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떠도는 일본화장품 ‘불매 리스트’
전년대비 35% 감소, '<인민일보>도 부추겨
일본여행 예약 취소 늘어 크루즈선도 영향
“지금 일본에 가는 것 안전하지 않다”
오염수 해양 투기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
지난 달 24일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강행한 이후 중국인들이 일본제 화장품 사기를 꺼리거나 주문해서 받은 화장품을 반품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 중국인들의 일본여행에도 예약 취소나 포기 등의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모두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일본에 갈 경우 건강을 해칠지 모른다는 우려와 해양 투기 자체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는 중국사회의 요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SNS의 일본 화장품 ‘불매 리스트’
2일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이후 중국에서 일본 화장품을 사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불매 이유는 주로 화장품에 해산물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들고 있으나 일본 업체들은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중국의 SNS에는 ‘방사능 오염을 피하는 (품목)리스트’와 같은 ‘불매 리스트’들이 다수 떠돌고 있다. 과자나 음료 등 다양한 일본 제품들이 그런 리스트에 들어 있고, 특히 화장품 브랜드들이 많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핵오염수 해양 투기 영향을 받은 바닷물, 해조류 등의 해산물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그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SNS에는 인터넷 통신판매로 구입한 일본산 화장품을 반품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스마트폰 화면을 투고하기도 한다. “일본 화장품은 이제 사지 않겠다” “할인가로 샀는데 반품했다”는 글, “일본 화장품을 대체할 상품을 찾기 어렵다”는 등의 글들도 떠돌고 있다.
지금 일본 화장품을 사지 않겠다는 베이징의 20대 여성은, SNS 등을 보고 “불안 요소가 있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민일보> 등 매체들도 부추겨, 전년대비 35% 감소
중국 매스컴도 일본 화장품 불매를 부추기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썼다. 예컨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월 24일 “일본 화장품을 사도 괜찮은가”라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거기에는 생물학을 전공한 대학교수가 “장기적으로 보면 식품, 스킨 케어 상품, 의료품 등 모두 방사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 말이 들어 있다. “불매나 반품이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도 있고, 인터넷으로 일본 화장품을 살지 말지 묻는 앙케이트 조사를 하는 미디어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일본의 품질 좋은 화장품이 인기가 있었으나, 중국 세관총서에 따르면 7월의 일본제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나 줄었다. 경기 둔화로 내수가 줄고 있는 영향도 있으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기가 있는 프랑스제 화장품 수입액보다 감소폭이 크다.
잇따르는 일본여행 예약 취소
한편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전후해 중국에서 일본방문 단체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 이에는 중국 미디어들이 “핵오염수 방출”을 계속 보도하면서 시민 사이에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데다, 정부의 대응을 보고 일본여행 선전을 꺼리는 여행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난 8월 31일에 <아사히>가 전했다.
“건강에 대한 영향을 걱정하는 여러 손님들이 일본행 단체여행 참가를 취소했다”고 랴오닝성 다롄의 한 여행사 담당자는 말했다. 그는 24일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이후 상황이 심각하다며 “(예약을) 취소해도 어쩔 수 없다. 이젠 일본여행은 권하지 않고 가능한 한 국내여행을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아사히>는 지난 달 28~30일 중국 여행사 총 40개 사에 전화를 걸어 일본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23개 사로부터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따른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회답을 얻어냈다. 이에 따르면 28일 시점에서는 “지금은 영향이 없다”는 회사들이 많았으나 30일에는 예약 취소가 나오고 있다는 대답을 한 여행사가 7개나 됐다.
“지금 일본에 가는 것 안전하지 않다” 크루즈선도 영향
산시성의 한 여행사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 뒤 일본여행 상담 건수가 줄었다고 했다. 담당자는 “이미 판매를 시작한 투어는 최저 인원수가 모집되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는 일본행 여행은 적극적으로 선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의 한 여행사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 뒤에 개인여행 예약 취소가 2건 있었다며, “출발은 9월과 10월의 대형 연휴로 예정돼 있었다. 지금 일본에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대답했다.
5월에 재개해 인기가 있었던 크루즈선 여행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상하이의 크루즈 회사는 “대리점으로부터 적지 않은 취소 연락을 받았다”며 고객들로부터 “선 내의 식사는 안전하냐”는 문의전화도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담당자는 “중국 내의 보도는 ‘핵오염수는 무섭다’는 정보들뿐”이라며 탄식했다. 아직은 일본행 항로가 많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변경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막혀 있던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단체여행은 한국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8월 10일에야 해금됐다.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일본여행 열기가 식을 가능성이 있지만, 해양 투기 이후에 일본여행을 기피하는 경향은 지금까지 일본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구시보> “해양 투기가 일본 여행업계에 찬물”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 “핵오염수 해양 배출이 일본의 여행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거기에는 “이제 일본은 많은 사람들에게 리스크가 높은 여행 목적지가 되고 있다”는 중국여행연구원의 전문가 얘기도 들어 있다. 중국의 미디어나 SNS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과학적 관점에서 보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그것이 일본방문 의욕 감퇴로 이어지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해양 투기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
산둥성 옌타이의 영어교사 리쉐잉(29)은 9월에 도쿄, 교토, 오사카를 돌아 볼 계획을 세웠으나 핵오염수 해양 투기 뉴스를 보고 포기했다. 자신의 건강과 장차 아기를 가졌을 때 방사능 영향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본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그는 해양 투기로 인한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랴오닝성 다롄의 여성 회사원(28)도 친구들로부터 일본여행 얘기를 듣고 가 보려고 했으나 핵오염수 해양 투기 사실을 알게 돼 당분간은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에도 핵오염수 영향?
“1~2년 뒤에 방사능의 영향이 중국에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 일본에 가지 않더라도 중국에서의 생활도 그 때문에 안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바다 생선 맛이 좋은 다롄의 주민들이 핵오염수 영향으로 생선을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관련기사
- 핵오염수 투기 막으려 '오체투지' 나선 신부님
- 관동 대학살-핵오염수 테러, 변함없는 일본의 태도
- 핵오염수 투기 '일본문제'보다 '파장'에 눈길 둔 서방
- 일 전문가 “체르노빌식 봉인 땐 핵오염수 방출 불필요”
- 중국에 번지는 반일감정…‘제2 센카쿠’ 사태 우려
- 대통령실의 핵오염수 첫 액션은? 구내식당 해물 메뉴
- 강경한 중국, 공명당 대표 방중 거부…총리 회담도 무망
- “이토록 세게?”…중국의 수산물 전면금수에 당혹한 일본
- 핵폐수 투기 최대 피해국은?… ‘제n차 조선전쟁’ 터졌다
- 중국, 일본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국민 건강을 위해"
- 기억하라! 2023년 8월 24일…일본의 '반인류 범죄의 날'
- 뉴욕 주, 매사추세츠에 이어 원전 핵오염수 방류 불허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