓰는 기금으로, 300억 엔이 책정돼 있다. 또 하나는 새로운 어장 개척에 필요한 어구를 마련하는데 들어가는 경비 등을 지원하는 기금인데, 500억 엔이 계상돼 있다.
이 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앞으로 30~40년 걸릴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다 끝날 때까지 “수십년에 걸쳐 처리수(핵오염수)의 영향이 있는 한 필요한 대책을 계속해 가겠다”고 어민들에게 약속했다.
홍콩정부가 일본이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할 경우 일본 10개 도현의 해산물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미 미야기 현에서는 전복과 가리비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이에 대해 니시무라 경산상은 “적절한 타이밍에 지원을 발동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전사고 당사자인 도쿄전력은 풍평피해로 인한 배상 기준을 제시했다. 통계 데이터 등을 토대로 해산물과 농산물의 가격, 관광객 수에 대해 대상지역과 전국의 동향을 비교 분석해서 피해액을 ‘추인’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전국에서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해산물에 대해 대상지역에서는 전국의 가격 상승률에 못 미치거나 거꾸로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에는 그것을 ‘풍평’피해로 인정한다. 전국에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해산물에 대해 대상지역의 가격 하락폭이 전국보다 클 경우에도 ‘풍평’피해를 본 것으로 인정한다. 풍평피해로 인정되면 그 차이 폭만큼 기금으로 보상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의 배상 기준은 “피해 실태에 걸맞은 필요충분한 배상” “피해자 입증 부담 경감” 등의 정부방침에 따른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일 도쿄전력 사장을 만나 “풍평에 의한 피해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적절히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시무라 경산상도 21일 기자회견에서 “도쿄전력을 확실히 지도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홍콩의 일본산 수입금지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일본정부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후쿠시마 현 등 일본 해안지역 어업 종사자들을 비롯한 수산업계의 손실분을 정부 예산과 사고를 낸 도쿄전력의 배상금으로 보전해 줌으로써 자국민 피해자들의 불만과 불안, 반대를 무마하겠다는 것이다. 돈으로 입막음을 하겠다는 것이고, 급한대로 800억 엔 정도면 그것이 가능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양 투기가 끝날 때까지 끝까지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액수는 한국과 중국, 태평양도서국 등 일본 주변 나라와 지역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중국과 홍콩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조치가 장기간 이어지고, 수산물 외의 일반 식음료들까지로 금수대상이 확대될 경우 일본 생산자들이 입게 될 피해액은 일본정부가 상정한 규모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홍콩과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만 해마다 우리 돈으로 조 단위인데, 중국 쪽 금수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정부는 기금 규모를 대폭 키우든지 해양 투기 중단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한국 피해자들이 가세할 경우
여기에 한국의 수산업계 피해자들이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한 소비 위축 등으로 보게 될 손실에 대한 배상/보상을 요구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예컨대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따른 여파로 해산물,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면서 손실을 보게 된 각 지역 수산물시장 관계자 등 한국 수산업계가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이전과 이후 소비량과 가격 변동 등을 정밀하게 조사해 그 차이만큼의 손실액을 산정해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에 손해 배상/보상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일본의 해양 투기를 수수방관하면서 오히려 안전하니 걱정말라고 자국민을 오도하면서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거들거나 재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 정부에 대해 손해 배상/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 보수우익의 후원자 미국과 한국 정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태평양 연안국들과 필리핀, 사모아나 투발루, 통가 등 태평양도서국들 피해자들까지 가세한다면, 일본 보수우익 지배세력이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 그들이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IAEA가 아니라 미국과 한국 정부의 지지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그들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강행으로 손실을 입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같은 이유로 손실을 보게 된 이웃 나라 피해자들에게도 마땅히 배상/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정연할 뿐만 아니라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정당하지 않은가.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자국민을 설득하고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짜고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거액의 기금까지 마련하는 등의 대응을 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막판에 일본정부의 해양 투기 강행이 옳다는 선전에 앞장서면서 일본의 해양 투기를 조장하는 공범자적 지위를 자처하고, 거기에 반대하는 자국민을 오히려 정파적 이해를 앞세운 ‘괴담’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고 있다는 비판의 어디에 잘못이 있는가.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강행으로 손해를 보게 된 자국민 피해자들의 손실을 보전하라고 일본정부에 요구하거나, 일본정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에 따라 소송을 제기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자국민이 피해를 보는 한 끝까지 손실보전을 책임지겠다는 일본정부의 흉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가해자쪽 정부가 그럴진데, 피해자쪽 정부가 손놓고 있다가 가해자쪽 손을 들어주는 게 말이 되는가. 자국민 피해에 우선 배상/보상하고 원인 제공자인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에 그 비용을 청구하는 구상권이라도 발동해야 하지 않은가.
일본인 75%가 자국민 피해대책 충분치 않다고 응답
8월 19~20일에 실시된 <아사히신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풍평피해 대책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풍평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75%가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충분하다는 응답은 14%에 지나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후쿠시마 사고원전이 있는 도호쿠(동북) 지방에서는 약 90%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고, 사고원전과는 거리가 있는 규슈지역에서도 77%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고신에쓰와 후쿠리쿠(야마나시, 나가노, 니가타 지방)에서도 71%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는 층에서도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71%였고,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72%, 무당파층에서는 74%가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찬성 53%, 반대 41%
그런데 ‘처리수’(핵오염수)를 해양 방출(투기)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물었더니 찬성, 즉 해양 투기하는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53%, 반대한다가 41%였다. 남녀별로는 남성은 63%가 찬성하고 32%가 반대했으나, 여성은 50%가 반대하고 43%가 찬성했다.
이는 일본인 다수가 피해자 배상/보상만 충분히 하면 해양 투기에 찬성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중국 홍콩의 일본산 수입규제 ‘납득 못해’ 55%
그런데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외국의 움직임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느냐’고 물은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이 55%였고, 납득할 수 있다가 37%였다.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일본의 해양 투기에 잘못이 없는데 이를 문제삼아 일본산 수입을 규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그런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게 외부인들로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한 사람들 중에서 이 질문에 응답한 사람들 비율은 외국의 일본산 수입 규제 강화 움직임을 납득할 수 있다가 54%, 납득할 수 없다가 40%였다.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도 외국의 일본산 수입 규제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일본을 '오해'하고 있는 한국정부
제n차 조선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전쟁을 도발한 일본이란 나라는 외부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나라다. 일본, 그리고 미국이 바뀌지 않는 한 진정한 한일관계 정립은 불가능하다는 그 많은 언설들을 우리 정부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을 오해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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